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뉴스포스트DB)

‘안지 못하는’ 文, ‘안심할 수 없는’ 安

洪·劉, 기울어진 운동장 반전계기 실종

완주 沈, 흔들리는 군소정당 탈출 기회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한달도 채 남지 않았다. 짧은 대선 기간 동안 숨가쁘게 달려온 대선 후보들 앞에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변수들로 가득찼다. 대선 후보 등록일(오는 15~16일)이 코 앞으로 다가온 현재 5당 체제로 구도가 그려진 가운데 각 후보들이 안고 있는 고민과 과제들을 들여다 보았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사진=설석용 기자)

문재인, 결국 넘어야 할 ‘반문정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대세론이 거론될 당시부터 이른바 ‘반문정서’의 딜레마와 싸워왔다. 지난 총선 당시 국민의당으로의 이탈 과정에서 부각된 ‘친문패권’이라는 딱지는 대선 경쟁 과정에서도 유효한 동력으로 자리하고 있다.

‘반문’의 기조는 조기 대선 윤곽이 잡히면서 ‘개헌’과 함께 주요한 연대 고리로 내세워졌다. ‘양극단을 배제하자’는 구호의 한 축에는 ‘친문’이 자리하기도 했다. ‘반문세력’은 당내에서도 통용되는 표현이었다. 김종인 전 대표는 탈당 전부터 당내에서 ‘반문연대’ 등을 주장해 왔고 최근 안희정 캠프에서 활동하던 박영선 의원과 변재일 의원의 선대위 참여와 관련해 불참 등 논란이 불거지면서 문재인을 기준으로 한 ‘주류-비주류’ 갈등이 다시 주목받는 구도가 그려지고 있다.

이 같은 반문정서는 세력 갈등을 넘어 유권자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스로 만든 것이든 주어진 이미지든 결국 누구보다 ‘적’이 많은 후보가 됐다. 1등 주자라는 점도 무시할 순 없지만 이른바 ‘반문 정서’가 단기간에 구축된 것이 아닌 오랜 시간을 거쳐 형성돼 온 것이라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실제로 문 후보는 지난 7일과 8일 한국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응답률 19.3%,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응답률 32.1%를 얻으며 ‘비호감’ 1등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또 문 후보의 부정적 인식의 한 축으로 ‘안보에 대한 불신’도 자리잡고 있다. 같은 조사에서 문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이유로 ‘안보에 대한 생각이나 능력을 믿을 수 없다’(22.1%)는 답변이 ‘이념이나 정체성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12.6%), ‘입장이 다른 정치인이나 세력을 포용하지 못하고 폐쇄적이다’(11.1%)를 앞섰다. 이에 최근 정권교체 구도가 안보구도로 흘러가는 분위기도 반갑지 않은 대목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최근 고조되고 있는 안보 이슈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해묵은 ‘안보불신’ 숙제를 넘어설 수 있을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남은 대선 기간 반문정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문 후보의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만약 대통령에 당선되서도 반문 정서는 원할한 국정 운영을 발목 잡을 수 있는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안철수, 불안한 두 마리 토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사진=설석용 기자)

