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집합금지 명령으로 문 닫은 가게, 정부 보상 불가능하다?
[팩트체크] 집합금지 명령으로 문 닫은 가게, 정부 보상 불가능하다?
  • 김혜선 기자
  • 승인 2020.04.09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으로 정부에서 가게 영업을 중지하게 만드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내린다면, 이에 대한 손실을 보전 받을 수 없을까?

9일 서울 성동구 보건소 관계자와 경찰이 송정동 유흥업소에 집합금지 명령서를 붙이고 있다. (사진=성동구 제공)
9일 서울 성동구 보건소 관계자와 경찰이 송정동 유흥업소에 집합금지 명령서를 붙이고 있다. (사진=성동구 제공)

9일 서울시는 온라인 브리핑을 열고 시내 룸살롱과 클럽, 콜라텍 등 2164곳, 단란주점 2539곳을 합쳐 총 4685개 시설에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사실상 ‘영업금지’ 처분에 가까운 이번 집합금지 명령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인 오는 19일까지 이어진다.

나백주 시민건강국장은 “유흥시설들은 업체 특성에 따라 밀접 접촉이 이뤄질 수 밖에 없는 만큼 감염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영업을 일시 중단하는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오는 19일까지 서울시·자치구·서울시경찰청이 함께 유흥시설 현장을 불시 방문해 영업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이 같은 조치는 최근 강남 대형 유흥업소 ‘ㅋㅋ&트렌드’ 종업원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으면서 집단감염 우려가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학원과 노래방 등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 지자체 판단에 따라서 운영 중단을 권고할 수 있다고 밝혀왔다. 그동안 지자체의 행정명령은 감염예방 수칙을 정해 이를 준수하지 않는 시설에 집합금지 명령을 내리는 식으로 진행됐지만, 사실상 ‘영업금지’에 해당하는 ‘집합금지 명령’이 특정 업종 전체에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집합금지 명령은 현행 감염병예방법 49조를 근거로 이뤄진다. 보건복지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감염병 예방을 위해 집회나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는데, 집합금지 행정명령이 떨어지면 사실상 영업을 할 수 없다는 게 서울시 측 설명이다.

만약 집합금지 명령을 위반하고 가게 문을 열면, 사업자는 물론 시설 이용자까지 300만 원 이내의 벌금을 물 수 있다. 감염예방법 제80조에는 행정명령에 불복한 자에게 벌금을 물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해당 장소에 집합한 개인도 ‘집합금지 명령’을 어긴 것이 되기 때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뉴시스)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뉴시스)

 

가게 문 닫아도 현행법상 보상 안돼...민사는 가능

일각에서는 정부의 행정명령으로 가게 문을 닫아 ‘손실’이 발생한다면 이를 보상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현실적으로 보상을 받기는 어렵다. 우선 지자체에서 적극적인 보상을 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박 시장은 9일 KBS1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워낙 유흥업소 숫자가 많다 보니 전체적으로 보상할 엄두를 낼 수가 없다”며 “고민은 많이 했는데 일단 보상은 그 다음 문제”라고 말했다.

현행법 상 보상 조항이 없다는 이유도 있다. 감염예방법 제70조에는 손실보상심의위원회의의 심의에 따라 손실을 보상해주는 내용이 있지만, 이는 의료기관과 요양원, 그 밖에 특수한 몇몇의 상황에서만 손실 보상을 보장할 뿐, ‘집합금지 명령(제40조 1항 제2호)’에 대한 손실 보상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시설 사업자가 ‘민사’ 소송을 걸 수 있는 여지는 있다고 본다. 헌법 제23조 3항에는 공공필요에 의해 재산권이 수용·사용 또는 제한된 경우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송기호 변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유흥업소에 대한 집합금지 명령은 지자체가 감염병예방법을 넓게 해석해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자체의 행정명령으로 인한) 일종의 공용제한이라고 볼 수 있는데, 헌법에서는 이런 경우 보상을 하라고 되어있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에서 보상을 하도록 돼 있어도 막상 행정근거 법률에는 보상에 대한 법률이 빠져 있는 특수한 경우”라며 “근거법 상 조항이 없을 때 보상을 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는냐는 우리나라 행정법학계의 견해가 굉장히 나뉘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보상 영역은 현 행정법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영역이라는 것.

그러면서도 송 변호사는 “유흥업소 자체가 불법이 아닌 이상, 유흥업소의 영업을 정지시키는 것 자체에 대한 손실보상을 하는 것이 헌법 취지에 맞다고 본다”면서 “그런 견해를 따르면 국가를 상대로, 서울시를 상대로 보상금 청구 소송(민사소송)이 가능하다고 봐야 겠다”고 말했다. 이어 “소송을 했을 경우 법원이 인정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판례는 명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종합하면, 현행 감염병예방법 상 집합정지 명령을 받은 유흥업소의 손실 보전 조항은 없다. 그러나 헌법 제23조에 의거, 민사 소송으로 법적 다툼을 벌일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재판을 통해 보상을 받을 소지는 남아있다. 이에 ‘집합금지 명령으로 문 닫은 가게는 정부 보상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은 절반의 사실이다.

검증 결과

절반의 사실

 

참고자료

1. 대한민국 헌법

http://www.law.go.kr/lsEfInfoP.do?lsiSeq=61603#

2.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http://www.law.go.kr/%EB%B2%95%EB%A0%B9/%EA%B0%90%EC%97%BC%EB%B3%91%EC%9D%98%EC%98%88%EB%B0%A9%EB%B0%8F%EA%B4%80%EB%A6%AC%EC%97%90%EA%B4%80%ED%95%9C%EB%B2%95%EB%A5%A0

3. 송기호 변호사 인터뷰

김혜선 기자 hyeseonkim91@g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