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둔한 칼이 예리함을 감추고 있다는 말을 매일 되새긴다”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의 사실상 위원장을 맡은 전원책 변호사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지난 11일 한국당의 인적쇄신을 주도할 조강특위가 공식 출범하며 전 변호사가 쥔 칼날이 한국당 내 거물급 인사를 향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조강특위의 인적쇄신 핵심은 당협위원장 교체다. 당협위원장은 차기 총선에서 공천을 받을 수 있어 그 위상이 크다. 특히 지역구에서 당협위원장 자리는 중앙당의 이름을 걸고 공식 활동을 할 수 있어 지역관리에 탁월하다. 때문에 당협위원장은 ‘현역 의원’들이 맡아왔다.

당협위원장이 일종의 ‘정치생명줄’로 여겨온 만큼, 전 변호사 역시 당장 교체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는 11일 조강특위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외부에서는 당장 우리가 칼을 휘두를 것이라고 하는데, 40일 간 중진의원과 당협위원장, 당직자, 보수 원로 등의 말씀을 들으려고 한다”며 “그 기간 동안 작년에 진행된 당무감사 결과를 검토하고 추가로 확인할 부분을 당무감사위원장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강특위의 목적은 당협위원장을 교체하는 것만이 아니라 당의 기초를 새롭게 만드는 것이다. 좀 더 시간 갖고 어느 것이 가장 좋은 치료법인지 논의해 가장 후유증이 적은 처방을 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전 변호사는 인적청산의 핵심으로 ‘정치 신인 영입’과 ‘보수대통합’을 제시했다. 그는 “청년·여성보다는 정치 신인을 우대해야 한다”면서 “청년이 꼭 국회의원이 돼야 한다는 생각은 포퓰리즘 정치에 불과하다. 과거 YS(김영삼), DJ(김대중) 때처럼 누구 밑에 있었던 사람이 국회의원이 된다는 건 지역주의 시대에나 있던 것이다. 제가 조강특위에 있는 한 그런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전 변호사는 “오히려 정치 신인을 우대해야 한다. 기득권을 갖고 있는 분들과 동등하게 대결하면 승부가 뻔하지 않겠나. 여성을 대표한다고 해서 특별히 가점 주거나 청년을 대표한다고 해서 청년 대표를 뽑고 하는 일엔 반대한다”고 덧붙였다했다.

또 “저희가 꿈꾸는 것은 보수의 단일대오다. (다른 정당 등) 몇몇 중진에게 만나자는 의향을 전달했다”고도 전했다.

이 밖에 정치인의 자질로 ‘국가의 의무’를 다했는지 여부를 꼽았다. 전 변호사는 “국가에 대한 의무를 다 하지 않았는데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것은 국민 기만이고, 사기극”이라며 “예컨대 병역·납세 의무를 다하지 못한 자가 명색이 보수주의 정당에서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무성·홍준표 전 대표 등 ‘거물급’ 인사들의 인적청산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우회적으로 ‘백의종군’할 것을 압박했다. 전 변호사는 이들의 선거패배 책임을 물어야 하냐는 질문에 “이것 빼고 저것 빼면 이 당에 뭐가 남겠느냐”면서도 “당을 대표하고 당을 대신할 수 있는 인물들이 이제는 새롭게 등장해야 한다. 면모일신하지 않으면 도로 새누리당이 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전 변호사는 이날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도 이들을 겨냥해 “본인들이 큰 그릇이라면 빠지고, 끝까지 고집하면 본인들 스스로가 무덤을 파는 일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이분 저분이 나와서 혼란한 상황이 있을 수 있다면 비대위원장으로서 그냥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전 변호사에 힘을 실어줬다. 김 비대위원장은 12일 K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선 오해의 소지가 있고 당내의 여러 요소가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말을 할 수 밖에 없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김·홍 전 대표에게 불출마를 권유할 것이냐는 질문에 “제가 (불출마를) 권유해보겠다고 말한 적은 없다. 당내에 이런저런 분위기가 있다고 이야기한 적은 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한국당 조강특위는 김용태 사무총장이 위원장으로, 김석기 전략기획부총장과 김성원 조직부총장이 당연직 특위위원에 나섰다. 전 변호사가 외부위원으로 직접 지정한 이들은 이진곤 전 국민일보 논설고문, 강성주 전 포항 MBC 사장, 전주혜 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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