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영어학습 특강에서 '글로벌 시대에 한국어를 영어로, 영어를 한국어로 전환하는 이중언어(bilingual) 능력이 경쟁력'이라고 강조하는 이인권 대표.  (이미지 제공 : 미디어 컨설팅)
한 영어학습 특강에서 '글로벌 시대에 한국어를 영어로, 영어를 한국어로 전환하는 이중언어(bilingual) 능력이 경쟁력'이라고 강조하는 이인권 대표. (이미지 제공 미디어 컨설팅)

[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이인권] 사람들은 영어를 좀 한다 하면 “만물박사”(Jack of all trades)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예술, 기술 등... 여하튼 어느 분야에 대해서든 해박한 것으로 생각을 한다.

하기야 다양한 분야를 두루두루 알아야 영어를 제대로 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한국어로 된 내용도 자기 분야가 아니면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데 하물며 영어인데 말이다. 심지어 어떤 때는 간단한 문장도 어려울 때가 있다. 단어 하나하나는 아주 쉬운 데 그 섬세한 의미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다. 그래서 외국어라는 존재가 만만한 게 아니다.

그 예를 하나 들어 보자.

“I am pleased for you'와 ‘I am pleased with you'가 있다. 아주 쉬운 단어들로 구성된 문장이라도 한국인으로서는 명확히 그 뉘앙스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이것을 원어민에게 물어보니 이렇게 설명해 주었다.

“I'm so pleased with you."(because you have done a good thing.)

"I'm so pleased for you."(because you have received a good thing.)

'pleased for you‘는 ‘좋은 일이 생겨서 네가 느끼는 것처럼 나도 기쁘다’는 뜻이고, ‘pleased with you'는 ’너와 좋은 관계나 유대를 갖고 있어서 기쁘다‘는 의미다.

또 하나 예를 들어본다.

오래전에 내가 《코리아타임스》에 기고한 글을 읽은 주한영국문화원장이 칭찬의 편지를 보내왔던 적이 있다. 그 편지 내용 중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었다.

‘Did I trace a strong familiarity with the Queen's English?'

나는 그 문장이 “영국 정통영어를 어떻게 그렇게 잘 하느냐?”는 취지를 강조하여 표현한 것으로 이해는 했다. 그런데 원어민은 편안하게 그 표현을 썼겠지만 한국인으로서는 각 영어 단어를 알더라도 문장 분석을 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영어라면 뭐든지 철저하게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지라 캐나다 원어민 영어 강사에게 물어 봤던 적이 있다. 그 캐나다인이 써준 내용을 전체 설명을 이해하기 위해 그대로 옮겨 적어 본다.

The person is asking if he or she knows British English. Using the expression " a strong familiarity" suggests that the person might have been raised or lived in a country where British English is used. The question is asked in an emphatic way because using " trace" means that the speaker is very familiar with British English. It would be very confusing for anyone using English as a second Language.

원어민인 캐나다 강사도 “이 표현은 영어를 제2언어로 사용하는 누구에게라도 아주 혼란스러울 것”(위 밑줄 친 부분)이라고 지적을 하고 있다. 이렇게 원어민 특유의 언어 감각을 담은 영어 표현들을 정확하게 분석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면서 이런 영어 고유의 표현들을 종종 접하게 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는 영어를 한국어로, 한국어를 영어로 변환하는 경험들을 많이 해 보았다. 내가 굳이 ‘번역’이라는 말 대신 ‘변환’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이유가 있다.

두 개의 언어를 사전적인 의미로 그대로 옮겨 놓는다기보다 각 언어가 내포하고 있는 문화적 감정을 ‘이입’(empathy)한다는 뜻이다. 그래도 대부분 나도 ‘번역’이라는 통상적인 말을 쓰지만 번역은 ‘언어의 문화를 담아내는 제2의 창작’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영어로 된 모든 것을 나한테 가져오면 다 해결이 될 것이라고 주위에서는 여긴다. 내가 영어를 좀 한다고 그래서인지 내 주변에서는 나를 정말 만물박사로 생각하는 것 같다. 모국어인 한국어를 쓰면서도 전문 또는 관심 분야가 아니면 한국어로 된 내용도 때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데 말이다.

어쨌든 영어로 쓰여진 것이라면 분야를 떠나 무엇이든지 나에게 물어오고 번역을 해 달라고 요청을 하고는 한다. 그래서 비단 영어로 작성된 문서 말고도 영어 자료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일도 수없이 해 보았다. 이런 부탁을 받을 때마다 힘들기도 했지만 나로서는 그런 경험을 통해 나의 영어를 더욱 연마하는 계기로 삼았던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앞서 말했지만 글로벌 시대에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한국어를 영어로, 영어를 한국어로 전환하는 이중언어(bilingual) 능력이 필수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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