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전격 취소됐던 6·12 북미정상회담이 극적으로 정상궤도에 오르면서 북미간 의제 조율을 위한 실무회담이 시작됐다. 북미간 비핵화 방법론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만큼, 이번 실무회담은 북미정상회담 ‘전초전’ 성격이 강하다.

성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왼쪽)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사진=뉴시스)
성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왼쪽)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사진=뉴시스)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북미간 실무회담이 어제(27일)부터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미국 팀이 나와 김정은의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북한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 역시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양국 회담 실무진들은 쟁쟁한 대북·대미 전문가들로 포진됐다. 미국 측은 주필리핀 미국대사가 단장급으로,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과 랜달 슈라이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등이 투입됐다. 북한에서는 최고의 대미통으로 통하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나섰다.

특히 김 대사는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와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등을 지낸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다.

중학생 시절 부친을 따라 1970년대 미국으로 이민한 그는 펜실베이니아 대학을 졸업하고 로욜라 로스쿨과 런던정경대(LSE)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받아 로스앤젤레스에서 검사 생활을 했다. 이후 1988년 외교관으로 이직, 주한대사관 정무참사관(2002~2006년)과 국무부 한국과장(2006~2008년)을 거쳤다. 한국과장을 지내던 2008년에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6자회담 특사로 발탁돼 북한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를 지켜보기도 했다.

이후 2011년 한국계 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주한 미국대사로 임명돼 3년간 활동했다. 2014년 부터는 북핵 문제 관련 미국 정부의 실무 총괄 책임자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겸 한·일 담당 동아태 부차관보직을 맡았다. 이어 2016년 주필리핀 대사로 부임, 한국계 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의 주요 동맹국 대사를 두 차례나 맡는 기록을 세웠다.

최선희 부상은 북한 외무성 ‘최고 실세’로 김정은 체제의 대표적인 대미 협상 창구다. 최영림 전 북한 총리의 수양딸로 알려진 그는 오스트리아와 몰타, 중국 등에서 유학 생활을 하고 1980년대부터 외무성에 근무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대외에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 것은 6자회담 북한 수석대표 통역을 맡은 2003년부터. 최 부상은 이후 5년간 6자회담과 북미협의 등에서 ‘수수께끼 실세’로 이목을 끌었다. 이후 그는 지난 2010년 10월 북미국 부국장을 지나 2011년 7월 6자회담 북쪽 차석대표로 임명됐다. 외무성 부상으로 승진된 것은 올해 3월이었다.

일각에서는 최 부상이 자신의 판단에 따라 상대방의 말을 전부 전하지 않는 ‘제멋대로 통역’을 한다거나 상사인 당시 리근 북미국장이 이코노미석을 탔는데 최 부상이 비즈니스 석을 탔다는 등 일화가 전해지기도 한다.

한편, 북미 양측은 이번 판문점 실무회담을 통해 비핵화 로드맵의 범위와 일정을 어떻게 가져갈지를 놓고 입장을 조율해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어떤 수준에서 행동으로 증명할지, 미국이 어떤 방식의 약속을 통해 북한의 체제안전을 담보할지 등에 대한 의견이 중점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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