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저녁식사 제안 뿌리치고 간 이유
황교안, 대통령 저녁식사 제안 뿌리치고 간 이유
  • 김혜선 기자
  • 승인 2019.07.1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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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5당대표, 日경제보복 대응 원론적 합의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는 16개월 만에 만나 일본의 대 한국 수출규제 대응과 각종 정치 현안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공동발표문을 도출했지만, 일본 수출규제 조치에 초당적으로 협력한다는 원론적 내용만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열린 '정당 대표 초청 대화'를 마친 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열린 '정당 대표 초청 대화'를 마친 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는 이날 오후 4시 경부터 약 3시간 동안 회동했다. 당초 예정된 2시간 보다 길어진 시간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저녁 시간을 비워놨으니 같이 저녁을 하면서 더 이야기 하자”고 여야 대표에 제안했다고 한다. 그러나 황 대표가 “일정이 있어서 함께 못하겠다. 다음에 하자”고 거절하면서 불발됐다.

황 대표가 문 대통령의 식사 제안을 거절한 것은 앞서 회동에서 보인 극명한 입장차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과 황 대표는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 해법부터 추가경정예산 처리 등 대다수에서 이견을 보였다.

특히 문 대통령은 여야 대표에 10차례도 넘게 조속한 추경 처리를 부탁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도 “지금 경제가 엄중하다. 엄중한 경제대책으로써 가장 시급한 것은 추경을 최대한 빠르고 원만하게 처리하는 것”이라며 “추경이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협력을 해 달라. 더 나가 소재·부품 문제 관련 대책 예산도 국회에서 충분하게 반영시켜 주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황 대표는 추경 처리를 공동발표문에 넣는 것을 끝내 반대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추경에 관한 얘기를 공동발표문에 넣자는 생각이 강했지만, 나는 충분한 논의도 되지 않았고 협의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 섣불리 발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황 대표는 추경 처리는 ‘원내 소관’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고 한다.

야당은 추경처리를 위해서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정부와 여당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한국당이 요구하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 상정을 여당이 받아들이는 양보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방부 장관 해임결의안은 전혀 안 되는 일을 억지로 주장하는 것”이라며 “목선이라는 것은 1년에 수십 척이 내려오는데, 목선 내려왔다고 장관을 해임하면 아주 나쁜 국회의 전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반대했다.

일본 수출규제 문제 해법에 대해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황 대표는 문 대통령에 한일 정상회담과 대일 특사 파견을 제안하며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것은 양국 정상 간에 해결해야 한다. 대통령이 톱다운 방식으로 하셔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이같은 제안에 “아직 단계가 아니다”라며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현재는 그런 단계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이 대표는 전했다. 대일 특사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와 실무차원에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특사 파견은 어느 정도 서로 얘기된 뒤 검토할 사안이지 아직은 검토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고 이 대표는 덧붙였다.

국방부 장관 해임안도 황 대표는 “대통령께서 외교안보 라인을 엄중 문책하고 곧바로 경질하는 것이 국민을 안심시키는 길이 될 것”이라고 주문했지만 문 대통령은 답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황 대표는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정부가 지원하는 내용도 “예산이 들어갈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공동발표문에는 ‘국가 경제의 펀더멘털 및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문구가 들어갔지만, 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에는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해당 문구에 ‘법률적 지원’을 넣자고 했지만 한국당이 반대했다고 하면서 “(법률적 지원 문구를) 빼자고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문 대통령은 ‘관련 산업에 법적·제도적 지원책을 강구토록 하는 조항이 꼭 들어가야 구체적인 경제 대책으로 합의의 의미를 살릴 수 있다’는 견해였지만, 황교안 대표가 ‘예산이 수반될 수 있다’는 이유로 계속 반대를 했다”고 전했다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 일본의 추가 조치에 대해서 ‘한일관계 및 동북아 안보협력을 저해한다’는 공동발표문 문구도 황 대표가 처음에는 반대했다고 이 대표는 전했다. 반면 평화당과 정의당은 화이트리스트 배제 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파기하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일본 정부가 화이트 리스트 배제 등 추가 보복 조치를 한다면 그것은 한일관계와 동북아 안보협력을 저해한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파기될 수 있다는 경고가 발표문에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화이트리스트 배제는 일본이 대한민국을 안보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군사정보를 제공할 이유가 없다. 행동 대 행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GSOMIA 파기에 해단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은 “지금은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는 동일하게 규탄의 뜻을 밝혔다. 이들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자유무역 질서에 위배되는 부당한 경제보복”이라며 “일본 정부는 경제보복 조치를 즉시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여야는 범국가적 차원의 대응을 위해 비상협력기구를 설치해 일본 경제보복에 대응하기로 했다.

회동을 위해 입장하는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사진=뉴시스)
회동을 위해 입장하는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황교안 한국당 손학규 바른미래당 이해찬 민주당 정동영 평화당 대표. 가운데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뉴시스)

다음은 공동발표문 전문.

1.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자유무역 질서에 위배되는 부당한 경제보복이며, 한일 양국의 우호적, 상호 호혜적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조치라는데 정부와 여야는 인식을 같이한다. 일본 정부는 경제보복 조치를 즉시 철회하고,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의 추가적 조치는 한일관계 및 동북아 안보협력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외교적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2. 여야 당대표는 정부에 대해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차원의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을 촉구했으며, 대통령은 이에 공감을 표하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로 하였다.

3. 정부와 여야는 일본의 경제보복 대응에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우리 경제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며, 국가경제의 펀더멘털 및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 또한 범국가적 차원의 대응을 위해 비상협력기구를 설치해 운영하기로 한다.

4. 정부는 여야와 함께 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소통과 통합을 위해 노력한다.

김혜선 기자 hyeseonkim9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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