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배구조 재편을 통해 그룹 내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 대주주와 그룹사 간 지분 매입·매각을 통해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는 것이 이번 개편안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주식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납부할 세금만 무려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 지배구조 개편 차원의 그룹사와 대주주간 지분 매입·매각을 통한 순환출자 완전 해소를 추진, 미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한다고 28일 밝혔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투자 및 핵심부품 사업 부문'과 '모듈 및 AS부품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한 후 '모듈 및 AS부품 사업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현대글로비스도 이날 현대모비스에서 분할된 '모듈 및 AS부품 사업 부문'과의 합병을 의결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비율은 0.61 대 1이다. 현대모비스 주주는 주식 1주당 현대글로비스 신주 0.61주를 배정 받게 된다. 현대모비스 주식의 경우 분할비율만큼 주식 숫자는 줄어들지만 지분율 자체에는 변화가 없다.
분할합병 이후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등 미래 자동차 핵심 기술 분야에 대한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기존 분산돼 운영되던 물류, 운송 네트워크 통합에 따른 비용 절감 효율성 제고 등의 효과 및 튜닝 및 AS부품, 중고차, 탁송 등 후방 사업을 일원화해 고객 통합 지원 사업도 보다 다각적으로 수행할 방침이다. 또한 '모빌리티 서비스' 등 미래 자동차 분야에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전기도 마련했다.
양사는 오는 5월 29일 각각 개최하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번 분할합병에 대한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현대차그룹은 사업구조 개편과 함께 지배구조 개편도 추진한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 대주주와 그룹사 간 지분 매입·매각을 통해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는 것이 핵심이다.
개편 시점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안이 각사 주주총회를 거쳐, 현대모비스 주식이 변경상장되고 합병 현대글로비스 신주가 추가 거래되는 7월말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은 분할합병 이후 다시 이사회를 열어 각 사의 현대모비스 지분을 대주주에게 매각하는 구체적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기아자동차,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은 현대모비스 지분을 각각 16.9%, 0.7%, 5.7%씩 보유 중이다.
정몽구 회장, 정의선 부회장의 경우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을 통해 분할합병 이후의 현대모비스 지분 인수를 위한 자금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지분거래가 모두 마무리되면 '기아차 → 모비스→ 현대차 → 기아차', '기아차 → 제철 → 모비스 → 현대차 → 기아차', '현대차 → 글로비스 → 모비스 → 현대차', '현대차 → 제철 → 모비스 → 현대차' 등현대자동차그룹의 기존 4개 순환출자 고리는 모두 소멸된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10년, 20년, 그 이상 지속 가능한 사업 경쟁력 확보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최적의 방안을 고민해 왔다"며 "경영 투명성 제고와 함께 주주 중심의 경영 문화가 한층 더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