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운 칼럼] 산업공동화 우려 키우는 기업의 脫한국 러시
[온기운 칼럼] 산업공동화 우려 키우는 기업의 脫한국 러시
  • 온기운
  • 승인 2019.10.0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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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온기운] 국내기업의 엑소더스(국외 탈출)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2019년 2분기 해외직접투자 동향’에 따르면 올 2분기 해외직접투자액이 150억 1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3.3% 증가했다.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80년 4분기 이후 최고치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외국기업이 국내에 투자한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45% 감소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해외직접투자액이 299억 6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30.4%나 증가했다.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이 지난해 상반기 74억 3000만달러에서 115억 7000만달러로, 또 금융·보험업이 70억 7000만달러에서 104억 6000만달러로 해외직접투자가 각각 급증했다.

외국인직접투자액에서 해외직접투자액을 뺀 ‘국제직접투자수지’는 지난해 마이너스 324억 7500만달러로 2015년 마이너스 133억 100만달러의 2.5배에 달했다. 외국 기업이 우리나라에 투자하는 금액보다 국내 기업이 국외에 투자하는 금액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이 올 2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마이너스 7%를 기록하는 등 설비투자가 장기간 마이너스 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처럼 기업의 탈(脫)한국 러시가 이어질 경우 국내 산업의 공동화(hollowing out)가 심화될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산업공동화로 국내 산업이 쇠퇴하면 고용과 수출, 국내총생산(GDP) 등 국내 경제 전반에 심각한 타격이 미쳐질 것이며, 한국경제의 성장 기반도 와해될 것이다.

대기업의 글로벌 경영과 현지시장 진출, 선진기술 도입 등의 측면에서 해외직접투자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최근의 국내 투자 부진은 심각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이 국내에서 사업을 할 수 있는데도 부득이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한 마디로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 때문이다. 높은 생산비와 조세, 불합리한 규제, 노사갈등, 반(反)시장 정책 등이 그것이다. 현 정부 들어 이뤄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는 기업의 실질적인 생산비를 증가시켜 국내 사업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법인세 추가 인상 움직임, 시대와 기술변화, 글로벌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우물안식 규제가 기업의 사업 의욕을 꺾고 있다. 화학물질평가법(화평법),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등 강화된 규제도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는 변수다.

강성노조와 시장원리를 무시하는 각종 규제, 정부의 무분별한 시장개입도 기업을 해외로 내모는 요인이다. 여기에 외국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외국인 투자 유치 업무 절차도 최소한 간소화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요국들의 움직임도 기업이 국내를 떠나게 하는 요인이다.

올해 설립 100년을 맞은 섬유업체 경방이 최근 늘어나는 인건비 때문에 광주와 경기도 용인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일부 설비를 해외로 이전했다고 한다.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자율주행차를 본격 양산하기 위해 2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앱티브사와 공동으로 미국 현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발표했다. 이러한 투자가 국내에서 이뤄진다면 그만큼 국내경제가 활기를 띨 텐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정부는 더 이상 기업의 엑소더스가 진행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기업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임금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유지하고 근로시간에도 신축성을 부여하도록 해야 한다. 글로벌 추세에 맞추어 법인세도 합리적인 수준으로 인하하는 게 바람직하다. 정책당국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 기업의 투자 불확실성 요인을 해소하고 기업가정신이 살아날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 등의 제도를 효과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미국과 일본 독일 등 선진국들처럼 해외로 나간 기업을 국내로 유턴시키기 위해 유턴 기업에 대한 다양한 인센티브 제공을 검토해야 한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온기운 kuohn@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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