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지난 20일 바른미래당 주도로 국회가 ‘개문발차’하면서 자유한국당의 국회 복귀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악연’이 자자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59·사법연수원 23기)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청문회를 열어야 하는데다가 북한 목선 귀순사건으로 해군의 국방력을 강하게 질타할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당이 줄기차게 요구하던 경제청문회가 경제토론회 형식으로 여당이 받아들일 몸짓을 보이면서 야당으로서 존재감을 과시할 무대가 갖춰진 상태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일단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정상화와 관계없이 북한 목선 귀순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안보 의원총회’에서 “이번 사건은 국기문란이자 국민에 대한 배신으로 전면적인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며 “관련 상임위 위원을 중심으로 해서 조작·은폐 진상조사단을 꾸리겠다”고 엄포를 놨다.

앞서 지난 15일 북한 주민 4명을 태운 목선은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삼척항 부두에 접근했지만 우리 군은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해 ‘경계 실패’ 논란이 일었다. 이 사건으로 논란이 일자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번 일을 계기로 군의 경계작전 실태를 꼼꼼하게 점검해 책임져야 할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문책하겠다”고 대국민 사과한 바 있다.

윤석열 청문회 역시 날을 벼리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토론회에서 “윤석열 후보자 지명은 이 정부가 적폐청산 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강하게 비판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이 윤석열 후보자의 청문 절차를 거치려면 국회 복귀가 우선이다. 다만 나 원내대표는 “국회정상화가 될 경우 (면밀히 검증하겠다고) 말한 것”이라며 “그 안에 정상화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윤 후보자의 청문회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 인사청문요청안이 제출된 뒤 20일 내 열려야 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국당 복귀가 상당히 임박했다는 추측도 나온다.

한국당이 요구한 경제청문회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조정되고 있는 점도 한국당의 국회복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수정 제안한 ‘경제토론회’를 두고 “경제 실정과 국가 부채 책임을 인정하라는 연장선에서 청문회를 받으라는 것이 아니라면 검토할 여지가 충분하다. 낙인을 거둔다면 새로운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나 원내대표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정도가 나오면 어떤 형식이든 좋다”는 입장을 보였다. 청와대 역시 먼저 국회를 열면 홍남기 부총리와 김수현 실장이 참석하는 ‘경제원탁회의’ 혹은 ‘경제 토론회’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 알려지면서 이견이 조율되는 모양새다.

다만 한국당은 아직 완전한 국회복귀에 대한 당론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실제로 한국당은 지난 19일 당초 합의했던 국회 개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돌연 불참을 선언했다. 당시 기재위 소속 한국당 위원들은 “원내지도부의 방침”이라면서 불참 뜻을 전했다. 나 원내대표는 전날 기재위 개최 소식에 “일부 소통에 문제가 있던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국회 개원 후에도 각종 상임위에서 파열음이 불거졌다.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소속 위원들이 회의개최를 요구해 박순자 한국당 위원장이 회의에 참석해 개회를 시도했지만 한국당 위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같은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역시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요구로 전체회의를 개최했지만 한국당 위원들이 전원 불참하면서 안건 심의 자체를 진행하지 못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한국당 소속인 이명수 복지위원장에 ‘사회권 이양 요구’를 했지만 이 복지위원장은 해당 건에 대한 간사 협의를 요청하며 사실상 거부했다.

한편, 한국당의 장기 국회파행은 황교안 대표와 나 원내대표의 ‘샅바 싸움’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21일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서 “국회복귀를 두고 황교안 대표는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경향성, 나 원내대표는 안에서 뭘 해보려고 경향성이 (있어 서로)충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의 김태현 변호사는 “(쉬운 예로) 황교안 대표가 장외 집회 할 때 나 원내대표가 언론 중심에 등장한 적 한번도 없었다. 언제 등장했느냐 하면 꽤 쉬다가 이인영 원내대표가 당선돼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그때 싹 웃으면서 등장했다”고 맞장구 쳤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