수면위로 떠오른 세월호와 지난 21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사진=서해해양경비안전본부(왼쪽), 공동취재단(오른쪽) 제공)

3개월만의 파면, 3년걸린 세월호 인양

세월호 미수습자 수색, 원인규명 기대

탄핵 직후 인양 시점에 음모론도 솔솔

朴 법 심판대, 7시간 비밀 여전히 미궁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됐고 세월호가 떠올랐다. 탄핵소추 3개월의 시간을 보낸 뒤 헌법재판소는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지난 2014년 온 국민의 아픔을 담은체 물밑으로 가라앉았던 세월호는 3년여의 시간을 보낸 끝에 다시 세상밖으로 나왔다. 3개월과 3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박근혜 정권과 세월호는 역전된 역사를 다시 써냈다. 이와 동시에 세월호와 박 전 대통령은 모두 감춰진 진실을 드러내야한다는 공동의 과제도 안고 있다.

진실 품고 떠오른 세월호

지난 23일 세월호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2014년 4월 16일 침몰한지 1073일만의 일이다. 세월호를 잭킹바지선에 고정하는 작업과 물빼기 작업이 이뤄지고, 인근 해상에서 대기하고 있는 5만 톤 급 반잠수식 선박으로 옮겨진다. 이후 세월호는 반잠수식 선박에 실려 약 87km 떨어진 목포신항 철재부두로 이동, 육상에 거치된 뒤 수습자 수색과 선체 조사 등이 이뤄진다. 해수부는 인양부터 육상 거치까지 최소 13일 최대 20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음달 중순 쯤 사실상 인양 완료가 되는 셈이다. 세월호 인양이 완료되면 3년 동안 풀지 못했던 미수습자의 수습과 사고 진상 규명이라는 큰 난제를 풀어야한다.

우선 미수습자 9명에 대한 수색 작업이 가장 중요하지만 성과를 장담하기 힘들다. 지난 3년 간 바닷속에 잠겨 있어 선체가 부식되거나 붕괴될 가능성이 높은데다 또 내부에 쌓인 퇴적물과 각종 부유물을 제거하는데도 상당 시간이 걸린다. 미수습자의 유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수습자 수색 방식을 두고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정부는 실종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객실 부분을 일부 잘라내 똑바로 세워 수색 작업을 벌이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일부 유족들이 “객실을 분리할 경우 사고 원인에 대한 진상 규명이 어려워 진다”며 반발하자 정부는 선체를 최대한 보존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미수습자 수색 만큼이나 세월호 침몰 원인 규명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반영된 것이다. 앞서 검찰은 세월호 침몰 원인은 과적과 급격한 방향 선회가 원인이라고 결론 내렸지만, 각종 의혹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특별조사위원회가 세월호에 제주 해군기지로 가던 철근 270여 톤이 실렸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의혹이 침몰 원인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다. 또 세월호에 있던 노트북에서 국정원 지적사항 파일이 발견되면서 국정원 개입설도 제기됐다. 최근에는 네티즌 수사대 자로가 잠수한 충돌 등 외부 충격설을 제기해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선체가 인양된 만큼 세월호의 침몰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 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또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세월호 선체 조사 위원회’가 공식 출범한데 이어 ‘세월호 선체 조사 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 지난 21일 공포·시행되는 등 법적 근거도 마련되면서 진실 규명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진도 팽목항(사진=뉴시스=뉴스포스트DB)

3년이나 걸린 인양 ‘왜?’

 

그럼에도 ‘왜 세월호 인양이 지금까지 미뤄졌는지’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3년을 기다려온 세월호 일부 유가족들은 불과 7시간만에 올라온 세월호를 바라보며 허탈해 했다는 후문이다.

박근혜 정권은 세월호 참사 이후 줄곧 세월호 인양과 진상 규명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정부 여당이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방해했다거나 예산 지원에 인색했다는 언론의 지적도 계속됐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유가족들의 불신은 3년내내 계속됐다. 이는 인양 지연과 이를 통한 사고 원인 은폐 의심으로 이어졌다.

참사가 난지 1년이 지난 2015년 4월에야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양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후 인양과정에서도 불신을 털어내지 못했다.

정부는 2015년 8월 중국 ‘상하이샐비지 컨소시엄’을 세월호 인양 업체로 최종 선정하며 1년 안에 인양을 완료하겠다고 공언했다. 작업은 차일피일 미뤄졌고, 완료 예정 시점 역시 ‘2016년 7월→8월 이후→2016년 내→2017년 2분기’로 계속 늦춰졌다. 4개월에 걸쳐 기술검토를 마치고 컨소시엄을 거쳐 업체를 선정했음에도 결국 3년이란 시간을 보냈다.

업체 선정 과정에서도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기술력과 인양 실적이 검증되지 않은 업체를 선정했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의심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대대표는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세월호 인양을 발표한 지 3시간여만에 취소한 것과 관련해 “정부는 기상악화라고 하지만 인양업체 선정 당시 예정가보다 저렴한 금액을 제시해 경험이 부족했는데도, 업체를 잘못 선정했다는 논란이 있다”고 주장했다.

인양 지연의 핵심 원인은 정부의 부실한 사전조사와 판단착오, 이로 인한 인양방식 변경이 꼽히고 있다. 당시 세월호 인양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업체들은 현재 적용하고 있는 바지선을 이용한 인양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상하이샐비지는 리프팅빔(받침대)을 이용한 ‘해상크레인’ 인양 방식을 채택했다.

