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 백색국가 제외 조치는 강제징용 판결 보복 조치
- "정부 日 백색국가 제외 개정안, 韓 수출기업에 부담"
- 국가·개인 별개..."日, 국제인권법 상식으로 돌아가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악화일로를 걷던 한일관계가 시계제로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달 18일 한국 정부가 일본을 수출 절차 우대 국가에서 제외하는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시행하면서다.

포문은 일본이 먼저 열었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4일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 절차를 간소화하는 우대국인 백색국가에서 제외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정령 개정안의 배경에 대해 “대한민국과 신뢰관계가 심각하게 손상됐고 국제 평화와 안전유지를 위해서 대한민국을 목적지로 하는 화물 수출에 대한 특례를 폐지할 필요성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조치를 지난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이 내린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규정했다. 당시 대법원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달 11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WTO에 제소한 바 있다. 결국 한·일 경제전쟁은 WTO에서 승패가 갈리게 됐다.

이에 대해 국제통상법 전문가이자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송기호(57) 변호사는 2일 <뉴스포스트>와의 서면인터뷰를 통해 “일본을 수출 우대 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입고시 개정안은 수출 증가율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수출 기업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일본 무역 보복은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문제”라며 냉정한 대응을 주문했다.

송기호 변호사. (사진=송기호 변호사 제공)
송기호 변호사. (사진=송기호 변호사 제공)

다음은 송기호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지난달 18일 우리나라 정부는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시행했습니다. 일본이 백색국가인 ‘가’ 지역에서 빠지고 ‘가의 2’ 지역에 포함된 것인데요. 해당 개정안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일본 기업과의 오랜 무역 관행에 익숙한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새로 개별 허가제에 적응하는 데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의 품목별 포괄허가제를 이용할 수 있는 등급(AAA)을 갖춘 기업이 11개밖에 되지 않아, 사실상 절대다수 기업이 이 제도를 이용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용자 포괄허가라는 다른 제도를 이용하기 어려울 경우에는 결국 일본에 전략물자 및 상용 겸용 물자를 수출할 때마다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는 수출 증가율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수출 기업에게 부담이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 정부가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조치가 향후 우리나라가 WTO에 제소한 일본 전략물자 규제 문제에 영향을 미칠까요?
“현재 한국이 일본을 WTO에 제소한 대상에는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 그러니까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조치는 제소 대상에서 빠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앞으로 한국이 일본의 백색국가 조치에 대하여도 제소 대상에 포함시킬 것인지를 검토할 때에는 영향을 줄 것입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WTO에 일본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종의 수출규제에 대해서만 제소를 했습니다. 정작 백색국가 제외 조치에 대해서는 제소하지 않았는데요. 실착이 아닐는지요.
“정부가 구체적 정보나 현황을 가지고 전략적으로 판단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만일 일본이 WTO 차원에서 더 불법성이 분명한 반도체 3개 소재에 대하여 WTO 협의 단계에서 어떤 전향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정부가 판단하는 것이라면 정부의 전략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좀 더 상황을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에 대해 우리나라 정부가 추가로 제소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당연히 잘 준비해서 제소해야 합니다. 반도체 3개 소재와 함께 백색국가 제외 조치는 같은 날 발표된 것으로, 사실상 하나의 조치입니다. 일본의 불법성이 더 무거운 것으로 제소해서 같이 대응해야 합니다.”

▶일본 정부는 우리나라 백색국가 제외 배경에 우리나라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의 백색국가 제외 배경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일본은 형식적으로 ‘한국의 보완적 규제(캐치올 규제)가 불충분하다’라는 식으로 그 이유를 설명하였지만 이는 근거가 없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입니다. 한국은 일본보다도 더 강한 캐치올 규제를 하고 있습니다. 즉 일본은 백색국가에 대해서는 캐치올 규제를 면제하고 있지만 한국은 적용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일본은 왜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지에 대하여 구체적 사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는 일제 침략전쟁 당시 강제징용 피해자 판결에 대한 불법적 보복 조치입니다.” 

한국을 백색국가 분류에서 제외 한다는 내용의 일본 관보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을 백색국가 분류에서 제외 한다는 내용의 일본 관보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일본 정부는 과거 두 차례(박정희 前 대통령, 박근혜 前 대통령) 배상을 통해 법적인 의무가 모두 끝난 것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법원이 개인 배상을 인정하면서 신뢰를 어겼다고 주장하는데요. 법적, 도의적 책임 소재에 대해 어떻게 분석하시는지요.
“하토야마 유키오 前 일본 총리가 지난달 23일 트위터에서 우츠노미아 겐지 前 일본변호사연합회 회장의 의견을 인용하면서 말했듯이 개인의 청구권이 국가 간 협정으로 소멸되지 않는다는 것이 국제인권법의 상식입니다. 하토야마 전 총리가 썼듯이, 피해자 청구권 문제가 한일기본조약으로 해결되었다는 것은 상식이 아닙니다. 일본 정부는 국제인권법의 상식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서울시의회가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 등이 이른바 일본 전범 기업의 물품을 사는 것을 금지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시와 교육청의 재의 요구로 사실상 조례안 통과가 좌절되기는 했습니다만, 각 지방자치단체 의회가 이런 조례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불매운동이 현명한 조치라고 보시는지요?
“시도 의원님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도 WTO 규범을 지켜야 합니다. WTO는 회원국 기업을 차별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WTO 문제 이전이라도 일본 기업을 법원 재판 없이 ‘전범 기업’으로 규정하고 공공 조달에게 불이익을 지방자치단체가 준다면 이를 적법절차라 할 수 없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일본에게 빈틈을 보이는 일입니다.”

▶지난달 20일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 정부의 WTO 양자협의를 수락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협의에 이르기 어렵다고 보고 있는데, 변호사님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아베 총리의 4차 내각 구성에서 볼 때, WTO 협의 절차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끈질기고 성실하게 협의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틈과 간극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일본에게 이른바 안전보장 수출관리를 하는 사유에 대한 성실한 답변을 요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WTO 협의 기간도 충분히 장기간 가져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본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그 패턴이나 내용이 드러나는 것이 필요합니다. 여유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협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끝으로 독자분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일본의 무역 보복은 정부가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 문제의 본질이 인권문제라는 것을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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