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감세와 출자제한 폐지 등으로 대기업 자산 2배 이상 증가

(뉴스포스트=최현명 기자)올해로 출범 4년째인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이 그동안 대기업 위주로 흘러가 실패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재계는 물론 정치권에 나돌고 있다. 이제 남은 임기가 1년에 불과한 MB정부가 이제라도 중소상공인과 서민들을 위한 정책 펼치기에 좀 더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MB노믹스가 사실상 실패했다는 의견과 함께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책임론까지 벌써부터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08년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은 ‘비즈니스 프랜들리’를 표방하며 친기업적 정책을 쏟아낸 바 있다. 그의 정치적 배경이자 후원자였던 재계에 대한 보답이자, 신자유주의 가치관 아래 ‘기업이 잘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스스로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친기업적 경제정책은 ‘MB노믹스’라 불렸으며, 그의 수족이었던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등에 의해 기획되고 추진돼 왔다. 이에 현 정부들어 국내 대기업들은 법인세 감세혜택은 물론 대기업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등의 영향으로 이전보다 더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정부가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추진한 배경에는 정치적 이유 말고도, 대기업이 부를 축적한 만큼 이를 다시 사회에 환원해 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개발비를 늘리고 제조시설을 신·증축하는 것은 물론 사회시설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고용문제 해결에 앞장서 주고 부의 양극화 해소에도 일조해 주길 바란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가 바라던 대기업 투자가 생각처럼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상당수 대기업들은 수년간 폭발적으로 늘어난 부를 공익을 위해 재투자하는 것은 고사하고, 대부분 오너가 등 특정계층을 위해 사용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신문지상에서는 재벌가 10대 소년이 수백억에서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자산가로 등극했다는 기사가 심심찮게 터져 나왔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는 임기 3년이 지나가는 시점에 이르러서야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의 오점을 발견하고 뒤늦은 개선에 나섰다.

정부에서는 일단 정책모토를 기존의 기업위주에서 ‘친서민정책’으로 수정하고 서민생활 안정화를 위한 각종 정책을 대거 쏟아내기 시작했다. 아울러 대기업들의 불법 및 편법 행위 단속 강화에도 나서, 지난해 말 재계에는 검찰과 공정위의 사정열풍이 거세지고 있다는 위협론이 돌기도 했다. 그리고 실제로 지난해 일부 대기업들은 오너의 각종 비리 및 횡령 혐의 등이 적발돼 검찰에 구속 되는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도 정부에서는 공정위를 위시한 권력기관을 앞세워 대기업 단속 및 물가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야당 및 시민사회에서는 아직 정부의 정책이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들의 계열사 일감몰아주기가 여전하고, 대기업의 중소기업 영역 침범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최근 국회 국정감사 자리에서는 다시 한 번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오류에 대한 지적과 질타가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부의 재증식에 능해진 대기업
현 정부 출범 4년째인 올해 말 성장위주 정책을 표방한 MB노믹스에 대해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은 실패한 정책으로 보고 있다. 같은 기간 서민들의 생활은 이전보다 더 궁핍해지고 도산하는 중소기업이 넘쳐나는데 비해 재벌이 운영하는 대기업들만 살판났기 때문이다.

이는 수치상으로도 분명히 나타난다. MB정권 출범 이후 국내 대기업들이 감세 등의 혜택으로 대규모 수익금이 발생해 이전보다 보유현금이 2배가량 늘어났기 때문이다. 일단 재계 1위인 삼성의 경우 2008년 현금성 자산이 5조원 대 머물렀으나, 지난해 말에는 12조원을 넘어섰다. 삼성을 뒤쫓고 있는 현대차그룹 역시 같은 기간 현금성 자산이 4조원대에서 8조 6,000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문제는 대다수 대기업들이 늘어난 부를 국가경제발전을 위한 사회 재투자 등에 쓰기 보다는, 본인들의 사업영역 확대 등 부의 증식 용도로만 활용했다는 점이다. 또한 이들 대기업들은 출자총액제한제도가 폐지돼 그룹 내부거래가 용이해지자 상호출자와 일감 몰아주기 등을 늘려나가 또 다른 형태의 부를 축적해 갔다.

이 중에서도 특히 눈총을 받은 것이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오너가 부의 대물림이었다. 일감몰아주기는 오너가 자식이 지분 대부분을 소유한 계열사에, 단기간 내부거래를 집중시켜 급속도로 키워나가는 방법이다. 이후 대기업들은 이들 계열사를 적당한 시기가 되면 주식시장에 상장시켜, 막대한 부를 오너가 자식에게 안겨주었다.

