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민정수석 국회출석 사례 살펴보니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오는 31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 출석을 지시했다. 일명 ‘김용균법’이 여야 대치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법안 통과를 위해 한국당의 요구사항인 ‘조국 출석’을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27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한병도 정무수석으로부터 조국 민정수석의 국회 운영위 참석과 김용균 법 처리가 맞물려 있어 법안 처리에 진척이 없다는 보고를 받고 이렇게 지시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피고발인 신분의 민정수석이 국회에 출석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지만, 제2의 김용균이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이 반드시 연내 처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회 불출석은 일종의 ‘불문율’로 여겨졌다. 민정수석은 사정 업무를 총괄하는 만큼 국정 현안에 신속히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국회의 출석 요구가 있어도 관례처럼 불출석하는 것이 일반이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우석수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도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졌음에도 끝까지 불출석한 바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민정수석의 국회 출석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지난 2015년 1월 일명 ‘정윤회 문건’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김기춘 비서실장이 김영한 민정수석에 국회 운영위 출석을 지시했지만 김영한 전 수석은 ‘항명’하고 불출석했다. 이후 김영한 전 수석은 청와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지난 25년간 특별한 경우 외에는 민정수석이 국회에 출석하지 않는 것이 관행으로 정착돼 왔다. 정치공세에 굴복한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출석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내고 곧바로 사퇴했다. 국회에 불려가 ‘망신’을 당하느니 명예롭게 ‘사퇴’한 셈이다.

하지만 민정수석의 국회 출석은 아예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 민정수석을 지낼 당시 국회에 출석해 야당의 질문세례를 받은 경험이 있다. 당시 문재인 수석은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수뢰 혐의에 대한 증인으로, 또 조흥은행 매각 관련 청와대 개입설에 대한 증인으로 국회 법사위와 재정경제위에 출석했다. 2004년에도 정부 외교정책에 대한 ‘외교부 공무원 비판 사건’ 현안보고를 위해 운영위 현안 업무보고에 출석했다.

대부분의 민정수석 국회 출석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이뤄졌다. 김대중 정부 당시에는 신광옥 민정수석이 2000년 결산심사 당시 청와대로 보고되는 내사보고서에 대한 질의를 받기 위해 국회에 출석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전해철 민정수석이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해명했다.

한편, 문 대통령의 조 수석 국회 출석 지시에 한국당은 “억지춘향 식 결정”이라며 폄하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28일 경제비상상황선언회의에서 “오는 31일 국회 운영위가 이뤄진 것은 청와대로서는 사실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면서 “청와대는 대통령을 미화할 때가 아니라 진실에 응답할 때”라고 말했다.

반면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민정수석의 운영위원회 출석 지시로 김용균법 통과 담보로 꼬였던 연말정국을 풀게 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덮으려 하면 커진다. 사실 대로 밝힐 것은 밝히는 게 문재인 정부답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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