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운 칼럼] 선진국 금자탑 여기서 무너뜨릴건가
[온기운 칼럼] 선진국 금자탑 여기서 무너뜨릴건가
  • 온기운
  • 승인 2019.11.0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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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온기운] 정부가 지난달 25일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인정받은 개발도상국 지위를 내려놓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 7월 “잘 사는 나라들은 WTO에서 개도국 지위를 포기해야 한다”며 시한을 못 박아 압박한 것에 대한 반응이라고 할 수 있으나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경제적 위상을 고려하면 개도국 졸업 선언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이 개도국 혜택을 누릴 수 없는 기준으로 제시한 4가지를 모두 충족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자 G20 국가이며, 세계은행이 분류하는 고소득국가이고 세계무역 비중이 0.5% 이상(지난해 2.9%)이다. WTO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고 있는 나라들 중 이들 조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는 것은 한국뿐이다.

어디 이들 조건들 뿐인가.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규모 세계 12위, 수출규모 세계 6위, 1인당 국민소득 3만 3400달러, 특허출원 건수 세계 4위 등 여러 면에서 선진국다운 면모를 갖췄다. OECD나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을 이미 선진국(advanced country) 대열에 포함 시키고 있다. OECD 분기별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과 한 그룹이 돼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발표되고 있다.

1960년대 세계 최빈국에서 반세기 남짓한 사이에 선진국 반열에 우뚝 서게 됐다는 사실에 감격스러움과 긍지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1970년대에 국민 사이에 애창됐던 ‘잘살아 보세’라는 가요의 2절 가사를 보면 눈물이 날 정도다. “일을 해 보세 일을 해 보세 우리도 한번 일을 해 보세, 대양 너머에 잘 사는 나라 하루아침에 이루어졌나...”. 전쟁의 폐허 속에서 먹을 것, 입을 것, 살 곳이 변변치 않았던 구차한 상황에서 태평양 건너 잘사는 미국, 대서양 건너 잘 사는 유럽 국가들을 바라보며 우리도 그들처럼 돼 보자는 것이었다.

얼마전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우리가 기적이란 말을 들을 만큼 고속 성장을 이루고, 국민소득 3만 불의 경제 강국이 된 것은 들불처럼 번져간 새마을운동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보수층 끌어안기 차원에서 한 말일 수도 있지만 진보 대통령도 이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인들은 특유의 신바람과 ‘빨리빨리’ 문화, 강한 성취동기와 의지, 높은 교육열을 무기로 세계가 주목하는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다. 대기업 총수 1, 2세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정신으로 돈이 되는 곳이라면 오대양 육대주를 가리지 않고 진출해 사업을 벌였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솔직히 선진국 금자탑이 언제 무너질까 두려운 심정이다. 갈수록 떨어지는 경제성장률과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저출산·고령화, 국내 제조업 공동화, 기업가 정신의 쇠퇴 등 경제를 무기력하게 하는 요인들만 존재하는 것 같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크루그만이 일찍이 “아시아 네 마리 용의 고도성장은 사상누각과 같다”고 한 말이 현실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GDP 순위는 2017년에 러시아에게 밀렸고, 수출도 반도체 착시 효과가 사라지면서 10대 수출국 중 감소율이 가장 크게 나타나고 있다. 세계기업가정신개발기구(GEDI)가 120여개국을 대상으로 매년 발표하는 기업가정신지수를 보면 한국은 지난해 카타르나 에스토니아보다 낮은 24위를 기록했다.

더욱 걱정은 현 정부의 경제철학이다. 성장보다는 분배와 복지에 매달리며 자유시장경제를 부정 하는 분위기에서 어떻게 혁신이 이뤄지고 민간의 자율과 창의가 발휘될 수 있겠는가. 기술은 날아가는데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정책과 이념적 규제가 경제활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우리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위로 더 웅비하느냐, 아니면 포퓰리즘으로 망해가는 중남미 국가들 꼴이 되느냐. 이는 정부의 선택에 달렸다. 민간 주도의 자유시장 경제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온기운 kuohn@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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