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4일 청와대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입장발표를 통해 국회에 국민투표법 개정을 촉구했다. 임 비서실장은 “정치권이 개헌을 하겠다고 하면서 정작 국민투표법 개정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매우 이율배반적인 태도”라고 지적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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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임 비서실장은 춘추관 기자회견에서 “ 국민투표법 개정안이 이미 여러 건 발의돼 있지만 아직 상임위에 계류만 돼있고 제대로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촉구했다.

헌법에 따르면 개헌은 국회 3분의2가 찬성한 후 국민투표에서 과반이 찬성하면 완성된다. 하지만 현재 국민투표법은 지난 2014년 7월 헌법재판소가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실행이 불가능한 상태다. 당시 헌재는 재외국민의 국민투표를 제외하는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봤다.

결국 6월 국민투표가 가능하려면 이달 27일 이전에 국민투표법이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임 비서실장은 “국민투표법은 2016년부터 효력이 상실돼 2년 3개월째 국민투표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라며 “국민투표법을 위헌 상태로 방치하는 것은 국민의 투표권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바로잡지 않고서 헌법기관의 책무를 다한다고 볼 수 없으며 국회의 직무유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압박했다.

청와대의 국민투표법 개정 촉구에 여야는 개정안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온도차를 드러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청와대 입장에 적극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이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지방선거용 관제개헌쇼”라고 반발했다.

민주당 제윤경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민투표법 개정은 국민개헌을 위한 선행과제다. 6월 개헌 국민투표를 위해서는 오는 27일이 국민투표법 개정의 마지노선”이라면서 “자유한국당은 즉각 국회를 정상화하고 최우선으로 국민투표법 개정을 위한 상임위 진행 절차에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국민투표법 개정과 관련, “국회에서 논의 중인 국민개헌과 함께 살펴보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전 대변인은 “청와대가 아직도 ‘지방선거용 관제개헌쇼’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며 “임 실장의 입은 더 이상 관제개헌쇼가 아니라 북한 김영철에게 능욕당한 천안함 희생자들과 국민께 사죄하기 위해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권성주 대변인은 “제왕적 비서실장”이라며 청와대의 개정 촉구 형식을 문제삼았다. 권 대변인은 “헌정특위에서 개헌과 정치개혁 전반에 관해 논의하고 있는 만큼 여야 의원들이 국민투표법 또한 개헌안과 함께 다룰 것”이라며 “굳이 국회에 요청하겠다면 여당이나 정무수석 통해 협상하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권력에 취해 낄데 안 낄데 구분 못하는 제왕적 비서실장은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의 원칙마저 깨고 있음을 자신만 모르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민주평화당 최경환 대변인은 “국회가 위헌 상태로 국민투표법을 수년째 방치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면서도 “국민투표법은 조속히 통과되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이런 식으로 청와대의 일방적 압박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대통령 개헌안이 당론인 것처럼 버티고 있는 민주당에게 야당과 적극 협의하도록 주문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전했다.

평화당과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한 정의당은 “국회가 개헌 논의를 진행하면서 위헌 상태의 법을 방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정의당 추혜선 수석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국회가 개헌안의 내용을 합의하는 것만큼이나 이를 위한 절차인 국민투표법을 개정하는 논의도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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