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측 “인력 수급 불균형 해소 및 고용 안정성 유지 목적”
- 노동계 “일자리 돌려막기…자발을 가장한 강제성 충분”

[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놀이공원, 영화관, 대형마트에서 근무를 하던 이들이 택배사 업무를 순조롭게 할 수 있을까. 롯데그룹은 최근 ‘단기 사외 파견제’를 실시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휴직에 들어간 롯데월드, 롯데마트 등 계열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롯데글로벌로지스에 파견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사측은 고용 안정성 유지와 물류사 지원이라는 취지를 밝혔지만, 노동계에선 ‘자발을 가장한 강제성’, ‘구조조정 신호탄’ 등의 우려가 나온다.

(사진=뉴스포스트 홍여정 기자)
(사진=뉴스포스트 홍여정 기자)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최근 계열사 간 ‘단기 사외 파견제’ 운영 방침을 밝혔다. 계열사들의 인력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고 고용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롯데는 계열사인 롯데렌탈과 롯데정밀화학에 이어 롯데글로벌로지스에서도 파견 직원을 모집한다. 대상은 롯데마트와 롯데슈퍼, 롯데시네마 운영사인 롯데컬처웍스, 롯데월드 등에서 무·유급 휴직 중인 직원들이다.

사측은 “파견되는 직원에게 급여를 지급해 고용 안정성을 유지하고, 택배량 급증으로 업무가 많아진 물류사도 지원하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파견된 직원은 롯데글로벌로지스 직영 택배 기사의 차량에 동승해 보조 업무를 담당한다. 임금은 원소속사와 동일하게 지급되고, 1~3개월이 지나면 원래 직장으로 돌아가게 된다. 파견 직원의 급여는 롯데글로벌로지스에서 원래 소속사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지급된다.

현재 무급으로 휴직 중인 직원들에게는 이 제도가 희소식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겸직 금지 등 사규로 단기 일거리를 찾기 어려운 직원들에게 괜찮은 조건일 수 있기 때문. 그러나 일각에서는 ‘파견 강제성 우려’를 비롯해 ‘구조조정 정당성’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노무사 A 씨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사외 파견제는 좋은 의미에서는 ‘일자리 나눔제’로 해석될 수 있지만, ‘일자리 돌려막기’가 될 수도 있다”며 운을 뗐다.

A 노무사는 “사측 입장에서는 휴업을 하더라도 직원들에게는 휴업수당을 지급해야하고, 노동강도 등의 이슈로 인력난을 겪고 있는 물류업에도 인력을 고용하는데 따른 비용이 들어간다”며 “양쪽으로 비용이 부담되는 만큼 상대적으로 바쁜 사업 쪽에 상대적으로 한가한 영역의 직원들을 활용하는 방안으로 ‘사외 파견제’를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고용 안정성을 위한 취지로 볼 수도 있겠지만,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부분에서 노사합의가 충분히 이지고 있는지에 대해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며 “사측이 관리자들에게 ‘비용 감축, 경영효율화 등의 일환으로 인력을 파견해야 하니 최대한 많은 직원들이 지원할 수 있도록 독려하라’고 지시한다면 중간관리자 입장에서는 푸쉬를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자발’이 아닌 ‘강제’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외부인력을 돌려 택배업계로 보내는 것은 ‘땜빵 처방’이라고 본다. 근본적으로 택배 업계의 업무 효율화, 적절한 인력배치, 처우 개선 등이 이뤄져야 한다”며 “임시로 인력을 이동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사측 편의에 의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제도가 ‘정리해고 정당성’을 주장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A 노무사는 “정리해고 신호탄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해고 회피 노력을 위해 이 정도의 노력을 했다’는 내용의 정리해고 정당성을 주장하는 근거로 제시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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