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변색된 ‘스몰웨딩’

‘스몰웨딩=저비용’ 아니다

스몰웨딩 업체 있지만···일반 예식장에서도

상업화된 스몰웨딩에 뒷통수

작은 결혼식을 진행하고 있는 예비부부 (사진=설석용 기자)

[뉴스포스트=우승민 기자] 공장에서 찍어대듯 ‘신랑·신부 입장, 성혼선언문 낭독, 주례사, 행진’으로 이어지는 판에 박힌 결혼식을 거부하는 예비신랑·신부들이 늘고 있다. 형식과 규모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하객 수는 적더라도 본인들의 취향에 맞게 꾸며진 결혼식을 꿈꾸는 예비부부들. 일명 ‘스몰웨딩’이 이들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4년전 이효리-이상순 커플이 제주도에서 하우스 웨딩을 했을 때만해도 스몰웨딩은 장안의 화제였다. 그후 정인-조정치, 방송인 김나영, 구혜선-안재현, 김태희-비 등 유명 연예인들도 소소한 결혼식을 동참하며 스몰웨딩 트렌드 반열에 올라섰다. 결혼 비용도 아끼고 개념 연예인이라는 타이틀까지 덤으로 얻었다.

스몰웨딩은 소규모로 진행되는 만큼 과한 비용의 압박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결혼식을 치룰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대중화된 스몰 웨딩이 또 다른 럭셔리 웨딩의 상업적 유행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에 <뉴스포스트>는 새로운 트렌트로 자리잡은 스몰웨딩의 문제점과 한계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의미 변색된 값비싼 ‘스몰웨딩’

스몰웨딩은 규모나 하객 수는 적더라도 본인들의 취향에 맞게 꾸며진 웨딩을 원하는 부부들을 위한 웨딩을 뜻한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대중화된 ‘스몰웨딩’은 또 다른 럭셔리 웨딩의 상업적 유행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스몰웨딩’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는 이효리 이상순 커플은 최측근 지인 30여 명만 초대해 소규모 하우스 웨딩을 올렸다. 주례사도, 명품 협찬도, 연예인 들러리도 없었으며, 화려한 티아라 대신 꽃 화관을, 값비싼 부케 대신 들꽃을 택했다.

연예인들의 작은 결혼식 열풍은 확실히 결혼 문화의 모범사례를 만들었다. 이에 우리 사회가 가지는 현상과 맞물려 ‘스몰웨딩’이 웨딩 업계의 블루오션으로 자리 잡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3월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전국의 20~40대 기혼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예비부부가 결혼자금으로 쓴 금액이 2억 7420만원으로 나왔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부분은 2억에 가까운 비용이 든 주택이었지만 그 다음으로 결혼식 비용이 2081만원을 차지했다.

또한 조사결과 간소화된 결혼식에 대해 전체의 87.4%가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처럼 부담스러운 결혼 비용에 예비부부가 간소화 할 수 있는 부분은 예식장 비용이었고, 젊은 사람들의 인식 변화와 함께 불러온 것이 ‘스몰웨딩’이다.

하지만 본질을 잊어버린 채 의미가 변질된 스몰웨딩 문화가 퍼지면서 곳곳에서 적잖은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이에 가벼운 결혼식을 만드는 업체들도 등장하고 있고, 추가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도록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이 최근 몇 년 사이 대중화된 ‘스몰웨딩’이 또 다른 럭셔리 웨딩의 상업적 유행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하우스 웨딩’을 전문으로 하는 W업체에 따르면 하우스 웨딩은 고급 호텔 예식 못지않게 비용이 치솟고 있다. ‘스몰웨딩’ 콘셉트로 맞춤 제작된 디자이너 브랜드의 명품 드레스를 포함해 소위 ‘스·드·메’로 불리는 웨딩 패키지는 8000여만 원에 달한다.

하객 100명을 기준으로 1인당 11만 원가량의 식사를 접대하는 피로연 비용만 1100만원이다.

웨딩플래너 김보라씨는 “요즘 스몰웨딩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하기 보다는 개성을 드러낼 수 있어서 선택하는 예비부부들이 많다”며 “하객 수는 줄이고 다른 부분을 고급화하고 겉으로는 스몰웨딩처럼 보이게끔 해 어쩔 때는 일반 웨딩보다 가격이 높아지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트렌드’가 되면 돈이 되기 마련이다. 검소한 취지로 등장한 스몰웨딩의 수요가 높아지자 업계는 이를 위한 새로운 상품을 내놓으면서 의미가 변질되고 있고, 스몰웨딩은 하객 수만 적을 뿐 정해놓은 예산을 훌쩍 넘겨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조사결과 서울 시내에 집처럼 꾸며 놓은 소규모 예식장들은 1000만원에 가까운 비용을 요구했다. 여기에 조금 더 격식 있는 결혼식을 위해서는 ‘부부만을 위한 특별한’ 생화장식에 200만~300만원, 대관료 등 다양한 옵션을 필수로 추가해야 했다. 이에 식대 4만 원 선의 일반 예식장에 하객을 300명을 초대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돌리는 예비부부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현상은 한번뿐인 결혼식을 멋지게 하고 싶은 예비부부들은 추가비용으로 인해 스몰웨딩보다 격식이 있다고 생각되는 일반웨딩이 낫다고 생각해 전환하는 경우다.

