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감염 시 치사율 100%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중국을 넘어 한반도까지 침투했다. 북한에 ASF가 발생한 곳은 자강동 우시군에 있는 북상 협동농장으로, 지난 23일 최초 발생해 농장에서 사육 중인 돼지 99마리 중 77마리가 폐사하고 북한 당국이 22마리를 살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같은 소식은 북한이 지난 30일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보고하고, 다음날인 31일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를 통해 북한 주민에 알리면서 공식 확인됐다.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한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꽤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지만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안은 아니었다.

북한이 관영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ASF 발생 소식과 주의사항 등을 알리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관련 기사 3건에 ASF 관련 소식을 상세히 전하면서 “아프리카돼지 열병이 사람에게는 위험하지 않지만, 확산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기사 내용도 “돼지사육기반이 붕괴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강하게 울려 나오고 있다”는 등 상당히 강한 어조다.

최근 중국과 몽골 등 지역으로 확산되던 ASF에 잔뜩 긴장하고 있던 정부에도 비상사태가 걸렸다. 이날 정부는 북한 접경지역 10개 시군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정하고 위기경보 ‘심각’ 단계에 준하는 방역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원래 심각 단계 방역조치는 질병이 국내에 발생했을 때 내리는 위기경보지만, 긴급성을 고려한 사전조치다.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된 10개 시군은 강화·옹진·김포·파주·연천·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이다. 이곳의 주요 도로에는 통제초소와 거점소독시설을 설치하고 축산차량에 대한 방역을 실시한다. 또 특별관리지역 내 353개 농가에 대한 혈청 검사를 통해 ASF 감염 여부를 7일까지 확인하기로 했다. 이날부터 농식품부와 검역본부, 지방자치단체 합동으로 일제 점검을 실시해 농가의 방역 실태도 확인한다.

(사진=뉴시스)
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사진=뉴시스)

ASF가 야생 멧돼지의 이동으로 전파될 가능성이 큰 만큼, 북에서 내려오는 야생 멧돼지의 차단 조치도 강화된다. 기존 10만원이던 폐사체 신고포상금은 10배를 늘려 100만원으로 상향했고, 접경지역 내 모든 양돈농가에 포획틀과 울타리 시설 설치를 다음달까지 조기 완료하기로 했다. 오순민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정책국장은 “(ASF의) 남쪽으로의 전파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한다”면서 “전국적으로 방역관리를 하면서 접경지역에 대해선 더욱 강화된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 외에도 북한과 협력해 ASF 방역에 공동대응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남북은 지난해 11월 보건의료회담에서 전염병들의 진단과 예방치료를 위해 서로 협력하며 실무 문제 문서교환 등을 통해 협의하기로 한 바 있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부는 북한 내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확산 방지를 위한 남북협력을 추진할 준비가 돼 있으며, 북측과 협의가 진행되는 대로 구체적인 준비를 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북한이 남북협력에 손을 내밀지는 미지수다. 통일부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북한에 수차례 ASF 방역 협력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북한이 별다른 반응은 보이고 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조만간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대북 협의에 착수하고, 관계부처와 협의해 협력방안을 구체화해 나갈 예정이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