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국내 등 신흥시장 증시에 불확실성 해소”
-KB증권 “알려진 것보다는 ‘비둘기 성향’ 약해”

[뉴스포스트=홍성완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말 자산 축소 정책을 조기 종료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분간 매파적(긴축정책) 정책을 중단할 것이라는 연준의 통화정책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국내 등 신흥시장 증시에 불확실성 해소 재료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한편에서는 지난 1월 FOMC에서 보여줬던 완화적인 기조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뉴시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뉴시스)

연준은 20일(현지시간) 지난 1월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연준은 “올해 보유 자산 축소 계획을 중단할 준비가 돼 있다”며 “조만간 실행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해진다. 

연준 관계자들은 "이 같은 발표는 연준이 대차대조표 정상화를 끝내는 과정에 대해 더 확실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로이터와 블룸버그 통신은 “당초 2차례 금리인상 계획도 대외여건의 악화와 재정효과의 저하 등으로 보류했다”며 “자산축소는 올해 하반기 종료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풍부한 자금을 보유하고자 하는 금융기관이 연준에 해당 자금을 맡기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외신들의 설명이다.

로이터와 블룸버그는 “자산축소가 과도할 경우, 시장의 자금부족으로 연결되는 한편 기준금리 불필요한 상승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의사록에서는 자산축소 종료 시기를 머지않아 공표한다고 밝혀 빠르면 3월에 제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유 자산 축소는 금리 인상과 함께 연준의 통화 긴축 정책의 한 축이다. 

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낮추고 국채 등 자산 매입을 통해 시장에 직접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완화(QE) 정책을 펼쳐오다 지난 2015년 이후부터는 이를 정상화하는 과정에 들어갔다. 

연준은 지난 2017년 4조5000억 달러에 달했던 자산 축소를 시작해 현재 4조 달러 수준까지 줄였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통화 긴축이 금융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되자 연준은 자산 축소 조기 종료 신호를 내기 시작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의사록을 통해 스탠스 변호를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는 평가와 함께 국내 증시나 신흥시장에 불확실성을 해소한 것으로 보고있다.

아울러 1월 의사록은 연준의 금리 인상 중단도 공식화했다. 모든 FOMC 위원들은 미국 경제의 위험에 대해 더 잘 판단할 수 있을 때까지 금리 인상을 보류하는 것을 지지했다. 다만 의사록은 금리 인하에 대한 논의는 표면화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물가 상승 여지도 이전보다 줄어든 것으로 판단했다. 

의사록은 "여러 참가자들이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이 하방 위험에 비해 낮아졌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는 금리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에 대해 연준이 아직 확신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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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증권가에서는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연준의 통화기조가 완화적이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두언 KB증권 연구원은 “1월 FOMC 의사록은 완화적이라고 평가할 순 있겠다”면서도 “하지만 의사록 중간 중간 나타난 연준 위원들 간의 금리변화에 대한 이견들을 감안할 때 선제적 가이던스 문구를 삭제했던 1월 FOMC 성명서와 금리인상 근거가 낮아졌다고 언급한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등 지난 1월 FOMC에서 보여줬던 완화적인 기조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시장 반응은 종가만 보면 주가, 금리, 환율 등 주요 가격변수들의 흐름이 제한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1월 의사록 발표 직후에는 주가(미국 3대 지수 모두)의 급등락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원은 이번 의사록에 경기 판단과 금리변화에 대한 연준의 고민이 내포돼 있다고 봤다.

그는 “내부적으로 상당한 고민의 흔적들을 엿볼 수 있었다”면서 “우선 지난 12월 FOMC 이후 경기에 대한 판단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는 여전히 견고하다(solid)고 평가했지만, 경기 상승세는 지난해 연말부터 완만해지고 있다고 했다”며 “지난 1월 FOMC 직후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당분간 지속될 역류(cross-current) 등을 언급했는데, 미국 내부적으로는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재정정책 효과와 대외적으로는 유럽과 중국을 위시한 글로벌 경기 둔화, 미국 무역분쟁, 브렉시트 등에 대한 리스크 요인들에 대해 우려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또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그는 “일부 위원들은 물가 상승이 기준 전망보다 높을 경우에만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본 반면, 다른 위원들은 만약 경제가 예상대로 발전한다면 연말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평가했다”며 “지난 1월 FOMC 이후 금리인하 기대가 형성된 것과는 다르게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는 보다 멀리 가기 위한 일시 멈춤이라는 의미가 보다 적절하다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긴축정책 중단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위원들이 동의했으나, 구체적인 중단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올해 말 보유자산축소(Quantitative Tightening.QT) 중단에 관해서는 거의 모든(Almost) 위원들이 동의했다”며 “또한 QT 종료 이후에는 만기가 돌아오는 MBS(모기지 담보 증권)를 국채에 재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3월 FOMC의 대해서는 QT 종료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과 수정경제전망이 가장 큰 관심거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기대했던 만큼의 구체적인 QT 중단 관련 논의가 없었다는 점에서 3월까지는 대차대조표 축소와 관련된 연준 위원들의 발언들이 나오면서 완화적인 톤을 기대할 수 있다”며 “다만 이번 1월 FOMC 의사록에서 연말 QT 종료가 언급된 상황이라 향후 구체적인 방법(점진적 축소, 일시 중단 등) 등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또한 “1월 FOMC 의사록에 나타난 것처럼, 경제전망에 대한 판단이 하향되었다는 점에서 3월 수정경제전망이 새로운 관심거리”라며 “향후 발표되는 주요 경제지표들이 흐름에 따라 일말의 변화가 있을 순 있지만, 3월 FOMC에서는 경제전망의 하향 가능성도 어느 정도 높아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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