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업 효성그룹의 의지에 달렸다?

[뉴스포스트 = 송혜경 기자] 효성그룹 계열 중견건설사 진흥기업이 가까스로 최종 부도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험로’가 예상된다. 60여 개의 채권단의 압박과 대주주인 효성의 외면 속에 홀로 워크아웃을 추진해야 하는 신세가 됐기 때문. 여기에 기업촉진구조조정법(이하 기촉법)의 공백 속에 수많은 채권단 중 한 곳이라도 채권회수에 나설 경우, 또 다시 부도위기에 내몰릴 우려가 높아 워크아웃까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1차 부도를 낸 진흥기업이 최종 부도를 면했다. 솔로몬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 2월16일 “진흥기업에 요구한 어음 결제를 취소하고, 대납을 해서 만기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최종 부도를 막았다”고 밝혔다.

최종 부도에서 간신히 회생

앞서 채권단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던 진흥기업은 전날 자정까지 만기 도래한 어음 193억원을 결제하지 못해 최종 부도 상태였다. 그러나 효성 측과 솔로몬저축은행은 어음 결제 규모와 방식에 대한 밤샘 협상을 진행해 이날 오전 10시께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 관계자는 “진흥기업이 최종 부도 처리되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돈을 갚을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며 “지난해와 올해 초 어음 결제를 연장해 왔지만 결국 양보하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진흥기업은 시공능력 43위의 중견 건설회사로 효성이 지분 55.9%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건설사 신용위험평가 당시 효성그룹의 지원을 전제로 B등급 판정을 받았다. 일단 급한 불을 껐지만 진흥기업의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논의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시한폭탄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촉법이 지난해 시효만료됨에 따라 진흥기업은 60여 개의 채권단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채권연장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난관에 처해 있다. 기촉법 내에서는 전체 채권단의 75% 동의만 있으면 워크아웃 개시가 가능한데, 현재로선 모든 채권단의 동의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권단의 불만은 오를대로 올랐고 효성의 태도도 뜨뜨미지근해 채권단 동의를 끌어내긴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여기에 자금사정이 안 좋은 저축은행들이 언제 또 어음을 돌릴지 예상할 수 없어 또 다시 부도의 벼랑으로 몰릴 수 있다.

채권단, 모기업 효성에 불만 토로

특히 현재 채권단은 진흥기업의 모기업인 효성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효성이 지난해 보였던 태도와 180도 완전히 달라졌다고 평가한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6월 건설사 신용위험평가 당시 진흥기업이 B등급을 받았을 때 효성은 한 식구인 진흥기업을 꼭 살리겠다는 의지를 보였는데 지금은 완전히 내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진흥기업이 C등급을 모면하자 채권단은 효성을 믿고 진흥기업 자금줄을 터준 것으로 알려졌다. 

진흥기업 회생에 한 발 물러선 효성도 입장이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2년 동안 진흥기업 유상증자에 3000억원 가까운 돈을 수혈했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막상 지원을 하려고 해도 공정거래법 상 주주배임을 고려하면 쉽게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효성 측에서도 아직까지 구체적인 자금지원 방안 등이 논의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다행히 솔로몬저축은행이 만기 연장을 해줘서 최종부도는 피했다. 앞으로 채권단과 워크아웃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며 “증자 등의 방식으로 진흥기업을 지원하는 방안은 현재까지는 검토한 바 없다”라고 말했다.

진흥기업, 한고비 넘겼지만 멀고 먼 워크아웃
기촉법에 발목…“모기업 효성 의지가 중요해”


앞서 조석래 효성 회장도 진흥기업에 대해 “좋은 방향으로, 긍정적인 결론이 날 것 같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효성이 진흥기업에 대해 모른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까지의 투자와 지원을 감안할 때 일부지원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진흥기업이 효성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것은 2008년 1월이다. 이후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진흥기업이 어려움을 겪자 효성그룹이 3자배정 유상증자 등을 통해 2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흥기업은 2009년에는 영업적자 410억원, 순손실 1500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진흥기업이 시공 중인 사업장은 경북 김천시 덕곡지구 ‘김천 덕곡 월드메르디앙’ 360가구(월드건설 공동 시공)와 전북 전주시 덕진동2가 ‘전주 하가 더 루벤스’ 416가구 등 총 776가구다. 각각 한국토지신탁과 아시아신탁이 시행을 맡고 있다. 이에 따라 재계 일각에서는 효성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진흥기업과 같이 하도급대금과 인건비 등 상거래 채권이 상당할 경우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면 상거래 채무에 대한 상환의무가 사라지거나 유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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