일감몰아주기는 비단 한 두 회사만의 문제도 아니다. 현대차의 글로비스를 비롯해 대다수 대기업에서 이같은 일이 자행되고 있는 상황인 것. 대기업들은 이를 통해 막대한 상속세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그룹 경영권도 온전히 지켜낼 수 있었다.

일감몰아주기 등을 통해 대기업들의 상장계열사수도 전에 비해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이에 재벌그룹 중 삼성의 상장회수가 현재 19개에 이르고 있으며, SK 16개·현대차 10개·LG 11개·롯데 9개 등이 상장된 상태다.

영세업종 침범 여전해
현 정권 들어 자주 제기되는 문제 중에는 대기업들의 영세업종 진출 확대도 빼 놓을 수 없다. 이전까진 중소기업 전용으로 국한돼 있던 몇몇 영세시장에 대기업 진출이 급속도로 늘어난 것이다.

이와 관련 가장 먼저 논란이 제기된 분야는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진출이다. 대형마트 시장이 성장의 한계에 부딪치자 이들 마트에서 기업형수퍼마켓(SSM)을 내세워 무차별적인 골목상권 진입을 시도했기 때문.
또한 대형마트에서는 중소상공인들의 고유영역으로 치부되던 일부 먹거리 사업에도 진출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통닭이나 피자 등 영세상인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시장에 대형마트가 낮은 가격을 앞세워 진출해 논란이 빚어진 것.  

대기업들의 중소기업 업종 진출은 이 뿐 많이 아니다. 이와 관련 올해 들어서는 정치권과 전경련을 앞세운 재계 전체가 대립각까지 세워가며 대립한 사건도 있었다. 바로 소모성자재 구매대형(MRO)와 관련해 문제가 불거진 것. 

당초 MRO 시장은 중소기업들이 주로 맡아왔다.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볼펜이나 종이컵·휴지 등 사무기자재는 물론 공장에서 사용하는 볼트·너트까지 소모품 일체를 대기업들이 직접 구매하기 보다는 이를 전담해주는 중소기업에게 맡겼던 것.

그러나 언젠가부터 대기업들은 이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내부거래가 용이하고 거래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MRO 사업체 역시 대부분 오너가 소유인 경우가 많아 일감몰아주기를 할 경우 막대한 배당금과 주가 상승이 기대됐기 때문이다.

특히 업계 1위 사업체인 LG 서브원의 경우 구본무 그룹 회장이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며, 그룹 내 구매 대형을 대부분은 도맡아 처리하며 막대한 이윤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브원 주주인 구씨 일가는 매년 막대한 배당금을 챙길 수 있었고, 이 회사 임원들 역시 그룹 내에서 가장 좋은 대우를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반면 MRO 사업체와 관련 사회적 질타가 이어지자 삼성은 그룹 내 구매대형을 전담하던 아이마켓 코리아를 시장에 매각하기로 발표해 화제가 된 바 있으며, SK는 구매대형 계열사를 사회적 기업으로 환원시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대기업들의 영세시장 진입과 관련 관심을 끄는 분야는 제빵시장으로, 이 시장에는 재계 오너가 딸들이 잇따라 진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신세계 이명희 회장의 딸인 정유경 부사장과 롯데 신영자 사장의 딸 장선윤씨, 그리고 삼성 이건희 회장의 큰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모두 제빵 시장에 뛰어든 상황인 것. 이들의 시장 진입으로 영세빵집의 생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 상황이다.  

대기업들의 영세시장 진출과 이로 인해 발생한 불공정거래도 늘어나면서 공정위 제재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지난 2008년부터 지난 8월까지 상습적으로 공정위 조치를 받은 기업도 상당수다. 이와 관련 롯데가 같은 기간 83건의 조치를 받아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고, 뒤를 이어 삼성이 60건·SK가 55건·현대차가 51건 순이었다.

정치권에서도 질타 이어져
대기업들의 무차별적인 일감몰아주기나 영세시장 진출이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정치권의 질타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 기조에서 벗어나 중소기업·영세자영업자·서민위주의 공정거래 정책기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공정위 국정감사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이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최근 종료된 국감에서 MB노믹스에 대한 질타 쏟아진 가장 큰 이유는 박재완 재정부 장관이 현 경제정책의 입안자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국감이 18대 국회 마지막 국감인 것도 현 정권의 경제정책 실패를 국감에서 부각시키게 된 원인으로 알려졌다. 

