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 이미정 기자] 이계철(72)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9일 출정식을 갖고 첫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낙하산 의혹 및 비리 의혹으로 취임 전 한 차례 홍역을 치렀던 이 위원장의 본격 행보에 정치권과 방송통신업계의 날카로운 시선이 모이고 있다. 외부에서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측근비리 의혹으로 사퇴해 방통위에 대한 국민적인 여론이 좋지 않은데다, 방송통신 현안이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어 이 위원장의 어깨가 무거울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이에 <뉴스포스트>에서 이계철 신임 방통위원장의 인생 전반을 살펴보고 그에 대한 업계의 평가와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점검해봤다. 

▲ 이계철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이계철 위원장은 1940년 경기도 평택에서 태어났다. 서울사대부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후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전라북도 남원우체국장과 체신부 기획관리실장, 정보통신부 차관 등을 역임하며 총 29년간 공직생활을 한 정통 관료 출신이다. 

통신 분야에 잔뼈 굵어

체신부 기획 관리실장과 정보통신부 차관으로 있으며 정보통신부의 기틀을 만드는데 기여했다. 덕분에 공직생활에 물러나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총 5년간 KT(전신 한국통신)사장과 한국정보보호진흥원 이사장 등 통신 분야의 요직을 맡을 수 있었다.

KT 사장 시절, KT의 민영화 초석을 다지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받고 있다. 그는 KT의 해외주식매각 절차에 돌입하는가 하면 사업비전이 불투명한 ISDN을 과감히 포기하고 ADSL로 전환, 초고속인터넷 사업의 기틀을 다지기도 했다.

KT 사장에서 물러난 이 위원장은 이후 정보통신진흥원과 한국정보보호진흥원(현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전파진흥원(KCA) 이사장직을 역임하며 정보통신업계 연구에 힘썼다.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악수하고 있다.

그는 도덕성에 대해서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청백리(청렴결백한 관원)’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로비스트’라는 부정적인 평가가 공존한다.

이 위원장과 같이 공직생활을 한 이들은 그가 30년 공직생활 동안 특별한 잡음에 휩싸인 적 없는 청백리라고 평가한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강직한 성품으로 조직 내외로부터 높은 신망이 받아온 이라는 것이다.

각종 로비 KTF납품 로비
연류 의혹으로 도덕성 의문

의혹에 연루된 인사라는 지적도 팽배하다. 이 위원장이 한국정보보호진흥원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이사장으로 재직 시, KTF를 상대로 금품 로비를 벌인 무선통신장비 업체인 글로벌테크(옛 비씨엔이글로발)의 고문으로 있었던 것이 의혹의 출발점이 됐다. 해당 업체는 2008년 조영주 전 KTF 사장에게 24억원의 금품 로비를 벌여 실형을 받았다. 

지난달 21일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은 “그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민간 기업인 글로발테크 고문으로 있으면서 4년간 3억여원의 고문료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글로벌테크가 설립한지 4개월 밖에 안 된 신생 무선통신장비 업체인데도 불구하고, 설립 첫해 KTF와 납품 계약을 맺고 355억의 매출 올린데는 이 위원장이 뒷배로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쉽게 말해 양측과 긴밀한 관계인 그가 금품을 건넨 과정에서 중개인으로 있었다는 설명이었다.

▲ 지난 달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실에서 전병헌 의원이 최근 신임 방통위원장으로 내정된 이계철 후보자와 관련, ‘로비업체 출신 이계철 후보자 관계도’를 갖고 발언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인사청문회가 열렸던 지난 5일 “나는 로비의 ‘로’자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해당 의혹의 진위 여부는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진 바 없지만, 금품로비 사실을 알고도 2009년까지 해당 회사에서 거액의 고문료를 받은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같은 의혹 때문에 야권과 언론노조에서는 이 위원회의 선임을 적극 반발했다.

취임 전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도 이 위원장의 발목을 잡았다. 이 위원장이 이 대통령과 같은 고려대 동문이라는 점 때문에 ‘MB정권의 임기 말 낙하산 인사’라는 야권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런 반발에도 불구, 이 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직권으로 방통위원장에 임명됐다.

