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 문화경영 컨설턴트
이인권 문화경영 컨설턴트

[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이인권] 미국의 문학가 마크 트와인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도 그 아이디어가 성공할 때까지는 괴짜일 뿐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앨버트 아인슈타인은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은 아무것도 생각지 않는 것’과 다름없음을 강조했다.

그래서 아이디어는 무한한 상상력의 발로라 할 수 있다. 그 상상력이야말로 아인슈타인의 말대로 지식의 한계를 뛰어 넘으며 세상의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있다. 그만큼 상상력은 중요하다. 상상력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창의력’이라는 말과도 통한다.

그러나 냉철하게 생각해보면 상상력이 무한대일수록 유익할 때도 있고 그것이 한계를 가질 수도 있다. 문학 작품을 쓰거나 예술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상상력은 무한정일수록 좋다. 문학가나 예술가는 자신들이 상상해낸 세계를 실상의 매체나 행위로 담아내면 된다.

그래서 때로는 그들의 작품들이 현실의 감각이나 인지능력으로는 쉽게 수용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들의 작품을 고도의 픽션으로 받아들인다. 아니면 초현실주의나 아방가르드(avant-garde·전위예술)와 같은 장르로 설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업이나 일반 조직에서의 상상력은 다를 수 있다. 그것이 합리적인 실행에 옮겨졌을 때에만 의미가 있다. 곧 구상력이 따라 주어야 한다. 우리는 흔히 아이디어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그것은 거침없는 생각과 무한한 상상의 과정으로 얼마든지 많이 도출해 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주어진 현실의 여러 가지 조건과 환경에 부합하여 생산성 있는 결과물로 작업이 될 수 있을 때만이 효과를 낸다. 아이디어가 단순히 기발한 착상으로 그치는 경우는 의미가 없다. 예술 작품의 세계가 아닌 특히 엄정한 조직 현실에서는 그렇다.

명확하고, 구체적이고, 현시적으로 이끌어낸 결실이 있을 때 그 아이디어는 본연의 가치를 발휘하며 생명력이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아이디어를 갈고 다듬어 조직화를 통해 구체적으로 실행되어야 빛을 발하는 것이다.

흔히 조직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외부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회의를 개최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 전문가들에 의해 정말 다양한 생각과 창안들이 제시된다. 하지만 그것들이 이상적이고, 추상적이고, 현학적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도식적으로나 이론적으로 합당하게 들리더라도 실행에 옮기는 데에는 현실성이 부족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물론 규모 있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거나,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는 중요하다. 전체적인 구도를 잡아가는 단계에서는 현실성이 결여된 아이디어라 하더라도 미래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에는 필요할 수가 있다. 아이디어는 미래를 향해 진보적인 방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장 또는 단기적으로 결과를 이끌어 내야 하는 경우는 다르다. 눈앞에 결과를 내어야 하는 시점에서 현실성이 결여된 환상적인 아이디어는 허구일 따름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자문회의에 참여하는 전문가들이 해박한 이론 외에 실제 경험이 얼마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논리 정연한 이론체계는 현실성이 따라주어야 가치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공허한 발상으로 그칠 수 있다.

지식과 이론만 가지고는 안 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비즈니스의 전략기획가들은 아이디어가 실현될 수 있는 비율은 대략 10~20%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디어는 갈고 닦아 실천에 옮겨질 때에야 보석이 된다. 아이디어가 실행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하는 이유다.

이렇게 아이디어의 현실성이 낮다는 통념을 깬 아이디어 벤처기업이 있었다. 바로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사업으로 실현시켜주는 미국의 ‘퀄키’(Quirky)였다. 회사 명칭인 ‘Quirky'는 ’기발한‘, ’특이한‘, ’괴짜‘라는 뜻이다.

이 회사는 일반인들의 초기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이를 정교하게 갈고 다듬어 혁신제품(novelty)으로 생산해 판매했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함께 공유하는 아이디어 플랫폼 기업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끌게 되었다.

하지만 역시 좋은 아이디어를 특정 제품화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기업의 규모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데는 한계를 갖게 되었다. 결국 특출한 아이디어가 모두 보편적으로 상용화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아이디어는 누구나 가질 수 있다. 그 아이디어가 모두 현실화될 수 있다면 모두가 성공을 거둘 것이다. 그러나 아이디어가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디어로 성공하는 사람도 결국 소수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누구나 그 소수에 들기 위해 창조적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생각해내야 할 것이다.

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 칼럼니스트 · 문화커뮤니케이터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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