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 국감에서는 도정의 핵심사업인 레고랜드 사업에 대해 그동안 수 없이 제기된 문제가 다시 나왔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수천억 원 혈세를 낭비하고 100년간 중도 땅을 외국 기업에게 내주는 말도 안 되는 행정을 하면서 웃음이 나오는가. -정의당 강원도당-

# 최 지사의 답변을 보면서 이런 지사를 선택한데 대한 부끄러움은 온전히 강원도민의 것이었다. 최 지사는 국가 정책의 가장 중요한 검증 기회인 국정감사를 최악으로 만들었다. -레고랜드 중단 촉구 범시민 대책위원회-

지난 20일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강원도·충청북도·경상북도·제주특별자치도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이은주 의원으로부터 레고랜드 조성사업 관련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일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강원도·충청북도·경상북도·제주특별자치도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이은주 의원으로부터 레고랜드 조성사업 관련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약 한 달 간의 대장정을 끝으로 지난 26일 막을 내렸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느 때보다 어수선했던 시국이지만, 국감은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엄숙히 진행됐다. 하지만 같은 달 20일 최문순 강원도지사 등 전국 4개 광역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국감이 종료된 후 강원 지역 시민사회계는 물론 범여권까지 나서서 최 지사에 대한 비판 성명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광역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국감은 사실상 ‘레고랜드 국감’이 됐다. 강원도와 레고랜드 운영사와의 불공정 계약 논란, 레고랜드 부지 유적 보존 문제 등 각종 의혹과 문제점에 대한 질타가 야당에서 쏟아져 나왔다. 레고랜드가 대체 무엇이길래 제21대 국회 첫 국정감사의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일까. 레고랜드를 둘러싼 각종 논란과 의혹들은 지금으로부터 약 9년 전인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레고랜드 코리아 테마파크 조감도. (사진=레고랜드 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레고랜드 코리아 테마파크 조감도. (사진=레고랜드 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유적 발굴·내부 비리로 얼룩진 테마파크

강원도는 2011년 9월 레고랜드 운영사인 영국 멀린사와 투자합의각서(MOA)를 체결하고, 강원 춘천 의암호에 위치한 중도(中島) 일대에 약 5천억 원을 투자해 2015년까지 레고랜드 코리아 테마파크를 완공하겠다 목표를 내세웠다. 하지만 법률 검토와 민원 처리 문제 등으로 2년 간 첫 삽을 뜨지 못했고, 2013년 10월이 돼서야 멀린사와 본 협약(UA)을 맺을 수 있었다. 문제는 본 협약을 체결하면서 커졌다.

본 협약에는 강원도는 레고랜드 부지를 50년간 멀린사에 무상임대(추후 50년 범위 내에서 재임대 협의)하고, 레고랜드 테마파크 임대료 비율을 연매출 400억 원 이하 시 0%로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강원도는 최대 100년까지 멀린사에 무상 임대해주는 것도 모자라 연매출 400억 원이 나오지 않으면 임대료도 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이에 당시 이광준 춘천시장까지 계약상의 문제를 두고 반발하기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 이듬해에는 중도에서 대규모 선사시대 유적까지 발굴돼 올스톱 위기에 처했다. 대규모 유적의 발굴은 레고랜드 사업이 미뤄진 데 가장 큰 원인을 제공했다고 봐도 무방한 사안이다. 강원도와 시민사회계와의 갈등 역시 여기서부터 증폭됐다. 하지만 같은 해 9월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위원회 임시회가 일부 유적을 보존한다는 전제 하에 공사를 조건부 승인했다. 이 과정에서 개장은 또다시 2017년으로 연기됐다. 

유적 문제를 어느 정도 일단락시킨 후 레고랜드를 향한 공사를 진행하나 싶었는데, 문제는 내부에서도 발생했다. 내부 비리가 터지면서 사업 관계자들이 뇌물 비리, 횡령, 회계 부정 등으로 속속 처벌받았다. 개발 사업을 책임지는 시공사는 계속 바뀌었다. 2014년 11월 이후 착공식 형태의 행사만 세 번 진행했다. 최 지사 역시 레고랜드 사업과 관련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세 번이나 도민 앞에 사과를 해야 했다.

논란이 커질수록 레고랜드에 대한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져만 갔다. 사업이 각종 건설 비리로 얼룩진 데다 중도에서는 유적이 끊임없이 발굴됐다. 강원도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까지 준비해야 했던 상황. 그런데 같은 해 12월 강원도와 멀린사가 총괄개발협약(MDA)을 맺었다. 이로써 레고랜드 사업은 다시 청신호가 켜졌다. 개발 주도권을 멀린사가 건네받는 조건으로 기존의 간접 투자 방식에서 직접 투자로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표류하던 레고랜드 사업이 이제야 재개되는 듯했지만, 그동안 비공개로 유지됐던 총괄개발협약 내용 일부가 알려지면서 논란은 또다시 시작됐다. 강원도가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사업에 800억 원을 투자하면서 멀린사로부터 받기로 한 임대수익 배분비율이 당초 30.8%였으나, 막상 계약서의 뚜껑을 열어보니 3%로 대폭 삭감된 것이다. 최 지사는 “멀린사가 직접 투자하면서 임대료가 하향 조정된 것”이라 큰 흐름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5일 강원 춘천시 중도 레고랜드 공사장 부지 입구. (사진=뉴시스)
지난달 5일 강원 춘천시 중도 레고랜드 공사장 부지 입구. (사진=뉴시스)

레고랜드를 둘러싼 세 가지 목소리

각종 논란과 의혹 등으로 얼룩진 레고랜드에 대한 주장은 무수히 많다. 내년 7월 개장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말 많고 탈 많은 레고랜드 사업. 사업에 대하 주장하는 목소리는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 불공정 계약 요소 등 관련 의혹 해소 ▲ 경제 효과에 대한 기대 ▲ 사업 전면 중단 등이다. 

