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일부 보수단체가 개천절인 내달 3일 광화문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자 국민의힘이 필사적인 ‘선긋기’에 나섰다. 앞서 광복절 집회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자 지지율에 큰 타격을 입었던 ‘트라우마’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7일 국민의힘 내에서는 개천절 집회와 관련한 비판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이날 국민의힘 비상대책회의에서 김병민 비상대책위원은 “민족의 명절 추석에도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고 거리두기를 해야 할지 모르는 초유의 사태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일부 단체들이 10월 3일 개천절 집회를 열겠다고 공언하면서 국민의 걱정이 커질 뿐 아니라 사회적 혼란과 갈등의 골 또한 깊어져 가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들이 지난 8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8·15 국민대회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집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들이 지난 8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8·15 국민대회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집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 위원은 “우리 사회가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환경을 되찾을 때까지 공동체의 건강과 안녕을 해하는 집회는 진보, 보수, 그 어떤 이념과 성향, 목적을 떠나서도 허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 간곡히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개천절에 집회하려는 단체가 어떤 단체인지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자제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추석마저도 이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개진되고 있는 마당에 개천절에 대규모 집회를 하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도리”라고 말했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10월3일 광화문 집회에 나가는 것은 자제해줄 것을 간곡하게 부탁드린다”며 “아직 코로나가 창궐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광화문 집회를 하게 된다면 문 정권이 오히려 자신들의 방역 실패에 대해 변명하고 면피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호소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개천절 집회를 두고 “공동체 구성원들을 의도적으로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집회에 실제로 많은 사람이 모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집회 이야기가 들린다는 것 자체가 국민들과 방역 당국을 힘들게 만들고 있다”면서 “보수의 이름과 가치를 참칭하며 공동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체의 시도는 당과 지지자들이 나서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당은 그 집회와 거리를 뒀지만 일각에서 미온적 태도를 취한 듯했다. 당 구성원 일부가 적극 참여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이런 오류를 반복해선 안 된다. 이번엔 단호한 조치를 먼저 취해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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