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서태평양해군회의서 ‘초계기 갈등’ 공론화 검토

韓 ‘강경대응’ 할수록 아베 지지율 급상승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28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일본 국회 시정연설에서 한국과 관련한 언급을 ‘일괄 삭제’했다. 최근 ‘초계기 갈등’으로 한일관계가 악화되자 ‘한국에 강경대응해야 한다’는 일본 내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28일 아베 총리는 일본 국회 시정연설에서 미일동맹 강화, 중국과 관계개선, 러시아와 영토협상, 북한과 관계개선 등을 언급했지만 한국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심지어 중동평화와 아프리카 개발 지원문제까지도 언급했지만 한국에 대한 언급은 북한과의 관계개선 부분을 강조하며 ‘국제사회와도 긴밀히 연대’ 수준에서 언급됐을 뿐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17년까지 매년 시정연설에서 한국을 두고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으로 표현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위안부 합의 문제가 터지면서 해당 표현을 삭제하고 “지금까지의 양국 간의 국제 약속, 상호 신뢰의 축적 위에 미래지향적으로 새로운 시대의 협력 관계를 심화시키겠다”고만 말했다. 올해는 이마저도 언급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회견 모두발언에서 일본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것을 되갚아준 꼴이다. 앞서 일본 언론은 문 대통령의 신년회견을 두고 “일본에 무관심하다” “한일관계 개선 의지가 없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당시 일본 언론은 문 대통령이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한 발언도 비중있게 다루기도 했다.

초계기 논란, 군사협력 폐기까지 번질까

최근 한일관계는 양국의 군사협정까지 재검토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악화됐다. 발단은 지난해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우리 군의 광개토대왕함이 북한 조난선박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일본 측은 우리 군함이 일본 P-1 초계기를 향해 사격통제 레이더를 비췄다며 강력 항의했고, 우리 군은 “광학카메라 촬영은 했으나 사격통제레이더파는 쏘지 않았다”며 반박했다. 양국은 싱가포르에서 만나 문제해결을 위한 협상을 이어갔지만, 일본 측이 사격통레 레이더를 식별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인 ‘주파수 공개’는 하지 않았고 ‘한국과 더 이상 협상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그대로 봉합됐다.

이후 일본은 1월에만 3차례에 걸쳐 우리 군함에 초근접 위협비행을 하는 등 군사도발을 자행했다. 이에 국방부는 지난 23일 일본 초계기가 우리 군함에 수차례 근접 위협비행을 했다며 심각한 유감을 표명하고 다음날 증거사진 5장을 여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갈수록 나빠지는 한일관계에 기존의 군사협력도 흔들리는 모양새다. 우리 해군은 내달 예정된 1함대 사령관의 일본 방문 계획을 보류했고, 일본 역시 올해 4월 한국에서 열리는 해상훈련에 자위대 호위함 ‘이즈모’ 파견계획을 재검토하고 나섰다. 여권 일각에서는 기존의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도 폐기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국방부는 서태평양해군심포지엄(WPNS·Western Pacific Naval Symposium)의 해상규범인 ‘CUES’(Code for Unplanned Encounters at Sea)를 근거로 일본의 저공 위협비행 관련 문제를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PNS는 서태평양 지역 해군 간 해양 안보협력과 상호신뢰, 이해 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1988년부터 2년 주기로 열리는 서태평양 역내 유일의 다자간 협의체다. 해상규범인 CUES는 법적인 구속력이 없지만 참가국간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국제적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국방부가 초계기 논란을 WPNS에 공식적으로 문제제기 하면 이를 국제적으로 공론화시키는 셈이다.

韓 때릴수록 강해지는 아베

한편, 일각에서는 최근 일본의 무리한 도발이 아베 정권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의도에서 나온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아베 신조 총리에 대한 지지율은 초계기 갈등 이후로 수직상승하는 모양새다. 일본이 우리 군의 광개토대왕함이 초계기에 ‘화기통제 레이더’를 조사했다며 국제 여론전에 나선 이후 아베 정권의 지지율은 지난 19~20일 여론조사에서 지난달보다 4.2%p 상승한 47.9%를 기록했다.

25~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서 실시한 여론조사도 아베 정권 지지율이 지난달에 비해 6%p오른 53%를 기록했다. 한국과의 갈등으로 국내 여론이 호전되면서 아베 정권에 대한 지지도가 올랐다는 평가다. 특히 응답자의 46%는 아베 정권을 지지하는 이유로 ‘안정감’을, 32%는 ‘국제감각’을 꼽았다. 한일 초계기 갈등과 관련해서는 일본 정부가 ‘더 강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답한 이가 62%였다. ‘한국의 입장을 더 경청한다’는 7%였고 ‘관망해야 한다’는 24%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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