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 ‘역사풍경: 서소문동 37번지’ 9월 3일~11월 12일

중구 정동의 중명전이다. 중명전은 대한제국의 근대 건축물로 최초의 서양식 건물 중 하나이자, 을사늑약이 체결되고 헤이그에 특사를 파견하는 등 시련의 근대사를 간직한 현장이다. (사진=신현지 기자)

[뉴스포스트=신현지 기자] 영국의 에드워드 카 (Edward Hallett Carr, 1892~1982)에 의한 역사란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라고 했다. 20세기 초, 크로체(Benedetto Croce)는 “모든 역사는 현대사(contemporary history)”라고 했고. 즉, 이는 역사란 지나버린 과거가 아닌 여전히 살아있는, 그래서 미래를 구성하는 것이라 해석된다.

대한제국선포 120주년과 UIA 2017 서울세계건축대회를 맞이하여 서울시립미술관이 서소문 본관 건축에 대한 아카이브(archives)를 모아 지난 9월 3일부터 '역사풍경: 서소문동38번지' 전을 선보이고 있다.

 격동의 구한말(舊韓末)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정동일대의 모습을 세밀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의 제공이다.  

시립미술관이 있는 서소문의 정동일대는 구한말 각국의 공사관들과 선교사 등으로 한국 근현대사의 격동기를 겪었던 장소다. 육영공원-독일영사관-한성재판소-토지조사국-경성재판소-대법원-서울시립미술관으로 이어지는 서소문동 38번지를 오늘에 재조명하는 이유에 서울시립미술관은 비운의 역사로 일컬어지는 대한제국 시기나 치욕의 역사인 일제강점기를 어두운 과거에만 머물게 할 것이 아니라는 것에 있다. 즉 역사적 그 변이과정을 살펴보고 예술적 재해석에 함께 하자는 취지다.

이처럼 예술적 재해석을 통해 역사를 소환하는 서울시립미술관의 '역사풍경: 서소문동38번지' 전은 4개의 섹션으로 펼쳐진다.

서울시립미술관, '역사풍경: 서소문동38번지' 전시 (사진=신현지 기자)

 첫 파트는 신문물의 근대적 공간을 형성했던 19세기 구한말 정동길과 대한제국에 얽힌 역사적 풍경이다.

 '사민필지', '육영공원등록' 등 고문서에 나타난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영어교육기관인 육영공원과 고종황제의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자주독립국가로서의 위상을 꿈꾸었던 격동의 역사를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또 서소문동38번지의 육영공원이 소유권 문제로 독일공사관과 자리를 맞바꾸어 독일공사관이 된 그 현장의 모습도 재현된다.

두 번째 파트에는 식민지의 그늘을 보여주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재판소인 한성재판소의 부지가 한일합방이후 경성재판소로 어떻게 넘어가는지 그 과정을 보여준다.

고종은 을미개혁 (1895년)으로 행정권으로부터 사법권을 분리, 1988년 최초의 근대적 재판소인 한성재판소를 이곳에 설립한다. 그러나 한성재판소는 1910년 한일합병 후 일제 지배로 토지조사국으로 변모되고 이어 1928년에는 경성재판소로 변모하여 많은 독립운동가를 구금하고 억압하여 일제의 탄압의 공간으로서 자리 잡게 된다.

더욱이 일제는 경성재판소의 부지를 도로면보다 약 6미터를 더 높여 그 권위를 강조하기까지 한다.  

세 번째 파트는 1995년 서초동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대한민국 대법원으로서 현대적 법적 규율과 권위의 상징을 보여준다.

즉. 광복이후 경성재판소서가 있던 소문동38번지'는 미군정(1945~1948)을 거쳐 대한민국 대법원으로 자리매김한다. 이에 1995년 서초동 이전이 결정되기까지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의 판결은 대법원 서소문시대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네 번째 파트에는 시민들의 참여와 소통의 공간으로 변모한 서울시립미술관의 리모델링 과정을 보여준다. 서소문동 38번지는 1995년 대법원이 서초동으로 이전하기까지 권위의 상징이다. 하지만 서소문동 38번지 부지가 시민의 문화공간으로 다가서면서  친근한 면모를 갖춘다.  이 과정에 서소문동 38번지 부지는 대법원 건물이 지닌 역사성 유지와 현대적 미술관이라는 용도에 맞게 리모델링한다.

건물의 전면중앙부 벽체를 보존보수하고, 전면 양측벽체를 철거 후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공공 미술관으로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처럼 서울시립미술관이 마련한 서소문동38번지의 변천과정을 통해 본 이번 전시는 역사를 과거란 이름으로 기억 속에 묻어버릴 것이 아닌 현재를 함께 걸어가는, 그래서 끊임없는 과거와의 대화로 비운의 역사는 반복할 수 없음을 알게 한다.

한편 서울시립미술관의 예술적 재해석을 통해 마련한 '역사풍경: 서소문동38번지' 전시는 11월 12일까지 서소문본관 3층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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