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다주택자 추가 대출 어려워져…중도금 한도 5억 하향

[뉴스포스트=문현우 기자] “이제 빚내서 집 사고, 그 집으로 돈 벌 수 있는 시대는 갔다고 자신있게 말씀드린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를 하루 앞둔 23일 국회 당정협의에서 한 말이다. 어제 발표된 가계부채종합대책은 우 대표의 발언대로 다주택자의 돈줄을 조여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빚내서 집 사는' 것을 원천 차단해 14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를 잡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인데 경제 성장이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사진=뉴스포스트DB)

신DTI·DSR 도입, 다주택자 옥죈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은 2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으로 다주택자의 대출 규제를 골자로 한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먼저 내년 1월부터 기존 DTI 산정방식을 개선한 신 DTI를 도입한다. 현재 DTI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을 때 기존 대출의 경우 이자상환액만 반영하지만, 신DTI는 기존 대출 원리금 상환액까지 더해 대출한도를 결정한다. 

즉, 신 DTI를 시행하면 기존 주담대 원리금까지 상환액에 포함되기 때문에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이 추가 대출을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것. 

기존 주담대 뿐 아니라 마이너스 통장을 포함한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포함해 산정하는 DSR 도입도 2019년에서 내년 하반기로 시행으로 1년 앞당겼다.

DSR은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계산할 때 주담대뿐 아니라 마이너스 통장, 전세자금대출, 자동차 할부금융 등 전 금융권 대출의 원리금을 반영한다. 또한 차주의 장래소득까지 예상해 대출을 심사, 연소득에 비해 갚아야 할 금융권 부채가 많을수록 추가 대출을 받기가 힘들어지게 된다.  

중도금 대촐 보증한도를 기존 6억원에서 5억원으로 줄이고, 보증기관의 보증 비율을 90%에서 80%로 낮춰 주택집단대출도 정조준했다.

내년 1월부터 금융회사에 대한 중도금 대출 보증한도는 기존 6억원에서 5억원(수도권·광역시·세종)으로 낮아진다. 주택금융공사(주금공)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대출 보증비율도 기존 90%에서 80%로 축소된다.

부동산임대업자에 대한 대출 제한에도 나선다. 정부는 내년 3월 원금 부분 분할상환을 유도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하고, 상환능력 심사시 '이자상환비율(RTI)'을 산출해 참고지표로 활용토록 했다. 

 

(사진=박은미 기자)

알맹이 빠진 정책?

일각에서는 이번 대책이 주담대 규제에만 역점을 뒀다는 회의적인 시각을 내놨다. 다주택자 대출 규제가 강화되는 것이 가계부채는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다.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연 5%를 돌파한 상황에서 내년 4월 양도세 중과까지 시행되면 주택시장은 급랭해 경제성장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건설투자가 0.4%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정근 건국대 교수는 평화방송 라디오에 나와  "내년부터 다주택자 대출은 거의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교수는 "이번 대책은 대출규제, 특히 다주택자 대출규제에 역점을 두고 있다"며 "전체 1400조원 가계부채 중 부동산 담보대출은 560조밖에 안 되고, 그 중에서도 주택구입 목적은 40%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머지 1000조 정도가 생계형이나, 사업자금 대출이라는 얘기인데, 이것을 어떻게 줄이느냐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계속 주담대에만 역점을 두고 있는데 이것은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건설경기가 위축되면서 여기에 종사하던 분들의 신규 생계형자금 대출이나 사업자금 대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또 주택경기가 침체되면 젊은 사람들의 전월세 공급이 적어지면서 전월세 값이 올라서 전월세 자금 대출도 늘어난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 대책은 과거의 틀에서 전혀 벗어나고 있지 못한 셈이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은 24일 논평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고 말했다.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은 "과도한 빚을 내서 다주택을 사재기하는 일을 개선하도록 하는 신DTI·DSR 시행은 긍정적"이라며 "빚 수렁에 빠질 우려가 있는 취약차주들의 연체이자를 낮추고 40만 명에 대한 빚 탕감도 불가피한 조치라고 본다"고 진단했다.

이어 "가계부채 급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던 '묻지마 중도금 집단대출'에 대한 규제 강화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금융기관들이 소비자들의 소득이나 상환능력을 제대로 심사해 대출하도록 관리감독에 철저히 나서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다만 "소득주도 성장으로 구조적 대응하겠다는 대책은 의아하다"면서 "가계부채 탕감과 예산지원을 통한 소득주도 성장은 '도덕적 해이와 막대한 예산세금부담을 가져올게 불 보듯 뻔하다'며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평했다.

김광림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25일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이용해 차익을 내는 것은 막아야 하지만, 수요 한쪽만으로 억제해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하면 시장을 이길 수 없다"며 "공급이 빠진 대책은 반쪽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계부채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을 어렵게 하면 기본적으로 성장에 문제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은행 쪽 돈줄을 죄기 시작하면 영세소상공인은 어디로 가느냐"고 우려했다.

마지막으로 "대출 수요 자체를 줄일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수요를 줄이지 않고 대출을 줄이면 더 고금리로 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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