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 일본은 결국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산업계는 대응책 마련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이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2일 일본 정부는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관련 절차를 거쳐 이달 28일부터 한국은 화이트리스트 지위를 잃게 된다.

화이트리스트는 일본이 자국의 안전보장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첨단기술과 전자 부품 등을 타 국가에 수출할 때 허가신청을 면제하는 국가를 말한다. 현재 미국과 독일 등 7개국을 화이트리스트로 지정하고 있고, 한국은 지난 2004년 지정됐다.

이번 결정에 따라 일본 기업이 한국으로 수출할 때 식품과 목재를 제외한 거의 모든 품목에서 개별 허가를 받게 되는데, 심사 기한이 최장 90일에 달하고 제출서류도 많아진다. 또한 이달 말부터 규제 대상이 857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화이트리스트 제외가 수출 금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일본 정부가 한국에 수출품을 제한하는 의도로 볼 수 있다. 특히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뿐만 아니라 자동차, 기계, 화학 등 산업계 전반에 걸쳐 타격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일본의 필수 소재 수출 규제를 받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반도체 웨이퍼와 제조용 기계가 규제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고부가가치 제품에 필수로 사용되는 것들로, 국산화 대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 미래먹거리로 꼽히는 전기차, 화학, 기계 등의 업종도 일본 정부의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공장 기계, 탄소섬유, 2차 전지 사업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들 산업은 일본 의존도가 높은 산업군으로 한국의 피해는 클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이다. 특히 공작기계 완성품의 일본산 비중은 20~25% 수준이고, 핵심적인 소프트웨어 역시 주로 일본에서 수입한다. 그 중에서도 금속 공작기계는 일본 의존도가 40%에 달하고, 이 기계를 주로 사용하는 곳이 중견·중소기업이라 대응이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수소전기차의 핵심인 수소탱크 제조에 사용되는 탄소섬유도 일본산이 상당수다. 도레이사 등 일본 기업 3사가 전세계 시장점유율 6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한국 수소경제 전략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계는 일본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미 예상했던 결과라는 것. 다만 일본산 소재 부품의 수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고심 중이다. 또한 일시적인 혼란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재계는 단기적으로 일본의 의존도가 높은 항목을 점검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소재 국산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이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