① 불리한 계약 고쳐야

야당에서는 멀린사와의 협약을 재협상하거나 계약 변형을 통해 협정의 독소조항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의힘 강원도당은 이달 25일 성명문을 통해 “지난해 8월 강원도 집행부는 멀린사에 강원도 집행 몫 600억 원을 일괄 납입했다”며 “일반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외자유치 사업을 할 때 이런 식으로 일처리를 하지 않는다. 기업의 계약 이행 여부를 꼼꼼히 확인해 점진적으로 증자하는 것이 마땅한 수순”이라고 비판했다.

강원도당은 “레고랜드처럼 크고 중요한 사업일수록 치열한 협상을 통해 우리의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며 “도정 지도부가 멀린에 무슨 약점이라도 잡힌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드는 굴욕적 협상 배경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내달 예정된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총괄개발협정 독소조항 해소 방안 등 레고랜드 조성 사업 정상화를 위한 근본적인 대안 마련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지난 8월 19일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중도유적 지킴본부 회원들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강원도 중도유적 보존과 레고랜드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8월 19일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중도유적 지킴본부 회원들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강원도 중도유적 보존과 레고랜드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② 건설 즉시 중단해야

반면 일각에서는 레고랜드 조성 사업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레고랜드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됐던 대규모 선사 유적이 바로 중단의 이유다. 혈세 낭비 레고랜드 중단 촉구 문화예술인, 춘천시민·사회단체, 범시민대책위 등은 이달 14일 강원도청 앞에서 “강원도는 레고랜드 사업을 즉시 중단하고 선사 유적 원상복구를 기반으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도의회는 관련 사실 일체를 진상 조사하고 책임자 엄중 문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레고랜드 부지에서 발견된 유적들은 의암호 내 중도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중도 유적’이라고도 불린다. 중도는 본래 육지였으나 섬 하류에 건설된 의암댐이 불어 생긴 섬이다. 댐이 건설되기 전에는 사람이 거주할 수 있을 정도로 비옥한 땅이었다. 호수에 위치한 섬임에도 선사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 유적이 발굴된 이유에는 이 같은 지리적 배경이 있었다.

유적은 1981년부터 꾸준히 발굴돼 왔다. 청동기시대 유적인 고인돌과 철기시대 돌무지무덤, 집터 등이 발굴됐다. 2014년에는 2천여 년 전 마을 유적과 고인돌 등 대규모 선사시대 유적이 확인됐다. 한반도 최대 규모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강원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물론 유명 광고기획자 이제석 씨, 사이버 민간 외교사절단 반크 등이 레고랜드 사업 중단과 중도 유적 보존 촉구 주장에 힘을 실었다. 

③ 경제 효과 기대

불공정 계약 의혹과 선사시대 유적 보전 문제 등이 산재해있지만, 강원도는 관광 수입과 일자리 창출 등 경제 효과에 대해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강원도는 레고랜드를 찾아오는 관광객이 연간 200만 명일 것으로 내다봤고, 일자리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포함해 약 1만 개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보았다. 연 50억 원의 지방자치단체 세수 증대도 기대한다.

장난감 레고를 대표하는 대규모 테마파크인 레고랜드는 만 2~12세 어린이를 둔 일가족을 타깃으로 삼는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 8개국에 설치된 레고랜드는 실제로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레고랜드의 주요 시설은 테마파크와 호텔, 테마빌리지, 상가, 선사유적 공원 등이다. 대규모 선사 유적이 발굴된 만큼 선사유적 공원을 조성해 기존에 제기됐던 유적 보존 문제까지 해결하겠다는 강원도의 입장이다.

최 지사가 속한 여당에서도 레고랜드 사업에 대한 비전과 긍정적인 전망에 힘을 실어줬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멀린사의 재무건전성이 양호한 수준인 것을 이유로 레고랜드의 안정적인 개장과 운영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운영사의 재정건전성 문제가 제기됐지만, 우려만큼 부실한 회사는 아니다”라며 “레고랜드가 그간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강원 지역의 발전과 국내 최초 글로벌 테마파크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레고랜드 조성 사업을 본격적으로 명문화 한지 10년째지만, 올해 10월 기준 테마파크 공정률은 50%다. 이마저도 국감에서는 공정률 뻥튀기가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레고랜드에 대한 각종 의혹과 논란이 명확하게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뉴스포스트> 레고랜드 조성 사업 연기의 핵심 원인 중도 유적에 대해 자세히 보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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