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문현우 기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이 국내로 확산되면서 정부의 감염병 대책에 다양한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야당은 정부의 안일한 대책이 코로나19 확산을 야기했다고 비판했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메르스때 경험과 학습효과가 있어서 훨씬 더 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일까.

(사진=뉴스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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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시장은 “5년만에 닥친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직면했을 때,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정부와 지자체는 첫 확진자 발생 순간부터 신속하고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하며 감염병에 선제적으로 대처해 나가고 있다”면서 “과거 메르스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에 <뉴스포스트>는 코로나19와 지난 2015년 발생한 중동호흡기증후군(일명 메르스) 당시 정부 대처를 △확산속도 △정부 매뉴얼 △정보공유 세 가지로 나눠 비교해봤다.

확산 속도

코로나19와 메르스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종이라는 점에서 같다. 코로나19는 중국 우한시에서 최초 발생한 새로운 바이러스로, 현재까지 별다른 백신이나 치료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메르스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에서 발생한 급성호흡기질환이다. 마찬가지로 백신과 치료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코로나19는 지난달 20일 국내 최초 확인돼 이달 10일까지 21일 간 총 28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비행기 동승으로 인한 전염을 제외하고 2차 감염자(1차 확진자에 의한 감염), 3차 감염자(2차 감염 확진자에 의한 감염)가 나오면서 방역망에 구멍이 뚫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코로나19와 메르스의 확진자 추이. (그래픽=김혜선 기자)
코로나19와 메르스의 확진자 추이. (그래픽=김혜선 기자)

짧은 시간 내 2, 3차 감염자가 나오다보니 메르스 때보다 전파력이 빠른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전파력은 사스나 메르스보다는 약하다고 말한다. 지난 7일 방지환 신종 코로나 중앙임상태스크포스(TF) 팀장은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브리핑을 열고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추가 환자를 만드는지를 따지는 알제로(R0)값을 보면 사스는 3, 메르스는 원내 감염이 4, 원외 감염이 0.6인데 이번 신종 코로나는 2정도로 추측된다”면서 “왜 이렇게 퍼졌느냐는 첫 환자가 2차 환자를 만드는 기간인 세대기가 짧은 경향이 있어서 더 빨리 퍼지는 것 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5월 퍼지기 시작한 메르스 환자는 코로나19보다 확산세가 빨랐다. 정부가 초동 대응을 놓치면서 병원 내 감염이 대량으로 발생했기 때문. 첫 환자는 2015년 5월 20일 확진을 받았고, 불과 열흘 만에 15명으로 늘었다. 1번 확진자가 치료를 위해 입원한 평택성모병원에서 환자와 가족, 의료진이 줄줄이 추가 감염됐다. 이후 메르스 사태는 삼성서울병원의 ‘슈퍼전파사건’으로 번져 총 환자 186명이 감염, 이 중 38명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결과를 맞았다.

정부 매뉴얼

초동 대응에서 정부의 감염병 대응 매뉴얼은 상당히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얼마나 꼼꼼한 매뉴얼을 만들었는지에 따라 감염병 초동 대응의 성패가 갈리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경우 13일 현재까지 총 5번에 걸쳐 대응 매뉴얼이 수정됐고, 지난 4일을 기점으로 대폭 강화됐다. 초기 매뉴얼이 바뀐 이유는 간단하다. 1차 감염자에서 파생한 2차, 3차 감염자가 생기고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무증상 전파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기존 매뉴얼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강화된 매뉴얼 중 눈에 띄는 부분은 밀접·일상 접촉자의 분류다. 당초 보건 당국은 코로나19 확진자의 접촉자들을 밀접·일상 접촉자의 분류하고 관리해왔는데, 구체적인 거리나 접촉시간 등 기준을 따로 두지 않았다. 밀접 접촉자의 기준을 숫자로 정해둘 경우 현장 조사관들이 기계적으로 적용한다는 이유에서다.

