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의 세 번째 영장청구에서 결국 됐다.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 연루된 고위급 정부 인사 중 유일하게 불구속 상태였던 우 전 수석은 ‘불법 사찰’ 혐의로 덜미를 잡혔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15일 새벽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우 전 수석에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권 부장판사는 “혐의 사실이 소명되고 특별감찰관 사찰 관련 혐의에 관련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영장발부 사유를 설명했다.

우 전 수석은 지난해 자신의 비위 의혹을 내사하던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을 뒷조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특별감찰관은 우 전 수석의 처가 부동산을 넥슨이 매각한 것을 두고 내사에 들어가 우 전 수석과 마찰을 빚은 인물이다. 이에 우 전 수석이 “왜 감찰을 하느냐”고 섭섭함을 토로했다고 알려졌다.

검찰은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전략국장으로부터 우 전 수석이 이 전 특별감찰관을 뒷조사해 보고하도록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 전 국장은 ‘비선실세’ 최순실씨를 조사한 국정원 직원을 좌천시키는 등 최씨를 비호했다는 의심을 받는 인물로, 그는 자신의 상관인 국정원장에게도 보고하지 않고 우 전 수석에만 사찰 내용을 직보했다.

이 외에도 우 전 수석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리에 소극적이던 박민권 1차관과 문화체육관광부 간부들, 이광구 우리은행장,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등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관계자 등 공직자와 민간인을 광범위하게 사찰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주로 정부에 비판적인 성향의 인물들을 사찰한 것.

앞서 검찰은 지난달 29일 공개 소환조사 및 지난 10일 비공개 조사를 진행한 뒤 지난 11일 우 전 수석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우 전 수석은 지난 14일 열린 구속영장 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며 “사찰이 민정수석의 통상 업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네”라고 답하기도 했다.

우 전 수석은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며 구속이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검찰은 관계자 진술과 조사에서 얻은 문건 등 물적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다는 입장이었다.

 

적폐청산 수사 탄력받나

우 전 수석의 구속으로 검찰의 적폐청산 수사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우 전 수석은 지난해 가을부터 검찰과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다섯 차례 받는 등 각종 혐의가 짙어 구속수사의 필요성이 계속 제기돼왔다. 그러나 ‘법조계 천재’로 알려진 우 전 수석을 구속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실제로 검찰 조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우 전 수석은 검찰 소환 시 취재진을 노려보거나 팔짱을 끼고 웃으며 조사를 받는 사진이 찍히는 등 여유를 보여왔다.

실제로 검찰이 지난 2월과 4월 청구한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은 모두 기각되며 우 전 수석은 ‘법꾸라지’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후 검찰이 우 전 수석에 개인 비리를 제외한 직권남용·강요 등 8개 혐의를 불구속 기소하면서 적폐청산에 제동이 걸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적폐청산 제동 우려는 국정원 댓글공작 사건에 연루된 각종 ‘거물 인사’가 석방되거나 영장 기각되며 더욱 커졌다.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 사건에 관여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등이 법원의 구속적부심을 거쳐 석방됐고, 청와대 핵심 참모로 군 댓글 사건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런 상황에서 적폐청산 수사의 핵심 인물인 우 전 수석의 구속이 주는 의미는 크다. 검찰의 사기 진작을 넘어 아직 재판이 진행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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