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번주 예정됐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전격 취소한 것은 북한의 ‘비밀편지’ 때문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외교전문 칼럼니스트인 조시 로긴의 칼럼을 통해 이같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북취소 결정을 내리기 직전인 지난 24일 오전, 폼페이오 장관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는 것. 로긴은 이 사실을 2명의 행정부 고위관계자가 확인해줬다고 덧붙였다.

편지를 받은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보여줬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북은 성공하지 못할 것 같다’고 확신했다는 게 로긴의 설명이다. 다만 김 부위원장이 편지에 어떤 내용을 적었는지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로긴은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 두 사람이 방북 취소를 결정할 정도로 적대적인 내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 일정을 발표한 지 하루만에 “폼페이오 장관에 북한을 방문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충분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취소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문제와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연계해 불만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무역문제에서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중국이 과거처럼 비핵화 과정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적었다.

방북 전격 취소 결정에 북한은 아직 이렇다 할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관영신문인 노동신문이 지난 27일 ‘더욱 심각하게 번져지는 중미관계’라는 기사를 실었지만 방북취소와 관련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책임론’에 발끈했다. 중국 정부는 즉각 주중 미국대사관 관계자를 불러 항의했고, 25일에는 중국 외교부가 “미국의 주장은 기본적인 사실에 위배되고 무책임하다. 이랬다 저랬다 변덕을 부리고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는 성명을 내놨다.

트럼프식 북한 길들이기?

폼페이오 장관이 4차 방북을 공식화한 지 하루 만에 취소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방북취소 배경을 두고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종의 ‘북한 길들이기’ 전략을 쓰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현재 북미 비핵화 협상은 북한이 바라는 ‘종전선언’과 미국이 바라는 ‘핵 리스크 제출’에서 이견이 갈려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일종의 협상 전략으로 판을 흔들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취소’ 전략을 이미 한번 사용한 바 있다. 지난 5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회담을 전격취소하면서다. 북한은 당황한 듯 8시간 만에 유화적 표현으로 ‘유감’의 뜻을 밝혔고, 급하게 2차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만족스러운 반응이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배후설’을 의심한 것도 비슷하다. 당시 북미회담 취소 결정타는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적대적’ 담화문에 있었지만, 그 이전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 주석이 중국 다롄에서 깜짝 정상회담을 가진 것을 두고 “북한이 중국과 만난 뒤 상황이 좀 바뀌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의 방북 발표가 아예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27일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조 연구위원은 “굉장히 치밀하게 준비된 느낌이 든다. 아마 의도적인 부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4차 방북을 하게 되는데 만약에 이번에도 빈손일 경우 상당한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재까지 논의된 수준으로 보면 아직까지 미국이 원하는 부분에 북한이 답을 내놓은 것 같지는 않다”면서 “국제 여론,또 미국 내 여론의 주목을 시킨 뒤에 전격적으로 취소하고 그 이유를 북한과 중국에 돌림으로써 나름대로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이 아니다, 이런 부분을 좀 부각시키려고 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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