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북한초청’ 전달에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할 것”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방북 의사를 밝히면서 향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18일(현지시간) 문 대통령은 오후 12시5분부터 바티칸 교황궁 내 교황서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단독 예방했다. 이날 교황과의 단독면담은 문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 통역인 한현택 신부만이 참여한 자리에서 이뤄졌다.

(사진=청와대 제공)
(사진=청와대 제공)

일반적으로 교황과 국가정상들과의 면담은 30분을 넘기지 않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이날 교황과 약 38분간 단독면담을 포함해 총 55분간 면담을 가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만나 뵙게 돼서 반갑다”고 인사를 건넸고 문 대통령은 “만나 뵙게 돼서 반갑다. 저는 대통령으로서 교황청을 방문했지만 ‘티모테오’라는 세례명을 가진 가톨릭 신자이기도 하다. ‘주교시노드’(세계 주교대의원회의)기간 중에도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평양 초청 의사를 교황에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그동안 교황께서 평창올림픽과 정상회담때마다 남북평화 위해 축원해주신데 대해 감사하다고 인사했다”고도 전했다.

이에 교황은 “문 대통령께서 전한 말씀으로도 충분하나 공식 초청장을 보내주면 좋겠다”며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답했다.

교황 최초방북이 가져올 파장은

교황의 평양 방문이 역대 최초로 성사되면 북한의 개방 의지와 한반도 평화를 국제 사회에 천명할 좋은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 특히 국제사회가 옥죄고 있는 대북제재 완화를 피력하는 데도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다만 이에 교황이 방북을 수락하더라도 막상 북한이 ‘공식 초청장’을 교황청으로 보낼지는 미지수다. 유일 지배체제를 유지해온 북한이 주민들에 종교 활동을 허용하는 것에 부담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북한은 두 번 교황의 방북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의 저서 ‘3층 서기실에 암호’에는 지난 1991년 김일성 주석 때와 2000년 김정일 위원장 당시 북한이 교황 방북을 추진했다고 나온다. 첫 번째 교황방북 추진 때는 김정일 위원장이 천주교 신자의 증가로 가톨릭 열풍이 일 것을 두려워해 반대했고, 두 번째 역시 북한 내부 사정으로 불발에 그쳤다고 한다.

그러나 ‘정상국가’ 이미지를 회복하고 싶어하는 김 위원장이 교황청에 공식 초청장을 보내는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김 위원장은 평양 남북정상회담 자리에서 교황 초청을 권하는 문 대통령에 “교황이 오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고 흔쾌히 밝힌 바 있다.

교황의 방문이 어떤 형식으로 이뤄질 것인지도 관심이 많다. 일반적으로 교황은 해외방문 시 가톨릭 교회, 그리스도교회 공동체와의 만남을 제일 큰 목적으로 ‘사목방문(가톨릭교회의 수장으로서 가톨릭교회를 방문하는 형태)’을 해왔다.

그러나 북한에는 천주교단체인 조선가톨릭협의회와 평양 장충성당이 있지만 공식 천주교 사제가 1명도 없고, 신자의 존재 여부도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 없는 상황이어서 사목방문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교황이 그동안 한반도 평화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것만큼 북한의 특수사정을 고려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만약 정부에서 국빈 형태로 프란치스코 교황을 초청한다면 그 나라 가톨릭 대표 단체인 조교회의 차원의 초정장도 함께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평양교구장을 겸하고 있는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방북을 조율하고 교황을 맞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한편, 교황의 방북 시기는 내년 초가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교황이 보통 해외 방문 시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를 몰아서 순회하기 때문인데, 내년에는 교황의 방일이 예정돼있다. 그러나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내년 4월 30일 퇴위하고, 다음날인 5월 1일 나루히토 왕세자가 즉위가 예정돼있어 새로운 왕이 즉위하는 5월 이후에 교황이 방일할 것이 아니냐는 추청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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