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비 챙기려 분양 강행…결국 시행사 채무까지 ‘독박’

[뉴스포스트=도기천 기자] 대규모 정리해고와 직장폐쇄 등으로 노사갈등을 빚고 있는 한진중공업이 최근 대규모 주상복합건물 시공을 맡았다가 1000억원대의 손실을 입게 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2002년 서울 경희궁 맞은편에 건립된 주상복합건물 ‘베르시움’의 시공사로 참여했는데, 당시 시행사인 ‘보스코산업’이 자금횡령 등으로 부도가 나자 공사비 320억원을 고스란히 떼이게 된 것.

한진은 손실을 만회하게 위해 공사를 강행했으며, 직접 분양에 나섰으나 시행사와의 분쟁과 경기침체 등으로 분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이후에 발생했다. 당시 삼성생명이 시행사인 ‘보스코산업’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530억원을 대출해 줬는데, 시행사가 부도가 나자 삼성생명이 시공사인 한진중공업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한 것.

삼성생명측은 “비록 시행사가 부도났더라도, 한진이 이를 승계해 분양을 진행한 만큼 삼성생명의 대출금까지도 떠안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한진중공업과 삼성생명은 2006년부터 5년간 지루한 법적 공방을 벌여왔다. 소송의 내용은 시행사가 채무이행을 못할 경우 시공사가 연대책임을 져야 하느냐의 문제였다.

한진중공업은 시행사인 보스코산업에 대해 지급보증이나 연대보증을 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법원은 1,2심에서 시공사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시공사의 일부 책임 가능성을 제시하며 2심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냈고, 결국 법원은 한진중공업의 책임을 물은 것이다.

결국 한진중공업은 지난 1월 삼성생명에 348억원을 배상하고 이자 375억원도 지급했다. 떼인 공사비까지 포함하면 총1043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됐다. 한진중공업의 자기자본 2조813억원의 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베르시움’은 지하 7층~지상 18층 규모의 호텔식 오피스텔로 현재 공정률 70%상태에서 공사가 멈춘 상태. 한진중공업과 시행사는 지난 2002년부터 분양에 나섰지만 채권단인 삼성생명 등과의 복잡한 권리관계로 인해 분양 실패를 거듭해 왔다.

법적인 권리관계가 정리되지 않으면 투자자가 분양을 받아도 소유권 등기이전이 되지 않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대부분 미분양 상태로 남아있다. 그나마 분양받은 세대들도 공사 중단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게 돼 시공사인 한진과 시행사인 보스코산업을 동시에 고소한 상태다.

결국 한진중공업은 분양을 통해 시공비를 챙기려다 수백억원대의 채무까지 고스란히 떠안게 됐으며, 분양자들에게도 피해를 끼친 결과를 초래했다.

한진중공업측은 “삼성생명에게 배상액을 지급한 것은 법정이자비용를 물지 않기 위한 조치며, 재판이 마무리됐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이미 1,2심에서 승소한 바 있는데도 법원이 무리하게 책임을 물은 것이다. 현재 대법원에 상고했다”고 밝혔다.

한편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말 생산진의 1/3에 해당하는 400명 구조조정 방침을 밝혔고, 170명을 정리해고 했으며, 230명이 희망퇴직 했다. 이에 노조는 총파업을 벌이고 있으며 사측은 영도조선소 등에 대해 직장폐쇄를 단행한 상태다.

한진중공업 사태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불거져 나온 이번 사건이 노사간에 또다른 불씨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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