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페이스 열풍 이어 ‘평창 열풍’

학교서 ‘패딩 금지령’…위화감 조성해

 

[뉴스포스트=우승민 기자] # “엄마! 학교에서 나만 롱패딩 없어” ㅁ고등학교 2학년 재학생 장 모(18,남)씨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롱패딩을 가지기 위해 매일 부모님을 조르고 있다. 같이 어울리는 친구들이 다 가지고 있어 혼자 소외감을 느낀다는 이유다. 이에 부모는 혼자만 가지지 못하는 아들이 안쓰러워 백화점을 갔지만 가장 저렴한 롱패딩의 가격이 30만 원대였다. 하지만 가지고 싶어하는 자식을 위해 결국 30만 원대의 롱패딩을 사주고 남은 생활비를 걱정하며 혼자 속앓이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최근 평년보다 일찍 찾아온 한파로 인해 발목까지 내려오는 ‘롱패딩’ 열풍이 불고 있다. 이에 몇 년 전 학생들 사이에서 열풍이 불었던 ‘노스페이스 패딩’의 뒤를 잇는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패딩의 가격이 학생들이 부담하기에는 고가인 만큼 부모들의 부담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뉴시스)

◇ 학생 겨울 필수템 ‘롱패딩’…등골브레이커

최근 유행하고 있는 롱패딩 열풍은 구스다운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념해 3만개 한정 판매하면서 시작됐다.

현재 평창 롱패딩은 나올 때마다 완판 행진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롱패딩은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노스페이스 패딩'의 뒤를 이은 '신(新) 등골브레이커’로 등극했다.

등골브레이커란 부모의 등골을 부러뜨릴 정도로 가격이 높은 제품을 사달라고 조르는 철없는 청소년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롱패딩의 큰 문제는 롱패딩이 중‧고등학생들의 필수품이 되면서 학부모들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새로운 평창 롱패딩은 정가 14만9000원으로 저렴하지만 다른 브랜드는 30만원대 후반부터 100만원을 호가하기 때문이다. 2011년 70~80만원대였던 노스페이스 패딩에 비하면 부담이 덜하다는 반론도 있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는 “브랜드를 입지 않으면 무시당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예전 노스페이스 패딩 유행 당시 패딩 가격별로 계급을 나눴고, 패딩을 입지 않는 학생들은 무시를 당했기 때문이다.

중학생 자녀를 둔 강모(46) 씨는 "한창 노스페이스 패딩이 유행할 당시 가격 때문에 사주지 못했는데, 이번에 롱패딩이 유행한다고 사달라고 하는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며 "아이에게 합리적인 소비를 따지며 설득도 해봤지만 막무가내였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없어서 못 파는 ‘평창 롱패딩’ 쟁탈전

기본 브랜드 롱패딩의 높은 가격 탓에 100% 거위털 충전재에 14만 9000원의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평창 롱패딩은 가성비 좋은 패딩으로 인기가 치솟아 오르고 있다.

이에 평창 롱패딩의 재입고 소식이 알려지면서 수백 명의 사람들이 전날부터 백화점에서 노숙하면서 대기하는 등의 소동이 벌어졌다.

21일 오후 10시께 잠실 롯데월드몰 지하 입구에 '평창 롱패딩'을 사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 (사진=홍여정 기자)

평창 롱패딩을 얻기 위해 밤샘한 이 모씨는 “요즘 날씨에 롱패딩이 필수라고 생각돼 하나 장만하려고 하는 찰나 가성비 좋은 평창 롱패딩을 알게됐다”며 “롱패딩의 가격을 떠나 평창 올림픽을 기념하면서 한정수량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있는 롱패딩이 될 것 같아서 구하러 왔다”고 전했다.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웃돈이 붙어 팔리고 있어 눈살이 찌푸려진다. 물량을 구하기 힘들어지자 중고나라에 25만원에서 30만 원대의 가격에 재판매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구하기 어려운 ‘평창 롱패딩’의 계속되는 관심에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평창롱패딩을 많이 생산해달라’는 제안이 올라오기도 했다.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소통광장의 ‘국민청원 및 제안’에는 “평창롱패딩 많이 생산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글에서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동계올림픽을 힘들게 개최하게 됐는데 사람들의 관심이 적어 안타까웠다”라며 “요새 평창롱패딩으로 인해 평창 동계올림픽이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게시글을 올렸다.

이어 “그러나 한정 수량으로 인해 매진 이후 어렵게 모였던 평창올림픽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사라질까 우려된다”며 “이 기회를 이대로 놓치기는 너무 아깝다”고 밝혔다.

또한 청원자는 롱패딩의 공급 부족으로 중고거래가가 정가를 크게 넘어서는 현상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평창올림픽 기념품의 정신에도 위배되는 만큼 좀 더 평창롱패딩을 생산해 더 많은 국민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이어졌으면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사진=뉴시스)

◇ 교복만 입으면 추워 ‘롱패딩’ 장착

이처럼 고가 제품이 학생들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롱패딩 금지령’을 내린 학교도 있다.

하지만 최근 SNS에는 교내 롱패딩 착용 금지령을 내리는 학교가 늘어나면서 이에 관해 부당하다는 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어 의견이 분분하다.

보온성이 떨어지는 교복을 입는 학생들에게 롱패딩을 입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A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이 모(19)씨는 "일부 학교에서 롱패딩을 입는 것을 금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얇은 교복을 입고 다니면서 추위에 벌벌 떨어야 하는 학생들의 마음을 좀 헤아려주셨으면 좋겠다"라며 "마냥 유행이라고 다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기 때문에 고가의 제품도 사는 것이다"고 토로했다.

인천의 B고등학교에 재직중인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학생부 담당을 하면서 미안하면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롱패딩을 입고 있는 학생들을 잡는 것이다"며 "고가의 패딩을 입으면서 가지지 못한 학생들을 위한 배려기도 하면서 위화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되기 때문에 학교측에서는 자제를 시킬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한편, 일부 중‧고등학교에서 여전히 교복 위 외투 착용에 대해 학생들은 자유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계교복 자켓을 입은 상태에서만 외투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는 불편하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해 전국 시도교육청에 ▲교복 위 겉옷 착용 금지 규정 ▲겉옷 색상에 대한 과도한 금지 규정 ▲학생의 개성실현 자유를 침해하는 단속 규정 등의 내용이 담긴 학칙을 시정할 것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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