변경된 매뉴얼에서는 밀접·일상 접촉자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일괄 ‘접촉자’로 구분한 뒤 14일간 자가 격리하기로 했다. 다만 보건 당국은 지난 3일 브리핑에서 접촉자 기준으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확진 환자와 2m 이내의 접촉이 이루어진 사람 등”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2015년 메르스 사태의 초기 대응에서 생긴 구멍은 잘못 제정된 지침의 문제뿐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보다, 그러한 지침의 경직되고 기계적인 적용이 더 큰 문제였다

대한감염학회 <메르스연대기> 17쪽 인용.

정부가 접촉자에 구체적인 기준을 두지 않고 역학조사관의 재량에 맡긴 것은 메르스 당시 ‘뼈아픈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정부는 메르스 초기 대응지침서에 감염 가능성이 높은 밀접접촉자의 기준을 ‘2m 이내 공간에 1시간 이상 머문 사람’으로 정했다. 그러나 메르스 첫 환자는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하면서 해당 기준에서 벗어나는 2차 감염자(6번)을 파생시켰다. 또 밀접접촉자가가 격리되지 않고 출국해 중국 보건당국에서 메르스 확진을 받은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좁은 감시망 사이로 감염자들이 빠져나간 사실이 알려지자 당시 중앙방역대책본부는 밀접접촉자 판단 기준을 수정했다. 밀접접촉자 기준에서 ‘1시간 이상’이라는 기준을 삭제하고 발열 기준도 38.0℃에서 37.5℃로 강화했다. 발열 기준 37.5℃는 현재 코로나19 대응 지침에도 동일하게 적용돼 있다.

정보 공개

코로나19와 메르스 사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정부의 정보 공개 여부다.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병 관련 정보공개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고 위기소통담당관실을 신설, 지난 2017년 ‘공중보건 위험소통 표준운영절차’를 발간했다. 이 운영절차에는 감염병 등 재해예방을 위해 ‘국민이 원하는 정보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공중보건 위험소통 표준운영절차. (사진=공중보건 위험소통 표준운영절차)
공중보건 위험소통 표준운영절차. (사진=공중보건 위험소통 표준운영절차)

실제로 보건 당국은 코로나19에 대한 국내외 발생동향은 물론, 각 확진자의 이동경로와 방문한 병원, 상가, 음식점 등 구체적인 상호명까지 공개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 당시에는 감염자의 병원 내 전파가 심각했을 당시에도 해당 지역사회의 부정적 낙인을 우려해 병원의 이름이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다. 의료계와 시민단체 등 각지에서 병원명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빗발쳤고, 정부는 2015년 6월 3일이 되어서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정보 공개를 결정했다. 이후 정부는 같은달 7일에 감염자가 내원한 의료기관의 이름을 공개했다. 이에 감사원은 지난 2016년 1월 14일 ‘메르스 예방 및 대응실패 감사결과’를 공개하며 “(정보공개) 후속조치가 7일간 지연된 결과 14번 환자와 접촉한 76번 환자 등이 관리대상에서 누락된 채 강동경희대병원 등을 방문해 메르스가 확산됐다”고 지적했다.

바이러스의 분리배양주 분양도 코로나19가 더 빨랐다. 보건 당국은 지난 12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국내 분리에 성공해 각 유관부처 및 연구기관에 분양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질병관리본부 정은경 본부장은 “분리된 바이러스를 유관부처 및 연구기관에 분양함으로써 진단제, 치료제, 백신 개발 등에 적극 활용되어 국민보건 위기상황에 신속한 대응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확진자가 나온 뒤 24일 만이다. 반면 메르스 바이러스의 분리배양주의 경우 2015년 7월 13일에서야 연구기관 등에 분양 소식을 알렸다. 확진자가 나온 뒤 55일째로, 코로나19보다 두 배 가량 늦었다.

검증 결과

대체로 사실

참고 자료

1. <2015 메르스백서>, 보건복지부

http://www.cdc.go.kr/CDC/cms/content/mobile/39/70039_view.html

2. <메르스연대기>, 대한감염학회

http://www.ksid.or.kr/data/sub08.html

3. 2020.02.07. 국립중앙의료원 기자회견, kbs 유튜브

https://youtu.be/mTYo1026PPI

4.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대응지침(지자체용, 제5판)(수정)

https://www.cdc.go.kr/board/board.es?mid=a20507020000&bid=0019&act=view&list_no=366020&tag=&n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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