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미래통합당의 자매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맹비난하던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상 연합정당 참여 수순을 밟게 됐다. 공직선거법 개정에 앞섰던 민주당이 국민 여론 부담을 무릅쓰고 연합정당 참여 쪽으로 기운 이유는 ‘의석수’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왼쪽)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왼쪽)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사진=뉴시스)

11일 민주당은 ‘더불어민주당 비례연합정당 참여여부를 위한 권리당원 투표 제안문’에서 연합정당 참여 여부를 ‘전 당원 투표’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전 당원 투표는 권리당원을 대상으로 오는 12일 오전 6시부터 13일 오전 6시까지 이뤄진다.

민주당은 “미래통합당은 비례 의석 획득을 위한 위성정당을 설립하여, 연동형 비례의석을 독식함으로써, 원내1당을 꾀하고 있다”며 “이에 연동형비례제의 취지 훼손을 걱정하는 소수정당 및 시민사회가 소수정당의 의회 진출을 보장하기 위해 우리 민주당에 ‘비례연합정당’을 제안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당은 그동안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 설립을 비판해왔다는 점에서 국민 여론에 대한 부담도 있다”며 “소수정당 원내 진입 보장이라는 선거제도 개혁의 취지를 살리면서 미래통합당의 비례의석 독식과 원내1당을 막고,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정권재창출의 토대를 만들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이 ‘절박한 상황’이라는 표현을 써 가며 당원들의 투표를 독려하는 것은 실제로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의 조합이 폭발적인 위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대외비 보고서에서도 위성정당 없이 선거를 치렀을 때 비례대표에서 미래한국당이 최소 25석을 가져가는 반면 정의당은 9석, 민주당은 6~7석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통합당에 제1당을 빼앗길 경우 ‘대통령 탄핵’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공포도 작용했다. 그동안 통합당 지도부는 ‘원내 제1당이 되면 대통령 탄핵이 가능하다’는 발언을 공공연히 해왔다. 물론 대통령 탄핵을 위해서는 국회 재적인원 3분의 2이상이 찬성해야 하기 때문에, 보수진영 외에도 여당의 탄핵 찬성표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럼에도 원내 제 1당을 야당에 빼앗기면 향후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이 발목 잡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당내에 팽배하다. 실제로 지난 10일 오후 소집된 의원총회에서는 발언자 20여 명 중 설훈·김해영·조응천·박용진 의원 등 4명만 연합정당 참여 반대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연합정당 참여 반대파들은 민주당이 위성정당 논란에 발을 들일 경우 ‘중도층’ 표심이 이탈해 지역구 의석까지 흔들릴 위험이 있다고 주장한다. 연합정당은 사실상 ‘독배’를 마시는 격이란 이야기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이해찬 당대표 앞에서 “원칙을 지키지 않다가 일이 잘못됐을 때는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게된다”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김 최고위원은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연합정당 참여는 명분이 없어 보인다”면서 민주당의 연합정당 참여로 상당한 민심 이반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효과적으로 선거연합정당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두관 의원 역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당이 어려울수록 원칙을 지키는 게 정답”이라며 “비례에서 우리가 얻지 못하는 의석을 지역구에서 얻는 게 더 중요하다. 저희가 원칙을 어겼을 때 중도 표심이 날아갈 것 같은 위기감이 든다”고 말했다. 김영춘 의원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세력이 비례 20석을 차지하고 1당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 공감한다”면서도 “안타깝지만 우리가 개혁한 선거법의 취지, 민주당 본래의 정신에 맞는 길을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외 민주당 인사들도 연합정당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재명 도지사는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학적으로 볼 때 이 방법이 비례의석 획득에 도움이 된다”며 “그런데 이것이 민주당에 최종적으로 이익이 되려면 지역구에서 그 이상의 손실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심판하는 경기에서 꼼수를 비난하다가 그 꼼수에 대응하는 같은 꼼수를 쓴다면 과연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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