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2018년 무술년(戊戌年)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유난히 힘들었던 경제 상황에 올 한해 산업‧유통업계 역시 굵직굵직한 이슈들로 진통을 겪었다. 급격하게 오른 최저임금으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이어졌고 물가는 치솟았다. 또한 라돈 침대 논란, 아시아나 기내식 대란 등 기업을 휘청거리게 만든 사건 사고도 줄을 이었다. <뉴스포스트>가 올해 있었던 산업‧유통계의 10가지 이슈를 되짚어봤다.

① 최저임금 인상에 일자리는 없어지고 물가는 더 올랐다

올해 산업‧유통 전반을 뒤흔든 가장 큰 이슈는 단연 ‘최저임금 인상’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2017년 6470원에서 16.4% 오른 7530원이었다. 통상 매년 약 7.5%씩 오르던 최저임금 인상폭이 두 자릿수로 껑충 뛰면서 산업계 전반은 직격탄을 맞았다.

늘어난 인건비 부담에 영세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속출했고, 임시‧일용직 근로자들의 월급이 줄었다. 최저임금 제도가 보호해야 할 대상인 저소득층의 일자리부터 위태로워진 셈이다. 또한 편의점·프랜차이즈업계와 기존 관행적 임금 체계를 지속해온 기업들까지 진통을 겪었다.

또한 식품‧외식 업계는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줄줄이 가격 인상을 실시해 서민 물가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배달료를 받기 시작했고 피자, 한식, 분식, 커피 프랜차이즈들도 주요 메뉴의 가격을 올렸다. 뿐만 아니라 서울우유, 남양유업, 빙그레 등의 우유 제품과 농심, 롯데제과, 해태제과 등 과자류의 가격도 들썩였다.

한편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10.9% 오른 8350원으로 결정됐다. 이에 내년에도 물가 상승과 내수 부진, 나아가 기업경쟁력 악화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진=뉴시스 제공)
(사진=뉴시스 제공)

② 올해도 이어진 ‘카풀’ 서비스 논란…카카오‧택시업계 대립

4차 산업의 핵심 과제중 하나로 꼽히는 ‘공유 경제’에서 1년 넘게 진통을 겪고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공유 승차 서비스 ‘카풀’이다. 지난해 11월 카풀 업체 ‘풀러스’가 ‘출퇴근 시간 선택제’를 도입하며 기존 택시업계와 마찰을 일으켰다. 당시 택시업계는 출퇴근 시간을 24시간으로 넓게 해석할 수 있다며 크게 반발했고, 이에 서울시가 택시업계 손을 들어주며 카풀 서비스는 주춤하는 듯 했다.

하지만 올 하반기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하면서 택시기사들의 위기감이 치솟았다. 지난 10월부터 수 만명의 택시기사들은 여의도와 광화문에 모여 생존권 사수를 위한 집회를 열었다. 12월 초에는 한 택시기사가 카카오 카풀에 항의하며 분신해 사망하는 등 갈등이 극에 달했다. 이에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달 예정됐던 카풀 정식 서비스 개시 시점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하며 한 발 물러섰다. 또한 정부, 국회, 택시업계와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카풀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국민 여론 또한 긍정적이지만 업계 간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번 카풀 논란은 4차 산업 시대에서 계속해서 등장하는 신산업과 기존산업 간의 갈등이 단면적으로 나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③ 침대에서 발암물질이라니…대진침대 라돈검출

지난 5월 대진침대의 매트리스에서 폐암 등을 유발하는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는 보도로 ‘라돈 사태’가 시작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조사결과 대진침대는 음이온 효과를 위해 라돈을 배출하는 ‘모자나이트’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졌다. 특히 모자나이트를 납품받은 업체가 대진침대 외에 66곳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을 가중시켰다.

당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회의 걸친 조사 끝에 대진침대 매트리스에 대해 수거명령을 내렸다. 이에 대진침대는 문제가 된 제품의 리콜을 진행했고 지난 10월 제품 회수와 해체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도 회수 되지 못한 제품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완벽히 해소된 상황은 아니다.

또한 보상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지난 10월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매트리스 구입대금의 환급과 손해배상을 요구한 집단분쟁조정 신청 사건에 대해 회사 측이 매트리스를 교환해주고 위자료 3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대진침대는 지난 9일 “집단분쟁조정과 별개로 라돈 매트리스와 관련한 20여 건의 민사소송이 제기돼 통일적인 분쟁 해결을 위해 위원회 결정을 수용하기 어렵다”며 수용 불가의 뜻을 전달했다.

이에 따라 피해를 본 소비자들은 민사 소송으로 피해구제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충분한 배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대진침대는 약 180억원의 현금자산을 매트리스 수거·폐기 비용에 모두 사용했으며 현재 남아있는 약 130억원의 부동산 자산은 집단소송을 제기한 소비자들로부터 압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진침대 이후 까사미아, 에넥스 등 유명 가구업체의 매트리스 뿐만 아니라 생리대, 온수매트, 배게, 마스크 등에서 줄줄이 라돈이 검출됐고 최근에는 지하철 역사, 아파트 등 생활공간까지 라돈 공포가 확대됐다. 정부의 ‘땜질식’ 늑장 대처에 소비자들은 직접 라돈 측정기를 구매하며 스스로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사진=뉴스포스트 DB)

④ 이재용, 신동빈 등 그룹 총수 경영 복귀

지난 2016년 국정농단 게이트에 연루돼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풀려난 점도 올해 산업계의 큰 이슈 중 하나다. 이 부회장은 올해 2월, 신 회장은 올해 10월에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 부회장은 석방 이후 유럽, 중국, 일본 등 해외를 돌아다니며 글로벌 경영에 집중했다. 그러다 올해 7월 인도 삼성전자 휴대전화 신공장 준공식에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참석하며 본격적인 경영활동을 재개했다. 또한 2019년 삼성전자 임원인사를 통해 ‘안정’에 중점을 두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신 회장은 석방 이후 바로 경영에 복귀해 ‘뉴 롯데’를 위한 속도를 높였다. 롯데케미칼 자회사 편입,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롯데로지스틱스 합병, 롯데손해보험 및 롯데카드 매각을 결정했고 대규모 투자도 선언했다. 최근에는 2019년 정기 인사에서 4명의 BU장 중 절반을 교체하며 ‘변화’를 위한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⑤ 유래없는 ‘기내식 대란’…아시아나항공 ‘휘청’

지난 7월 여름휴가 성수기 시즌을 앞두고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대란이 벌어졌다. 기내식 공급 업체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지난 3월 납품업체에서 화재가 발생하며 7월 1일부터 공급받기로 했던 기내식에 차질이 생긴 것. 결국 기내식이 실리지 못한 채로 지연되거나 기내식 없이 항공기를 출발시켰고, 이러한 노 밀 사태가 발생하자 승객들의 불만은 치솟았다.

이 과정에서 승객들의 불만을 직접적으로 접한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박삼구 회장 및 경영진들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며 광화문 광장으로 모였다. 당시 회사 안팎으로는 기내식 업체 변경 과정에서 박삼구 회장의 영향력이 미쳤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결국 김수천 사장은 지난 9월 기내식 대란을 책임지고 물러났다.

기내식 대란은 9월 게이트고메코리아로 기내식 업체가 바뀌면서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에 미치는 여파는 적지 않았다. 이번 기내식 대란으로 소액주주들은 지난 8월 700억 대의 소송을 제기했고, 기존 납품업체인 LSG스카이셰프코리아도 기내식 공급대금 등 135억원에 달하는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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