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교착국면에 빠졌던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북한은 지난 9일 건군 70주년 기념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제외한 ‘조용한 열병식’을 치렀고, 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열병식 주제는 평화와 경제개발”이라고 평가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10일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된 열병식은 철저하게 ‘로 키(low key)’로 진행됐다. 전날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오전 10시부터 약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9·9절 열병식에서는 핵심 전략무기인 ICBM은 물론 스커드 계열 단거리 탄도미사일도 공개되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설도 생략됐다. 대신 연설에 나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핵무력 관련 발언보다는 ‘경제건설’에 메시지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북한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하루 전인 지난 2월 8일 열병식에서는 ICBM 화성-14형, 화성-15형과 괌 및 알래스카를 겨냥한 준ICBM 화성-12형을 공개하며 핵무력을 과시한 바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열병식에서 핵무기가 사라진 것을 두고 “전례가 없던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이 이달 말 3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있고, 미국과의 비핵화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수위조절’에 나섰다는 것.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북한 열병식에 “이번 열병식에는 언제나 나왔던 핵미사일은 없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트윗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미사일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내용의 폭스뉴스 기사를 링크하고 “(핵미사일이 열병식에 등장하지 않은 것은) 북한의 크고 매우 긍정적인 움직임”, “김정은 위원장 고맙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우리는 다른 모든 사람들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보이자”면서 “서로 좋아하는 두 사람이 좋은 대화를 나누는 것만큼 소중한 일은 없다. 내가 취임하기 전보다 (상황이) 훨씬 좋다”고 강조했다.

현재 북미간 ‘친서외교’도 재개된 상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자신의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에게 “김 위원장이 내게 보낸 개인적 편지가 오고 있다. 친서는 어제 국경에서 넘겨받았다. 긍정적인 편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친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주말 트럼프 대통령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친서 내용에는 앞서 무산된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을 요청하는 내용이나 2차 북미정상회담을 제안하는 등 북미간 대화를 재개하자는 내용이 담겨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 관심은 북미간 대화가 언제 재개될지에 쏠린다. 일각에서는 이날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 스티븐 비건 신임 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향후 북미대화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힐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건 대표는 방한 첫날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이튿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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