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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영화진흥위원회, 예산 편성 앞두고 블랙리스트 대국민 사과
[현장] 영화진흥위원회, 예산 편성 앞두고 블랙리스트 대국민 사과
  • 김나영 기자
  • 승인 2018.04.05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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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스트=김나영 기자]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 정부에서 블랙리스트 실행기관 역할을 한 사실을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했다. 하지만 영진위 내부에서 블랙리스트 실행 정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과에 나서면서 일각에서는 예산 편성을 앞둔 수 쓰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오석근 영화진흥위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대국민 사과와 혁신 다짐 기자회견'을 열고 블랙리스트 실행기관 역할을 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김나영 기자)
오석근 영화진흥위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대국민 사과와 혁신 다짐 기자회견'을 열고 블랙리스트 실행기관 역할을 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김나영 기자)

영화진흥위원회가 4일 오후 4시 30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대국민 사과와 혁신 다짐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정부에서 불거진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사과하고, 영진위 혁신안을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오석근 위원장, 조종국 사무국장, 김현수 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오 위원장은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진 지 2년만에 대국민 사과를 하게 된 것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늦은 감은 있으나 나름대로 각고의 노력을 통해 이 자리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두 정부에서 관계 당국의 지시를 받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직접 차별과 배제에 참여했다"며 "통렬하게 반성하고 준엄하게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영진위 내부에 '영화진흥위원회 과거사 진상규명 및 쇄신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문체부 진상조사위 조사 결과와 연계한 후속 조사를 진행하고, 자체 조사와 피해사례로 언급되지 않은 미규명 사건에 대해서도 신고 및 제보를 받아 배제 사례 등을 조사하겠다"며 "피해를 입은 영화인에게는 사과와 피해 복원 등 가능한 후속 조치와 재발을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1999년 영화진흥공사에서 민간자율기관으로 독립해 영화에 관한 지원 역할을 위임받는 범국가부문의 전문기구로서 정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지만 정책적 전문성과 독립성을 보장받는 분권자율기관이자 준정부기관이다.

검찰 조사와 문화체육관광부의 1차 진상 조사 결과 영진위는 2009년 각종 지원사업 심사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등 사실상 청와대와 국정원 등 정부 당국의 지침에 따라 지원작·지원자를 선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9년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를 상영한 동성아트홀, <다이빙벨>을 상영한 여러 예술영화전용관과 독립영화전용관들이 정치적 이유로 지원대상에서 배제받았다. 영진위는 또한 작품 상영 결정을 제한할 수 있는 방식으로 예술영화전용관과 독립영화전용관 운영지원사업 수행 방식을 변경했다. 

 

김현수 기획조정본부장이 4일 영화진흥위원회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기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김나영 기자)
김현수 기획조정본부장이 4일 영화진흥위원회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기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김나영 기자)

영진위가 블랙리스트 실행에 개입한 구체적 사실 관계에 대해서는 아직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다. 오 위원장은 "검찰 조사 및 문체부 산하 진상 조사를 통해 명백하게 밝혀진 사실 중 영진위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직접적으로 개입한 부분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향후 영진위 내부 '과거사 특별위원회'에서 시간을 두고 조사를 해 백서화 한 뒤 2차, 3차 보고를 드리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수 영화진흥위원회 산업정책연구팀장은 "부산국제영화제의 경우 예산이 14억에서 7억으로 삭감된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영진위 직원 누가 어느 경로로 개입했는지에 대해서는 추론에 불과하다"며 "블랙리스트 관련 자료가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구두로 전달됐고 공식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과거사 특위가 진상 조사 중이지만 진척이 빠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올해 1월 8일 부임한 오 위원장이 아직 진상이 다 밝혀지지 않은 사안에 대해 사과하는 이유는 내년도 예산 편성과 관계가 깊다는 해석이다. 오 위원장은 "사업을 추진하려면 예산이 필요한데 올해 예산은 이미 전년도에 결정된 사항이기 때문에 변동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사과와 함께 조직개편 등 혁신안에 대해 말씀드리는 이유는 올해 6월까지 내년 예산을 확보하려면 지금부터 영진위가 영화계 사업을 지원하고 구체화하는 기구임을 정립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내년 한국영화 100주년을 겸해 영진위가 여러 사업을 공격적으로 추진하려고 하는데 필요한 부분이 예산"이라며 "영진위가 예산 확보에 대한 필요성을 공유하고 설득력을 얻어 영화계와 빠르게 소통해서 독립영화 지원 등을 내년도 사업으로 구체화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영진위는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를 위해 직제 구조를 대폭 개편할 방침이다. 조종국 사무국장은 "그동안 부정한 일이 가능했던 핵심은 결정권을 특정인이 행사할 수 있는 지휘체계에 있다고 보고 직제개편과 예산편성을 통해 업무의 상당한 권한과 책임을 본부장에게 위임해 실무 단계에서 본부별로 서로 견제할 수 있도록 위원장 등 실무인들은 지원과 감독 역할만 맡는 식으로 실질적으로 외부의 입김이 통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하겠다"며 "이러한 단기적 처방 외에도 부정을 원천적으로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과거사 특위'에서 특별하고 효율적인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김나영 기자 nwhyki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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