그동안 숨죽여 왔던 안철수 바람이 대선을 한달 남짓 앞둔 시점부터 거세게 불었다. 국민의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후 양강 구도에 대한 여론조사가 실시되고 논란은 있지만 선두였던 문 후보를 앞서는 지표가 속속 발표되면서 강력한 주자로 떠올랐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20%를 넘지 못했던 지지율이 급등세를 보였지만 안 후보는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지지율의 성격 때문이다. 이번 급등세는 순수한 안 후보에 대한 지지라기 보다는 전반적으로는 ‘반문’ 또는 마땅한 후보를 찾지 못해 방황하던 보수와 중도성향 지지층의 이동 영향이 크다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다른 대안 후보가 등장하거나 적극적 투표층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급격히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상대적으로 탄탄한 지지층을 보유한 문 후보를 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흘러온 이질적인 지지층과 진보층과 호남을 중심으로 한 기존 지지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하는 숙제를 내포하고 있다. 결국 둘 또는 그보다 더 많은 성향의 유권자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답을 마련해야하는 상황이다. 앞으로 안보나 복지, 경제관 등 성향적으로 갈라질 수 밖에 없는 문제에 직면할 때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후보보다 낮은 정당 지지율도 걱정거리다.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가 데일리안의 의뢰로 9~11일 사흘간 전국 성인 199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전체 응답률은 4.2%, 표본오차는 95%의 신뢰수준에 ±2.2%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참조) 국민의당의 지지율은 17.9%로 안 후보 지지율 37%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대선 후보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이 근사치를 보인 타 당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처럼 낮은 정당 지지율은 후보의 지지층이 견고하지 않다는 반증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안 후보는 ‘국정운영능력’에 대한 의구심으로도 이어지는 형국이다. 앞서 인용한 한국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 후보의 국정운영능력이 미흡하다’고 답한 비율은 22.1%로, 18.1%를 보인 문 후보에 비해 높았다. 또 안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힌 응답자 가운데 32.7%가 ‘국정경험이 없고 소속 정당의 국회의원 수도 적어 국정운영을 잘 못할 거 같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40석에 불과한 국민의당 의석수가 안 후보의 수권능력에 대한 의구심으로 표출된 셈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사진=최병춘 기자)

아슬아슬 ‘양날의 검’ 홍준표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는 강점과 약점 모두 명확한 것으로 평가된다. 오랜 경험을 통한 정치감각은 여타 후보들에 비해 두드러진 강점 중 하나다. 또 ‘모래시계 검사’라는 타이틀과 가난을 극복하고 한 정당의 대선 후보의 위치에 오른 스토리도 장점이다.

하지만 그의 언행은 언제나 ‘양날의 검’으로 비유될 만큼 변수가 크다. 그의 거침없는 발언은 뚜렷한 소신으로 평가되며 지지층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면도 있지만 반감 여론을 이끌어 내는 도화선이 되기도 한다. 또 이 같은 언행이 대중의 시선을 끌고 지지층 결집에는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나 대중 지지로 이어질 확장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홍 후보 측은 자신에 대한 여론의 반감에 대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와 힐러리가 붙었을 때 비호감도 조사를 보면 트럼프가 훨씬 높았다. 선거에서 절대 나쁜 게 아니다”고 크게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홍 후보의 상황도 유리한 지형이라 볼 수 없다. 홍 후보에게 남은 형사 재판은 대선 과정은 물론 만약 당선이 되더라도 문제가 될 소지를 남겨두고 있다.

홍 후보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대표로부터 정치자금 1억원을 불법 수수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9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됐다. 올해 2월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지만 대법원에 사건이 아직 계류 중이다. 2심 판결로 홍 지사는 대선 출마가 가능해졌지만 대법원의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자격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홍 후보가 공직자 사퇴시한 3분을 남기고 경남도지사 직을 사임 과정에서 무산된 재보궐 선거도 논란의 대상이다.

어찌보면 대선 구도의 맹점이 홍 후보에게는 더 큰 난제다. 탄핵 정국으로 직격탄을 맞은 자유한국당은 한 때 후보를 내는 것이 맞느냐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불리한 지형에서 대선을 맞이했다. 새누리당 대신 자유한국당이라는 새이름으로 출발 했지만 집권 가능성에 대한 의문부호는 여전히 남아있다.

보수 지지층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보수당 후보가 아닌 대안 후보에 관심을 더 주었다. 반기문 전 유엔총장에 집중되던 관심은 황교안 권한대행으로 이어졌다. 이후에는 경쟁 정당인 민주당 경선 후보였던 안희정 도지사에게 흘러가기도 했다. 지금은 상당 부분이 안철수 후보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홍 후보는 “(대선이) ‘탄핵’에서 ‘안보’로 프레임이 바뀌면 반격의 계기가 생긴다”며 보수 집결을 통한 반전을 기대하고 있지만 집권 가능성과 관련해 아직까지도 내부 동력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이미 벌어진 지지율 격차를 좁혀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사진=바른정당=뉴스포스트DB)

