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 건물 침범 여부...광화문광장 설계안 쟁점
서울시vs행안부 충돌..."두 기관 이견 좁히기로"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같은 당적을 지니고 있음에도 새 광화문 광장 설계안을 놓고 충돌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28일 서울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최근 행정안전부와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두고 충돌한 것에 대해 "행정안전부와 이 문제에 대해 현재 계속해서 협의를 하고 있다"며 "다만 (설계안 발표가) 일주일이 채 지난 현재 시점에서는 구체적인 진행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1일 서울시는 새 광화문 광장과 관련해 국제설계 공모 최종 당선작을 발표하고, 오는 2021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을 600년의 '역사성'과 3·1운동부터 촛불 혁명에 이르는 '시민성', 지상과 지하를 잇는 '보행성' 회복을 목표로 재구성화한다고 밝혔다.

당선작에 따르면 경복궁 전면에 약 3만6천㎡ 규모 '역사광장'과 역사광장 남측에 약 2만4천㎡ 규모의 '시민광장'을 조성한다. 이를 위해 광장 한가운데 일렬로 배치된 세종대왕상과 이순신 장군상을 세종문화회관 옆과 정부종합청사 앞으로 각각 이전하는 방안이 나왔다. 세종문화회관과 일대를 문화예술공간으로 조성하고, 정부서울청사 별관 앞 세종로 공원 부지를 활용한 클래식 콘서트홀 건립도 검토할 예정이다.

역사광장 초입부에 조성되는 '선큰공간'은 지상에서 지하까지 연결된다. 지하철의 경우 광화문역에서 시청역까지 350m를 연결한다. 아울러 광화문에서 동대문까지 4km 거리가 지하 보행 네트워크를 완성할 방침이다.

핵심적으로 파주 운정에서 화성 동탄까지 이어지는 GTX A노선이 지나가도록 할 계획이다. 광화문역과 시청역,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선까지 포함하는 '광화문 복합역사' 신설을 추진한다.

쟁점은 청사 건물 침범 문제

박 시장의 새 광화문 광장 설계안이 나오자 제동을 건 것은 야당 측이 아니었다. 박 시장과 같은 당 소속인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새 설계안에 대해 강하게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행정안전부는 23일 서울시의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사업에 대해 정부서울청사 일부 건물 및 부지 포함 문제는 합의된 바가 없는 내용이라고 못 박았다. 정부서울청사 일부 건물 및 부지 침범에 따른 문제를 지적해왔고, 수용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의 계획을 이행하면 정부서울청사가 공공건물로서 기능을 상실한다는 게 행정안전부의 입장이다. 광화문 광장을 바꾸면 정문 및 차량 출입구가 폐쇄되고, 전면 주차장도 없어진다. 청사 내 순환도로가 폐쇄돼 차량 순환이 불가능해지고, 우회도로가 조성될 경우 청사 부속 건물을 철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의 단호한 입장에 박 시장이 직접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25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통해 "세상에 절대 안 되는 일이 어디 있겠느냐"며 말했다. 그러면서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청와대와 협력해 추진해왔던 일이라고 해명했다.

당선작 조감도. (사진=서울시 제공)
당선작 조감도. (사진=서울시 제공)

"설계안대로 시행되는 건 오해"

광화문 재구조화 사업을 발표 후 서울시와 행정안전부와의 갈등이 나흘 넘게 지속돼다가 현재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28일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공모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장 역시 이날 진행된 '국가건축정책위원장 승효상에게 한국 건축을 묻다' 행사에서 행정안전부의 반대 입장에 대해 오해가 있었다는 입장을 전했다.

승 위원장은 "서울시와 행안부의 실무차원 협의가 여러차례 있었고, 기록도 있다"며 "다만 당선안에서는 정부청사를 공원으로 만들었는데, 그 부분은 사업 범위가 아니라 계획 범위"라고 말했다. 이어 "응모자가 자유롭게 낼 수 있는 부분인데, 그대로 시행되는 것처럼 (행안부가) 오해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설계안은) 당장 2~3년 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린 그림"이라며 "건축가나 계획가가 당장 청사 기능을 못 하게 설계도를 그릴 리 없다"며 행정안전부와는 "계속 얘기하고 있으니 잘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박 시장과 김 장관이 여당의 유력 대선후보임에 따라 벌써 신경전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시의 계획안이 나온 지 이틀 만에 행정안전부 차원에서 강한 반대 입장을 내비친 점은 이례적인 일이기도 하다.

실제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측은 '차기 대선 힘겨루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식의 질문을 박 시장에게 던지기도 했다. 박 시장은 "자꾸 그렇게 사이 벌리는 이야기는 하지 말라"며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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