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21일 문재인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러시아를 방문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러시아 하원에서 연설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연설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통한 남·북·러 경제협력에 방점을 찍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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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문 대통령은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연설에서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남북 경제협력이 본격화 될 것이며 러시아와의 3각 협력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3국 간의 철도, 에너지, 전력협력이 이뤄지면 동북아 경제공동체의 튼튼한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 초반부터 러시아 유명 학자와 문인, 속담 등을 언급하며 긴밀한 한러관계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역사지리학자 레프 구밀료프를 인용해 “러시아가 구원받을 수 있다면 유라시아주의를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면서 “유라시아의 광활한 대륙은 크고 작은 문명이 교류와 상호작용을 통해 미래로 나아가면서 희망을 키우는 공간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님의 ‘신동방정책’은 평화와 공동번영의 꿈을 담은 유라시아 시대의 선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지난해, 동방경제포럼에서 발표한 ‘신북방정책’은 ‘신동방정책’에 호응하는 한국 국민의 꿈”이라며 두 정책의 유사성을 강조했다. 또 푸틴 대통령의 ‘2024 러시아연방 국가발전목표’와 문 대통령의 ‘사람중심 경제’ 목표도 같다고 말했다.

러시아와의 △미래성장 동력 확충 △극동개별 협력 △국민복지 증진 등 세 가지 경협 확대 방안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혁신을 통해 미래 성장을 준비하는 것은 두 나라 국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반을 다진다는 면에서 아주 중요하다”면서 “한국은 국내에 한-러 혁신센터를 설립하고 모스크바에 있는 한-러 과학기술협력센터를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작년 ‘동방경제포럼’에서 나는 ‘9개의 다리 전략’을 중심으로 두 나라의 협력을 제안했다"며 "가스·철도·전력·조선·일자리·농업·수산·항만·북극항로 개척 등 9개 중점 분야에서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2024 국가발전목표’ 중 하나인 국민 보건 향상도 한국와 협력해 이룰 수 있음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그 과제에 협력하기 위해 한국의 고급 의료기술이 스콜코보에 함께 하게 될 것”이라며 “러시아와 한국 기업의 협력으로 설립되는 최첨단 한국형 종합병원은 암, 신장, 뇌 신경에 특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재활을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의 중요성도 설파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와의 면담에서 남북러 3각 협력의 주요사업 중 철도연결 사업이 가장 추진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날 연설에서도 문 대통령은 “이곳 모스크바 야로슬라브스키역에서 연해주 항구도시 블라디보스톡까지 달리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단순한 하나의 철도가 아니다”면서 “이 길은 단순히 상품과 자원만 오가는 것이 아니라 유라시아의 한복판에서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길로 유라시아 시대를 여는 관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느덧 100년을 달려온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이제 육상 교통의 중심을 넘어 유라시아 공동체 건설의 상징이자 토대가 되고 있다”며 “이제 한국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통해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내가 자란 한반도 남쪽 끝 부산까지 다다르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평화로운 한반도를 위한 러시아 의원들의 지지를 당부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한반도에는 역사적인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나는 지난 4월,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났다. 우리는 판문점 선언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더 이상 한반도에 전쟁은 없다'고 세계 앞에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 순간 러시아 의원들은 크게 박수를 쳤다. 문 대통령은 “이 놀라운 변화에 러시아 정부와 국민의 적극적 지지와 협조가 큰 힘이 되었다”며 “나는 한반도와 유라시아의 항구적인 평화와 공동번영을 꿈꾸어왔다. 이 자리에 계신 의원 여러분께서도 그 길에 함께 해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러시아 월드컵에 참가한 한국 선수단에도 러시아 국민께서 따뜻한 응원으로 격려해주시길 바란다”는 당부와 함께 “발쇼예 스빠씨-바!(‘대단히 감사합니다’라는 뜻의 러시아어)”라는 인사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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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연설이 마무리되자 러시아 하원 의원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30여초간 문 대통령에 기립박수를 보냈다. 일부 의원들은 스마트폰으로 문 대통령의 연설 장면을 찍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의장단과 의원석 앞줄에 있는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했다. 하원의장의 안내를 받아 일부 의원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함께 ‘셀카’ 촬영까지 찍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 세 번째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날 정상회담에서는 남북러 3각 협력 추진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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