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미국에는 ‘핵단추’를 언급하며 위협을 늦추지 않았지만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사진=로동신문)
(사진=로동신문)

이날 김 위원장은 조선중앙TV를 통해 “새해는 (북한) 공화국 창건 70돌이며, 남조선에서는 겨울철 올림픽 대회가 열리는 것으로 북과 남에 다같이 의의 있는 해”라며 “조선에서 열리는 겨울철 올림픽 대회는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며 성과적 개최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견지에서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남북관계와 관련해 매년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힌 것을 고려하면 올해 신년사는 상당히 구체적으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단 청와대는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청와대는 오늘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평창동계 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를 밝히고, 이를 위한 남북 당국 간의 만남을 제의한 것을 환영한다”며 “평창 올림픽이 평화올림픽으로 성공적으로 개최된다면 한반도와 동북아, 더 나아가 세계의 평화와 화합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당초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부터 북한의 태도 변화를 예상해왔다.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해 몸값이 높아진 만큼, 핵무력을 더욱 공고히 하며 대화 제의 등 평화 공세로 현재의 제재 국면 전환을 꾀할 수 있다는 것. 지난달 14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소장 윤대규)도 ‘한반도 정세: 2017년 평가 및 2018년 전망’ 발간물에서 “핵보유국으로서 동등한 지위에서 미국 등과의 대화·협상을 주도하고 새로운 대외관계를 모색․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본 바 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신년사 초반부부터 핵무력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우리 당과 국가와 인민이 쟁취한 특출한 성과는 국가핵무력완성의 역사적대업을 성취한 것”이라며 “미국본토전역이 우리의 핵타격 사정권안에 있으며 핵단추가 내 사무실책상 위에 항상 놓여있다”고 위협했다. 평창 올림픽을 거론하며 평화의 메시지를 보낸 것은 그 다음이다.

때문에 북한의 ‘평화 메시지’에 숨은 의도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날 북한연구소는 신년사 평가에서 “북한이 대북압박·제재 국면의 탈피를 위해 남북관계 개선 카드를 활용하려는 측면도 있다”며 “북한 핵문제와 한반도 평화문제 관련 공을 남측에 넘겨 한미 간 갈등을 유발하는 전략을 전개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번 신년사는 전례없는 북한의 대화 의지가 담겼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군사적 긴장 완화 등의 간접적 조건이야 물론 있지만, 대남 비판 수위가 아주 낮고 올림픽 참가 용의를 최고지도자가 직접 밝혔다는 점에 있어 전향적 메시지가 담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이번 기회를 통해 경직됐던 남북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2일 국무회의에서 “통일부와 문체부는 남북 대화를 신속히 복원하고 북한 대표단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실현할 수 있도록 후속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도 “남북관계 개선이 북핵 문제 해결과 따로 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 외교부는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도록 우방국·국제사회와 긴밀히 협의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북한의 올림픽 참여를 독려하며 평창 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강조해왔다. 올림픽 개최를 매개로 경직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구상은 지난달 19일 문 대통령이 미국 NBC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합동군사훈련 연기 카드를 내밀며 구체화됐다. 문 대통령은 당시 인터뷰에서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연기하는 검토안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후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같은달 29일 “(한·미 합동군사훈련) 일정은 (미국과 한국) 두 나라의 계획에 달린 것”이라고 훈련 일정 변경 가능성을 시사해 급물살을 탔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한미 합동군사훈련 연기 제안과 김 위원장의 평창 올림픽 참가 시사의 개연성에 대해서는 “꼭 그렇게 볼 수는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신년사가 문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연기를) 제안해서 그것에 대한 응답을 한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면서 “문 대통령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긴밀히 공조해 왔고, 그 결과로 나온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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