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비핵화 진정성, ‘핵동결’로 확인할까

최종핵폐기 협상 지연되면 ‘북핵용인’ 우려도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내달 말 비핵화 협상을 위해 다시 만난다. 앞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회담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에 방문,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2월 말쯤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2차 북미정상회담 장소는 베트남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 등 미 언론은 각종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2월에 열릴 2차 정상회담은 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에서 열릴 가능성이 크지만, 2017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열렸던 다낭과 베트남 남부의 호찌민도 가능한 장소로 논의돼 왔다”고 전했다.

(사진=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사진=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北美비핵화 합의, ‘핵동결’카드 급부상

북미가 두 번째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하면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만난 이후 8개월여만에 다시 얼굴을 마주하게 됐다. 그동안 북미간 비핵화 협상은 북한의 ‘제재 완화’ 주장과 미국의 ‘선 비핵화’ 주장이 배치되며 지난한 줄다리기를 이어왔다.

지난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양측은 구체적인 비핵화 방법론을 정하지 못하고 포괄적인 합의만 한 상황이다. 이에 2차 북미회담에서는 어떻게든 비핵화 협상이 진전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없이는 제재완화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최근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미 이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폐기에 따른 상응조치를 주고받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현지 보도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더불어 북한이 북미협상 중 핵연료와 핵무기 생산을 동결할지 여부도 이번 협상 테이블에 올라왔다는 미 뉴욕타임스(NYT) 보도도 나왔다. 지난해 북한은 북미회담 이후 동창리 미사일발사장을 폐기하고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는 등 일련의 ‘조치’를 취했지만 미국 내부에서는 아직도 북한이 핵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는 의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이에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지속하는 동안 북한은 영변의 원자로와 재처리시설, 우라늄농축시설 등의 가동을 중단하고, 핵무기 제조 시설들을 폐쇄하는 등 ‘핵동결’ 함으로써 실질적인 비핵화 의지를 보이면 향후 더 수월한 협상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내부 반발을 잠재울 명분이 생긴다. 실제로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과 국제개발처 아시아국은 지난해 공동 작성한 동아시아 태평양 지역 합동 전략보고서에 “단기적으로는 북한 핵 개발 동결과 핵과 탄도미사일 시험과 핵분열 물질 생산의 중단, 비핵화를 향한 초기 조치 확보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전략을 제안한 바 있다. 비핵화 협상의 ‘중간단계’로 북한의 핵동결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우리는 이것(비핵화)이 긴 과정이 되리라는 것을 항상 알고 있었다. 그것을 하는 동안에는 위험을 줄일 필요가 있다” “어떻게 하면 미국민에 대한 리스크를 줄여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북미간) 대화에서 진전시키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미국민의 안전이 목표이다”는 등 ‘리스크 줄이기’를 강조하는 발언을 한 것도 이러한 전략을 바탕으로 나온 게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그러나 핵동결 후 북미 비핵화협상이 장기화되면 자칫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비핵화 중간 과정으로서의 핵 동결 단계를 설정할 경우 최종적인 핵폐기 약속을 전제로 해야 하며, 동결이 무한정 길어질 수 없게끔 다음 단계로의 신속한 이행을 담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북미2차정상회담 개최 소실에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우리는 구경꾼이 아니다”라며 한반도 운전자론을 강조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끝까지 잘 될까 의구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북미정상회담이) 끝까지 잘 되게끔 만드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주말 북한 김영철 부위원장의 미국 방문과 북미고위급 회담, 트럼프 대통령 예방 등이 있었다. 이번 회담 결과에 북미 양측 모두 만족한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미국으로부터 듣고 있다”면서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와 다른 문제들에 대해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953년 정전 이후 65년 만에 처음 찾아온, 두 번 다시 없을 기회다. 우리는 이 기회를 무조건 살려야 한다. 이번 기회에 우리는 반드시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그에 이르는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무수히 많은 다른 생각이 있겠지만 큰 방향과 목표에 대해서는 국민들께서 한 마음이 되어 주시길 바란다.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만큼은 당파적 입장을 뛰어넘어 국가적 대의라는 관점에서 임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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