방송분야 홀대, 통신분야 집중

이 위원장이 방송통신위원장으로서 충분한 자질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가 정보통신업계에서는 경력이 있지만 방송업계에서는 문외한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방통위원장은 방송 및 언론 출신들이 맡아왔다. 통신업계 출신 인사가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 이에 통신업계에서는 환영의 제스처를 보내고 있지만 언론 및 방송업계에서는 고개를 내젓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 위원장은 방송 정책에 주력한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과 달리, 주로 통신 정책에 힘을 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잘 아는 분야인 통신정책과 기구개편에는 주력하고 잘 모르는 분야인 방송 쪽에는 그다지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같은 전망은 지난 9일 취임식에도 나타났다. 이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정보 통신분야는 강조한 반면 방송분야에 대해서는 다소 모호한 답변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위원장은 취임식 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과거 정보통신부가 있었기 때문에 IT 강국을 이룰 수 있었다”며 “IT 기능을 총괄하는 콘트롤타워가 없는 게 국가에 얼마나 문제가 되는지 잘 알 텐데, 그것을 고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여러분들의 힘을 빌려 노력하겠다”고 답해 그가 정보통신을 중심으로 구조 개편을 할 거라는 예상에 힘을 실어줬다.

▲ 이계철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방송통신위원회 대강당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방송 현안에 대해서는 ‘방송사업자 간의 규제 완화’, ‘방송시장의 재원구조 정상화’, ‘방송광고 활성화’ 등 다소 원론적인 부분만 언급했을 뿐이었다. 종합편성채널, 미디어랩, 지상파와 케이블 간의 쟁점이 되고 있는 지상파 재송신 제도개선안 등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또한 최근 방송사 파업에 대해서는 “방송사 구성원들 간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 자율적으로 해법을 찾아주길 기대한다”고 소극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에 비해 통신 산업과 관련해서는 “스마트 생태계 구축을 위해 클라우드 서비스, 사물지능통신, 스마트TV, 3DTV 등7대 스마트 신산업을 육성하고 LTE 전국망 확충과 기가 인터넷 상용화하겠다”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 위원장이 한쪽만 챙기는 정책을 펼친다면 업종간의 갈등을 불러일으킬 것이라 지적하며 균형 잡힌 정책 운영을 요구했다. 
 
KT 유착 우려 해소 및  
현안과제 산적

한편 일각에서는 이 위원장과 KT와의 친밀한 관계를 걱정하고 있다. KT 사장을 지냈던 이 위원장은 현재 KT 퇴직 직원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KT사우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또한 그의 아들은 KT 차장으로 근무 중이라고 알려졌다. 이같은 점 때문에 그가 정책을 운영함에 있어 KT에게 특혜를 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논의하고 있는 KT-삼성전자 간 스마트TV 분쟁, 망중립성 방안, 주파수 경매 정책 등이 온통 KT와 관련된 사안인지라, 업계에서는 KT와 관련해 그가 어떤 입장을 보여줄지 주목하고 있다.

이외에도 그가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있다. 망중립성 정책, 와이브로 정책, 정치권의 통신비 인하 압박, 제4이통사 선정 등 통신업계와 관련한 현안뿐만 아니라 디지털 방송 전환, 지상파 재송신 문제, 방송사 파업, 미디어랩(방송광고판매대행사) 등 방송업계 현안도 이 위원장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주파수를 둘러싼 방송과 통신 업계의 갈등도 봉합해야 한다. 또한 총선과 연말 대선 시기, 정치권의 공세에 대응해 공정 방송에 구현 및 감독에 힘써야 하는 등 적지 않은 과제를 가지고 있다.

과연 이계철 신임 위원장이 표류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를 살리는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프로필>

출생 1940년 9월 24일 (경기도 평택)
소속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경력 2006.07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이사장
      2002 한국정보보호진흥원 이사장
      1999~2000 정보통신연구진흥원 이사장
      1996~2000 한국통신 대표이사 사장
      1994~1996 정보통신부 차관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