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성과급 논란’으로 골머리를 썩던 SK하이닉스가 ‘우리사주’ 카드를 빼들었다. 사측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등 경영진이 직접 나서 ‘직원달래기’에 나선 것은 물론, 성과급 산정제도 개선과 우리사주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이 같은 결정으로 성과급 논란이 일단락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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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SK하이닉스 사측과 한국노총 산하 생산직 노동조합은 이날 오후 경기 이천캠퍼스와 충북 청주캠퍼스에서 각각 노사협의회를 열었다. 민주노총 산하 기술 사무직 노조는 불참했다. 이번 노사협의회에서는 최근 논란이 된 ‘성과급’ 산정 기준에 대한 내용이 주요 안건으로 올랐다.

SK하이닉스에서 성과급 논란이 불거진 건 지난달 말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8일 임직원들에게 기본급(연봉의 20분의 1)의 400%를 초과이익분배금(PS)으로 지급한다고 공지했다. PS는 1년 실적을 바탕으로 연간 목표치를 초과한 이익을 구성원들과 함께 공유하는 제도다. 최대 기본급(연봉 20분의 1)의 1000%까지 받을 수 있는데, 이번 공지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직원들은 연봉의 20% 수준의 성과급을 받는다.

이 같은 공지에 직원들은 불만을 드러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급증했는데도 불구하고 성과급 규모가 기대보다 낮다는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호황기였던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연봉의 70%, 75%를 성과급으로 수령했다. 2019년 실적이 좋지 않았을 때도 연봉의 20%를 성과급으로 받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84% 상승한 5조 126억 원을 기록했다.

이런 실적에도 성과급이 연봉의 20% 수준으로 책정되자 납득할 수 없다는 게 직원들의 의견이다. 직원들은 PS 산정 기준인 경제적 부가가치(EVA) 지표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특히 경쟁사인 삼성전자 반도체 직원들이 연봉의 47%를 성과급으로 받은 것으로 알려지며 SK하이닉스 직원들의 불만은 더욱 거세졌다.

직원들의 항의에 SK하이닉스 경영진은 ‘직원 달래기’에 나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SK하이닉스에서 받은 연봉을 모두 반납하겠다고 밝혔고,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올해는 성과급 예상 수준과 범위에 대해 소통하겠다”고 사내 공지를 통해 약속했다.

또한 노사협의회를 열고 합의를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사측은 우선 PS(초과이익 분배금) 산정의 기준 지표를 기존 EVA(경제적 부가가치)에서 영업이익과 연동하는 것으로 변경해 내주에 구성원과 소통한다고 제안했다. 그동안 EVA 지표로 인한 구성원들의 불만이 있어 왔으며, 수치가 명확하게 공개되는 영업이익을 통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자 했다는 설명이다.

이어 이사회 승인을 전제로 우리사주를 발행해 구성원들에게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주기로 했다. 구체적 방안은 추후 결정키로 했으나 대략 기본급 200%에 해당되는 혜택을 지급하기로 했다. 아울러 사측은 사내 복지포인트인 하이웰포인트 300만포인트를 전 구성원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이석희 CEO는 “지금까지 충분히 소통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구성원과 회사의 신뢰인 만큼 앞으로 경영의 방향 역시 ‘공정함’과 ‘투명함’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김해주 이천노조위원장은 “회사와 구성원이 상호 발전하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어 강국모 청주노조위원장은 “상처를 치유하고 다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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