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KDB생명‧대우건설‧대우조선' 숙제, 취임 1년 아쉬움
임기 내 마무리 여부 '불투명'

[뉴스포스트=안신혜 기자] “KDB생명은 애초에 산업은행이 인수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22일 기업은행에서 열린 국감에 출석해서 한 말이다. 지난 9월 이 회장은 취임 1주년 간담회 당시 임기 내 KDB생명보험과 대우건설, 대우조선에 대한 매각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한 달 후 국감에 출석해서는 KDB생명에 대해 “과정도 불투명하고 이유도 모르는 상태에서 인수했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 공분을 샀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동걸 회장 체제'가 1년을 맞은 가운데 산업은행은 연이은 기업 구조조정 실패와 방만 경영 논란으로 비판일색이다. 조 단위로 국민의 혈세가 쓰이는 국책은행의 은행장으로서 위와 같은 이 회장의 책임회피성 발언은 향후 그의 경영능력 검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 

이 회장은 임기 내 KDB생명과 대우건설, 대우조선을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확실하게 하고 있다. 취임 1주년 간담회 당시 KDB생명에 대해서는 “산업은행이 손실을 보더라도 KDB생명을 매각하는 게 정답이다”고 말했고, 대우건설에 대해서도 “2~3년 간 재정비를 거쳐 정상화한 후 재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경제학자 출신으로 아직 경영인으로서 검증받지 않은 이 회장이 이를 마무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회장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등을 역임한 금융전문가 및 경제학자다. 취임 당시 적은 실무 경험으로 경영능력에 대한 검증은 부족했지만 이 회장은 ‘독자생존’이라는 원칙을 내세우며 경영을 시작했다. 이후 금호타이어 매각, STX조선해양 등의 문제를 처리했지만 매각 난항, 구조조정 실패, 한국GM 법인분리 논란이 있는 상태다. 

 

특히 지난 국감을 통해서는 2015년 산업은행 출신 낙하산 사장 인사를 강행했음에도 KDB생명에 대해 마치 ‘남일’처럼 책임을 계열사에 전가하는 모습을 보여 공분을 샀다.  

산업은행은 2010년 3월 현 KDB생명(당시 금호생명)을 인수했다. 이후 산업은행은 2010년과 2015년, 낙하산 인사 비판에도 산업은행 출신인 최익종 전 사장과 안양수 전 사장을 각각 선임했지만 안양수 전 사장이 부임한 2015년부터 실적은 급감했다. KDB생명의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2015년 274억 원으로 전년동기 655억 원 대비 58.2% 감소했고, 급기야 2016년은 102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2017년에는 767억 원 적자로 적자폭은 커졌다. 결국 지난 2월 산업은행은 산업은행 출신이 아닌 외부 경영인인 정재욱 현 사장을 선임했다.

대우건설 역시 KDB생명과 마찬가지로 매각에 난항을 겪고있다. 산업은행은 2010년 대우건설의 지분 37.16%를 주당 1만8000원씩, 총 2조1785억 원을 들여 사들였고 1조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총 3조2000억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했지만, 대우건설의 주가는 공적자금 투입 당시 주가인 1만8000원에 훨씬 못 미치고 있어 매각손 시 손실에 대한 우려가 크다. 대우건설의 주가는 1일 기준 4525원 수준이다. 산업은행은 올초에도 모로코 사업장에서의 3000억 원 부실 사실이 드러나 매각에 차질이 생기며 방만 경영에 대한 질타도 맞았다.

대우조선해양은 KDB생명과 대우건설보다도 더 오랜 해결 과제다. 산업은행이 2000년부터 자회사로 두고 있는 이 회장은 임기 내에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하겠다는 의지를 여러번 피력한 바 있지만 당장 내년도 매각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7330억 원을 기록하며 6년 만에 흑자전환했는데, 내년 다시 적자전환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GM 문제는 산업은행 경영 상황의 뜨거운 감자다. 한국GM은 지난달 19일 주총을 통해 연구개발(R&D) 법인 분리 계획을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2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이를 이미 알고있었음에도 묵과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 산업은행은 4월 26일 한국GM에 7억5000만달러(한화 약 8000억원)를 부담, GM본사와 총 71억5000만달러(한화 약 8조원)를 투입해 한국GM 정상화 방안을 합의한 바 있다. 실제 투입된 금액은 4000여억원 가량이다.  

이동걸 회장은 산업은행의 과제들을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국감에서 보인 이 회장의 발언 및 태도로 미루어볼 때 이 회장의 임기 내 문제 해결은 고사하고,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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