MB노믹스에 대한 정치권의 공격은 손학규 민주당 의원이 열었다. 그는 재정부가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한 용역보고서를 제시하며 “우리나라의 경제·산업 지표는 꾸준히 성장했지만 보건·의료 등 삶의 질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라면서 “지금은 국가발전 전략을 다시 세울 때”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성장으로 고용 분배 안정을 모두 개혁하려는 생각을 바꾸고 무엇을 위한 성장인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MB노믹스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총선을 앞두고 현정권에 대한 대중들의 지지가 낮은 탓인지 여당에서도 현 정부 경제운용에 대한 비판이 잇따라 제기됐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현 정부는 토목 중심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려 했던 점은 반성해야 한다”면서 “공공부문도 계속 방만하게 움직이고 있으며 ‘끼리끼리 인사’도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물가에 대해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질타가 이어졌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국감자료를 통해 “추석 상차림 비용은 참여정부 5년 동안 연평균 2% 증가한 반면, MB정부 4년간 연평균 15% 증가해 추석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고 비판했다.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도 “물가가 오르면 그만큼 임금도 올라야 한다. 정부는 물가안정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 같다”면서 환율정책을 통한 물가안정을 강조했다.

또한 배영식 한나라당 의원은 “공정위가 국세청 등과 공조체계를 구축, MRO기업에 대한 내부자거래·불공정거래나 편법·탈법적인 방법으로 부의 대물림이나 재산상속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배 의원은 “공정위가 순환출자내역을 정밀 조사 분석하고, 대기업의 내부자거래 및 영세업종 사업침투의 위법성을 재점검해야한다”며 “대중소기업 상생을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실제 실천하는지 현장에서 직접 점검해야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특히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에 대해선 과감한 법적조치를 취하고, 무엇보다 영세 소기업 또는 자영업에 대한 대기업의 사업 참여는 법적요건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 권택기 의원 역시 “최근 5년간 3차례 이상 ‘시정명령’ 이상 조치를 받은 대기업이 32개사에 이른다”며 “이는 공정위가 솜방망이 처분으로 일관하면서 불법 행위가 반복되는 것으로 이들 기업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한 시장 감시와 처벌을 강화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조영택 민주당 의원은 “친 재벌 성향의 MB정부가 들어서면서 공정위의 감시 기능이 추락하고 있다”며 “최근 물가잡기에 주력, 당장 드러나는 일보다는 경제력 집중 해소 또는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곳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실제 조 의원의 주장대로 공정위의 2010통계연보에 의하면, 공정위가 직권 조사한 사례는 참여정부 시절 2007년 2111건이었다가 2010년 990건으로 줄었다.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을 처리한 실적 또한 2007년 1648건에서 2010년 1023건으로 확연한 감소 추세를 보였다.

반면 국정감사 기간 동안 경제정책 실패를 지적하는 의원들의 질의에 박 장관은 의외로 상당히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우선 이종걸 민주당 의원이 OECD 공공부문 종사비율 평균이 14%인데 비해 한국은 5.5%에 불과하다고 지적하자 “학교에 재직할 때 조사한 적이 있는데 OECD는 인건비 일부를 정부가 대주면 모두 공공부문 일자리로 친다”며 “5.5%라는 수치는 과소추정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그는 “부자감세 철회가 MB노믹스의 포기가 아니냐”는 이강래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절반의 포기라고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박 장관은 감세 철회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적 압력에 굴복한 결과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렇게 볼 수도 있다”면서 “이 사안을 절충한 것으로 볼 수도 있고, 정부가 여당 쪽 요구를 수용했다고 볼 수도 있고, 여당이 정부 요구 일부를 반영했다고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과세표준 2억원 이상 법인세를 내는 99.3%의 법인은 당초 약속대로 감세 혜택을 받게 됐다는 점도 균형있게 봐달라”며 전면적인 감세 철회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의 조세부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서도 낮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박 장관은 “명확한 기준은 아니겠지만 OECD 평균 조세부담률을 25%로 봤을 때 우리나라가 80% 수준에 있고 구매력 기준 국민소득도 80% 수준”이라고 말해 19%대의 조세부담률이 낮은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되레 그는 “우리 후손들이 ‘공짜 점심’의 대가를 치르지 않도록 재정건전성 복원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발언해 야당측 의원들로부터 반발을 사기도 했다.

공정위 칼날 갈고 있어
정부 정책 실패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가 국감에서 쏟아진 가운데 현재 그 화살은 공정위를 향하고 있다. 공정위의 무뎌진 칼날이 현 상태를 방조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에 이달 중 재벌그룹들의 부당 내부지원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43개 그룹(1343개 계열사)의 총수일가 지분, 진출업종, 상장 여부 등에 따른 내부거래 특징을 집단·회사별로 분석해 공개할 계획이다. 또한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의 대규모 내부거래 관련 허위공시나 공시사항 누락, 이사회 미의결 등 법위반 행위에 대해 이달 제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실시한 직권조사 결과를 토대로 재벌그룹 MRO와 시스템통합(SI) 등 분야의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부당지원과 법위반행위가 드러난 기업들에 대해 순차적으로 제재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일련의 압박이 향후 재벌그룹들의 관행을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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