유승민, 익숙치 않은 고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도 홍 후보와 같은 맥락의 고민을 갖고 있다. 바른정당은 ‘친박세력’과의 결별을 선언하며 보수 재건 기치를 내걸고 출발했지만 결국 ‘정권교체’라는 큰 구도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유 후보 인물에 대한 평은 좋으나 대선을 앞두고 주목도나 파급력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한때 진보진영에서도 가장 경계되는 보수 진영의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대선 판에 뛰어든 이후 한자리수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후보 개인의 문제도 있겠으나 기대에 못미친 당의 세력화와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평가받고 있는 대선 구도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개혁 보수’ ‘진짜 보수’ 기치를 내걸고 새누리당과 작별하며 탄생한 바른정당은 창당 이후 기대에 못미치는 지지율을 보이며 보수 지지층의 큰 응집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정통 세력에도 또 대안 세력으로도 자리매김하지 못하면서 집권 가능성도 낮게 평가되고 있다.

깨어나지 않는 ‘샤이 보수’와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박 전 대통령의 ‘증세없는 복지’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며 얻은 ‘배신자’라는 딱지도 극복 대상으로 꼽힌다. 특히 유 후보는 ‘배신자’ 프레임 돌파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 지역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TK에만 집중하면서 정작 경쟁력이 높은 수도권은 놓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답보는 대선일이 다가오면서 불확실성으로 이어지며 반등의 계기도 쉽게 가져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유 후보는 ‘완주’를 이야기 하고 있지만 이 같은 불확실성은 끊임없는 단일화나 연대론을 쏟아내고 있다. 유 후보측도 단일화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면서도 ‘현재까지는’ ‘이대로는’ 이라는 전재를 남기며 변수의 여지를 남기고 있어 불확실성을 완전히 제거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결국은 유 후보가 낮선 고난을 극복해 낼 수 있느냐가 완주의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거대 정당에서 활동할 당시 고민하지 않았던 대선 자금 문제도 넘어야할 과제다. 당장 15% 득표율을 넘지 못하면 대선 자금을 보전 받지 못한다는 점을 들어 유 후보가 대선행보를 끝까지 이어가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유 후보 측은 “불필요한 것을 안하고 절약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라는 입장이다. 유 후보도 바른정당도 정치적 위상과 입지를 위해서라도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벌이고 있다. 섣부른 출구전략이 도리어 독이 될 수 있어 앞으로의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자칫 잘 못된 수로 아직 남은 ‘대역전’의 가능성 뿐 아니라 가치있는 퇴장 마저도 이뤄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 같은 고민은 비단 유 후보 뿐 아니라 한국당의 홍 후보도 갖고 있는 고민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사진=뉴시스=뉴스포스트DB)

심상정, 이번엔 다르다?

 

심상정 후보도 유 후보와 일견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심 후보의 목표가 대통령 당선이라는 것은 여느 후보와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는 정권교체 요구에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한 후 사퇴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은 만큼 완주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번 선거만큼은 자신의 표가 사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에 따른 판단이다.

하지만 군소정당의 후보로서 ‘당선 가능성’보다는 ‘얼만큼 표를 얻느냐’에 더 시선이 가는 것이 현실적이다. 심 후보 역시 대통령 당선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하면서도 자신의 득표율이 가진 의미에대해서도 꽤 비중있게 설명해왔다.

지난 12일 에너지정책연대 정책협약식 인사말에서 심 후보는 “정의당의 존재가 약해지거나 힘을 가지지 못한다면, 아마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과거 정권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정의당이 얼마나 힘을 받을 수 있냐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우리 정치가 개혁세력 중심으로 개편을 위해서는 정의당의 선전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그동안 소수정당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정의당이 정치적 입지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다음 총선으로의 교두보가 될 기회이자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민주당의 선전으로 정권교체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높은 득표율을 기대했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 급부상으로 상황이 묘해졌다. 안 후보도 정권교체 프레임에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안 후보 쪽으로 보수 지지층의 합류 등으로 구도가 모호해 졌다. 이번에도 소신 투표가 기대만큼 이어질지 미지수다. 군소정당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봤던 이번 선거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다. 심 후보 본인 보다 외부의 변수 영향이 더 크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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