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온 오염수를 처리해 해양으로 방출하겠다고 결정한 이면에는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지지가 있다. IAEA라는 강력한 설득력을 얻은 일본에 대항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카드는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잠정조치다.

일본 후쿠시마현 오쿠마에 있는 원전 오염수 처리시설. (사진=AP/뉴시스)
일본 후쿠시마현 오쿠마에 있는 원전 오염수 처리시설. (사진=AP/뉴시스)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르면, 해양분쟁으로 국가 간 소송 절차에 들어갈 경우 해양법협약 제7부속서 중재재판소에 제소를 할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중재재판소의 판결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해양오염을 막을 수 없는 긴급한 사안’인 경우 국제해양법재판소가 ‘잠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 일종의 가처분 신청인 셈이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일본의 오염수 방출로 인한 피해를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15일 국제통상전문가 송기호 변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제해양법재판소의 잠정조치는 우리나라에 회복 불가능한 위험이 있을 때 제기되는 소송”이라고 말했다. 이미 IAEA 차원에서 일본의 오염수 방출 결정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상황.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피해 증명이 어려워질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송 변호사는 향후 소송에서 일본이 주장하는 ‘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도록 자료 제출을 계속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일본이 앞으로 2년 동안 방사능 오염수를 처리해 방출하겠다고 하니, 그 안전성을 담보하는 데이터를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며 “일본은 해당 자료를 제출할 국제법적 의무가 있다. 그것을 이행하지 않으면 일본은 국제법 위반을 감수하면서까지 (오염수를) 방출하는 것이고, 그것은 안전성을 담보로 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변호사는 ‘오염수 방출에 따른 피해 증명보단 일본이 제대로 안전성 확인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라는 이야기냐’는 질문에는 “그렇다. 충분한 자료제공을 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일본이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본이) 적극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을 입증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발생 위험이 있다는 것으로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 역시 향후 2년간 일본 측에 오염수 방출 안전성을 검증하라고 요구할 방침이다. 이날 외교부 당국자는 “2년간 IAEA를 중심으로 한 방류 전까지 (일본의) 계획에 대한 검증 노력에 저희도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게 맞다”며 “궁극적으로 ‘우리 국민의 안전에 문제가 없구나’라고 우리 과학계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판단할 수 있으면 이 문제 해결의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일본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관련국과 협의할 의무를 이행하라는 청구가 가능하다”며 “일본으로서는 그 유엔해양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게 의무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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