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10일 송태호 바른미래당 윤리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송 위원장은 최근 ‘나이들면 정신퇴락’ 발언으로 설화에 오른 하태경 최고위원에 징계를 착수했는데,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편파적 징계”라고 거세게 반발했기 때문.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비공개로 열린 바른미래당 윤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송태호 윤리위원장(가운데)과 위원들이 징계안을 심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비공개로 열린 바른미래당 윤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송태호 윤리위원장(가운데)과 위원들이 징계안을 심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패스트트랙 정국 이후 바른미래당은 손학규 대표 퇴진을 주장하는 ‘퇴진파’와 손 대표를 주축으로 하는 ‘당권파’의 세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퇴진파는 유승민계(바른정당계)와 안철수계 의원들이 손을 잡았고, 당권파는 국민의당계 일부 의원들이 남아있다.

두 계파간 신경전은 당 윤리위까지 불똥이 튀었다. 퇴진파는 손 대표와 막역한 송 위원장이 당권파에 유리하게 편파적 징계 심의를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 3일에는 “송태호 윤리위원장이 윤리위를 반대파 제거 수단으로 전락시켰다”며 최고위원회의에 불신임 요구까지 제출했다. 하 최고위원은 문제 발언으로 손 대표에 직접 사과했지만 징계에 착수한 반면, 비슷하게 유승민 전 대표를 향해 ‘꼭두각시’라고 말한 이찬열 의원에게는 면죄부를 줬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손학규 대표는 “윤리위원장 불신임은 정치공세”라며 거절했다.

하지만 퇴진파에서 송 위원장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결국 송 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더 이상 제가 당 지도부 퇴진이나 당권 장악을 향한 세 싸움의 빌미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중앙당 윤리위원회 위원장직을 사직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중앙당 윤리위원회는 당헌·당규에 근거한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운영돼 왔다”며 “정치적 공세 앞에서 규정이나 윤리적 가치가 무시당하는 당내 현실을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짧은 기간이지만 생각의 다양성을 서로 존중하면서 어려운 소임을 감당하기 위해 애써준 동료 윤리위원에게 진심으로 미안함과 감사함을 표한다”고도 덧붙였다.

손 대표는 송 위원장의 사임에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손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며칠 전 내게 전화를 해서 자신 때문에 논란이 돼 사직하겠다. (사직서를) 수리해달라고 해서 참았다. 오늘 이렇게 입장문을 전해오니 마음이 착잡하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송 윤리위원장과 저는 개인적으로 가깝다. 오랫동안 가까이 지내왔다. 인격적으로나 덕망이나 국내 어떤 분에게도 뒤지지 않고 훌륭하다”며 “저와 개인적으로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훌륭한 분이 정쟁 속에서 물러나게 된 것이 참으로 마음 아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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