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 “현장업무 이해도 높이기 위했던 것…보건증 논란은 인정”

[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롯데호텔이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사무직 직원들을 현장에 투입해 아르바이트 대체 인력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올해 초 새로 부임한 김정환 롯데호텔 대표가 직접 직원들의 대체근무 장려를 지시한 것으로 드러나며 논란이 증폭됐다. 롯데호텔 측은 우수 간부를 육성을 위해 현장 업무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취지였다고 해명했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인건비를 아끼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불만이 나왔다. 더욱이 문제는 음식점 종사자에게 필수인 보건증이 준비되지 않은 직원들까지 현장에 투입됐다는 것으로 위생관리가 호텔의 명성을 쫓아가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제기됐다.

 

롯데호텔. (사진=뉴시스 제공)

사무직 직원 현장 투입, ‘인건비 절감 꼼수?’

19일 YTN 보도에 따르면 롯데호텔은 지난 8월부터 사무직을 포함한 과장 이하 모든 직원들에게도 현장 경험을 늘리기 위해 한 달 최소 한 차례 이상 현장 업무를 부여하는 ‘스텝 업’ 제도를 시행했다.

해당 매체가 확보한 롯데호텔 내부 회의록에 따르면, 김정환 대표는 아르바이트와 용역 사용을 줄이고 현장이 바쁠 때는 지원 인력이 도와주라고 강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최저임금과 인건비 상승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말로 사실상 비용 절감을 우회적으로 주문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에 담당 부서는 스텝 업 제도를 통해 인건비 400만원이 절감됐다는 내용의 보고를 올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호텔 직원들 증언에 의하면 140여명의 직원이 1개월 마다 1회씩 호텔식당‧로비 등에서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IT‧회계‧인사 등 주로 사무직 부서 직원들로, 주로 빈 그릇 수거나 호텔손님 짐을 들어주는 등 허드렛일을 맡았다.

이에 일부 직원들은 롯데호텔측이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직원들에게 잡일을 시킨 것이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문제는 또 있었다. 투입된 직원 70여명은 음식점 종사자에게 필수인 ‘보건증’ 없이 일한 것으로 확인된 것. 롯데호텔 직원들 증언에 따르면 8월 중순부터 현장에 투입되기 시작했는데 보건증을 발급받으라는 공지는 9월 4일쯤에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식품위생법에 따라 외식업 종사자들은 보건소에서 해마다 한차례씩 건강진단결과서(보건증)을 제출해야 한다. 한 달에 한 두 번씩 뷔페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경우에도 보건증 발급은 필수로, 만약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 등의 제재가 있을 수 있다.

 

롯데호텔 “현장업무 이해 위한 조치…보건증 논란은 인정”

롯데호텔 관계자는 “현장 경험을 갖춘 우수간부를 육성 하고자는 차원에서 시작한 제도인데, 추진 과정에서 직원들의 불만 수렴 등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미흡했던 것 같다”며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하고 직원들과의 소통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김정환 대표가 인건비 절감을 위해 해당 제도를 도입했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스텝업 제도의 최종 결정은 김 대표가 한 것이 맞다”면서도 “그동안 사무직 직원들의 현장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에 대한 지적이 있어왔고 해당 제도는 김 대표가 부임하기 전부터 논의됐던 사안이다”고 해명했다.

인건비 절감 보고에 대해서 관계자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시행된 제도가 아니기 때문에 보고서 또한 인건비에 맞춰 작성되지 않았다”며 “400만원 인건비 절감 내용도 ‘비고란’에 적힌 부분이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 입장에서 400만원은 큰돈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스텝 업 제도를 위해 교육비가 별도로 들어갔기 때문에 비용절감의 측면에서는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보건증 여부 논란에 대해서는 “미흡했던 부분이 맞다”며 “해당 사실을 인지한 뒤 식·음료쪽에 파견된 직원들의 파견을 중지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보건증이 없는 직원들에 대해서는 발급을 받으라고 지시했고, 현재 발급이 진행 중이다”며 “보건증이 없는 직원들은 현장에 배치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장에 파견된 직원들이 했던 업무에 대해서는 “연회장 직원들이 주로 하는 서빙, 치우는 일, 행사 진행, 전체적인 행사진행 교육 등이 주로 이뤄졌다”며 “음식을 직접 만지는 등의 조리업무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근로자 '처우 논란' 계속 불거져

한편, 롯데호텔의 이 같은 해명에도 회사를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이 여전히 차가운 이유는, 롯데호텔이 그동안 근로자 처우와 관련해 각종 논란이 계속해서 불거져 나왔기 때문이다.

롯데호텔은 지난 2015년 1년 이상 근무한 아르바이트생들을 무더기로 해고하면서 퇴직금을 주지 않다가 아르바이트생들의 요구로 퇴직금을 뒤늦게 지급했다.

당시 롯데호텔 측은 노동부나 민형사상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명시한 합의서 체결을 강요해 비난을 받다 공식 사과하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각종 수당을 아끼기 위해 아르바이트생들의 고용을 제한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롯데호텔은 ‘근무제한’이라는 이름의 문서를 만들어 일용직 아르바이트생들이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근무하지 못하도록 관리해왔다.

현행법에 따르면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라면 아르바이트·임시직·계약직 등 근로 형태와는 관계없이 주휴수당을 적용받을 수 있다. 또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는 조건하에 동일한 사업장 및 근무지에서 한 달 60시간 이상씩 1년 이상 근무 할 시에는 퇴직금도 받을 수 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