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2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자유한국당이 민생법안 199개 안건에 모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신청한 것을 두고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한 법안들을 정치적 사안과 연계하여 흥정거리로 전락시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문재인 대통령.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 (사진=뉴시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에서 “국회 선진화를 위한 법이 오히려 후진적인 발목잡기 정치에 악용되는 현실을 국민과 함께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한국당은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199개 민생법안 전부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바 있다. 이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민생 법안을 정쟁의 도구로 쓴다”며 본회의 참석 자체를 거부했고, 결국 본회의 개의 자체가 무산됐다. 한국당은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일명 ‘민식이법’ 등 어린이 안전 관련 법안은 먼저 통과시키고 필리버스터를 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스쿨존(어린이 안전구역)에서 아이를 잃은 부모들은 법안 통과 좌절 소식에 “왜 우리 아이들의 이름이 협상카드가 되어야 하느냐”며 오열하기도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안타까운 사고로 아이들을 떠나보낸 것도 원통한데 우리 아이들을 협상카드로 사용하지 말라는 절규까지 하게 만들어선 안 된다”며 “아이 부모들의 절절한 외침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국회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 민생과 경제를 위한 법안들은 하나하나가 국민들에게 소중한 법안들”이라며 “하루속히 처리해 국민이 걱정하는 국회가 아니라 국민을 걱정하는 국회로 돌아와주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쟁점 없는 법안들조차 정쟁과 연계하는 정치문화는 이제 제발 그만두었으면 한다”고도 덧붙였다.

또 “20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마비사태에 놓여 있다. 입법과 예산의 결실을 거둬야 할 시점에 벌어지고 있는 대단히 유감스러운 상황”이라며 “20대 국회는 파행으로 일관했다. 민생보다 정쟁을 앞세우고 국민보다 당리당략을 우선시하는 잘못된 정치가 정상적인 정치를 도태시켰다”고 비판했다.

이날이 국회의 예산안 처리 법정기한인 점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도 기한을 넘기게 되었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법을 지키지 않는 위법을 반복하는 셈”이라며 “처리가 늦어지면 적시에 효율적으로 예산을 집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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