하지만 리프팅 빔 설치 작업이 지연되면서 결국 지난해 10월 말 당초 인양 방식을 포기하고 해상 크레인을 ‘잭킹 바지선’으로, 플로팅 독을 ‘반잠수식 선박’으로 각각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리프팅빔 설치를 위해 배에 구멍이 140여개나 뚫으면서 사고원인 증거 인멸 의혹이 일기도 했다.

결국 수 차례 인양 공법을 변경하며 지연되던 세월호 인양 작업이 마무리 됐다. 하지만 세월호 인양 작업이 공교롭게 이달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인용 이후 갑자기 속도가 붙기 시작하더니 헌재의 박 전 대통령 파면 결정 2주만에 수면위로 떠올랐다.

박근혜 정권과 세월호라는 미묘한 관계 속에서 공교로운 인양 시점은 또 다른 의심을 낳고 있다. 정부가 정국에 미치는 영향 등을 의식해 인양 시도를 지연시켜 온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 같은 의혹은 세월호에 대한 박근혜 정권의 태도에서 기인한다. 지난해 12월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며 공개된 고 김영한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청와대의 세월호에 대한 인식을 가늠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어 의혹은 더욱 짙어졌다. 업무수첩에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업무지시 내용으로 추청되는 ‘세월호 인양 - 시신인양(x) 정부 책임’이라거나 ‘국민적 비난이 가해지도록 언론 지도’ 등의 메모가 남겨졌다. 청와대가 세월호와 관련해 비난여론 조성에 개입한 정황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의혹을 비롯한 아직 풀지 못한 세월호 관련 진실 규명은 파면된 박 전 대통령의 몫으로 넘어갔다.

 

지난 2014년 5월 19일 대국민 담화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눈물을 흘리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모습(사진=뉴시스=뉴스포스트DB)

파면된 朴, 7시간은 여전히 미궁

 

지난 10일 박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관 전원일치로 파면이 결정됐다. 헌정사상 첫 대통령 탄핵이라는 오점을 남겼다. 세월호 사건은 박 전 대통령 탄핵의 직접적인 파면 사유가 되진 않았지만 탄핵 심판대에 오르게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아이들을 지키지 못했다’라는 아픔을 공유한 국민들은 최고 통치자인 박 전 대통령의 책임을 물었다.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동안 박 전 대통령의 종적은 알 수 없었다. 비선 미용 시술 등 각종 의혹만이 난무하는 가운데 탄핵 과정이 진행되면서 박 전 대통령이 관저에 머물며 올림머리를 하고 있었다는 점만이 확인됐다. 하지만 그동안 어떠한 지시를 누구에게 했는지 증명하지 못하면서 대통령으로서 마땅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아직도 구체적으로 당시 무엇을 했는지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헌재는 파면 사유로 인정하진 않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에 대해 보충의견을 통해 재난대응에 소홀했던 박 전 대통령의 책임을 강하게 질타하며 그 위중함에 대해 지적했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 당시 박 전 대통령의 7시간의 공백은 지금까지도 해명되지 않는 의혹으로 남아있다.

그럼에도 7시간의 의혹을 밝히는 길은 쉽지 않아 보인다. 특검의 수사기간에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데다 탄핵 사유로 인정받지 못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제기된 13개 혐의에도 포함되지 않으면서 당장 검찰의 수사도 기대하기 힘들다.

당초 검찰은 세월호 사고 직후 경찰과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 약 6개월 간 사고 원인 등 세월호와 관련한 광범위한 수사를 벌였으나, 세월호 선장과 선원, 청해진해운 임직원, 해경 관계자 등을 기소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등 최고 책임자 선까지 수사가 이어지지지 못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외압설이 제기될 만큼 세월호 관련 수사에 대한 불신도 컸다. 이제 세월호 관련 조사는 검찰이 아닌 ‘세월호 선체 조사 위원회’를 통해 진행된다. 다만 조사위에서 사고 원인과 관련한 새로운 내용이 나올 경우 검찰의 재수사 착수 가능성은 열려있다. 박 전 대통령의 7시간 의혹도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7시간의 의혹 외에도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된 많은 의혹을 해명해야할 상황에 놓여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에게는 모두 13가지 혐의가 적용된 상태다. 삼성 등 기업으로부터 부정한 청탁 등과 함께 수백억원을 받아 챙겼다는 뇌물 혐의 등 무거운 혐의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편에서는 세월호 인양이 본격화되는 동시에 박 전 대통령의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오는 2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21차 주말촛불집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과 함께 세월호 진실 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촉구키로 했다. 촛불집회를 주최하는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의 이태호 상황실장은 “인양되는 선체는 참사의 진실을 밝힐 가장 중요한 증거물”이라며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와 세월호 국민 조사위원회가 인양과 수습, 조사의 한 주체로서 선체조사위원회의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고 밝힌 발표와 정확히 같은 입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선체에는 이미 149개의 구멍이 뚫려있고 스태빌라이저가 부러진 상태인데 고박과정에서 추가적으로 일부를 잘라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이모든 과정이 꼼꼼히 기록돼야 하고 희생자 가족과 국민들이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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