이에 웨딩업체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스몰웨딩을 고려하다가 결국 일반 웨딩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며 “실제로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 포기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거품을 걷겠다며 부부가 모든 과정을 직접 준비하는 ‘셀프웨딩’을 선택하는 예비부부는 드물었다. 현실적으로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고,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내놓을 자신도 없기 때문이다. ‘50만원 스·드·메’ 등을 내놓은 초저가 웨딩상품의 경우 드레스나 스튜디오, 메이크업을 준비하는 업체를 알려주지 않아 막상 뚜껑을 열어 보면 내용물이 부실하다는 평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저비용으로 셀프 웨딩사진을 찍은 예비부부의 사진이 벽에 붙어져있다 (사진=뉴스포스트DB)

대규모 웨딩업체에서도 ‘스몰’

 

이에 가벼운 결혼식을 만드는 업체들도 등장하고 있듯이 대형웨딩업체에서도 스몰웨딩을 진행하고 있었다.

A웨딩업체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스몰웨딩 업체가 따로 있지만 일반 예식장에서도 스몰웨딩을 진행하기도 한다”며 “일반웨딩홀은 성수기와 비수기로 나누어 성수기에는 인원 제한이 있지만 비수기에는 인원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웨딩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호텔에서는 조금 더 스몰웨딩을 성수기와 비수기로 나누지 않은 채 조금 더 효율적으로 스몰웨딩이 가능하다.

A 웨딩업체 관계자는 “호텔에는 작은 방부터 시작해 연회장까지 있다. 호텔은 이러한 공간적인 부분을 활용해 작은 방에서 보통 스몰웨딩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객 인원이 줄어들면 웨딩업체들은 식대나 꽃장식 가격을 일반 결혼식보다 높게 책정해 장소 임대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불하도록 요구하기 마련”이라며 “스몰웨딩 시장을 노린 유명 호텔들도 회의공간을 예식장으로 개조해 비싼 대관료를 받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호텔에서 럭셔리 스몰웨딩을 즐기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더 플라자 호텔은 최근 웨딩 트렌드인 스몰 럭셔리에 발맞춰 20명에서 최대 80명까지 맞춤형 웨딩이 가능한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기존 호텔웨딩을 선호하는 고객군은 대규모 웨딩을 진행했지만 지난해부터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신랑, 신부가 원하는 선호하는 콘셉트로 웨딩을 진행하는 형태가 늘어나고 있다.

더 플라자호텔 관계자는 “소규모 맞춤 웨딩을 통해 매년 10% 이상의 예약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며 “고급스러운 이미지까지 줄 수 있는 스몰웨딩을 원하는 고객층들이 늘어나면서 맞춤형 스몰웨딩을 내놓게 됐다”고 전했다.

또한 제주신라호텔은 소규모 결혼식 콘셉트의 ‘스몰 부티크 웨딩’을 내놓았다. 국내외 예비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설계돼 결혼식도 하고 하객들과 함께 제주 관광을 할 수 있는 30명 규모의 오붓한 웨딩이다. 비용은 30명 선으로 잡았을 때 최소 연출비 300만원에 식비는 인당 10만원씩 해서 총 600만원이 든다.

웨딩플래너 김보라씨는 “스몰웨딩이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많이 하고 있어 유행처럼 많이 하지만 단순히 비용만 낮춘 것이 아니라 특색이 있는 웨딩을 꿈꾸는 고객들이 늘면서 이러한 방향으로도 스몰웨딩이 나아가고 있기도 한다”고 전했다.

하객 수만 적다고 ‘작은 결혼식’은 아니다. 국내서 유행하고 있는 ‘스몰웨딩’은 어느새 또 다른 보여주기식 결혼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를 타파하려면 예비부부의 의견일치, 부모세대의 수용, 합리적으로 결혼할 수 있는 장소, 예비부부가 주체적으로 기획하고 진행하는 결혼식 등이 박자를 맞춰야 진정한 의미의 스몰웨딩이 이뤄질 수 있다.

이에 유계숙 경희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관혼상제(冠婚喪祭) 중 ‘혼’을 가장 중요한 의례로 여기는데, 스스로 체감하고 경험할 수 있는 의례가 ‘결혼’이 유일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부모들은 자식 결혼까지 자신의 역할로 인식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만큼 ‘제대로 된’ 결혼을 해야 자신의 역할을 다 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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