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기요양보험이 제공하는 각종 프로그램, 치매 환자에 대한 도움과 보호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기능도

[뉴스포스트=강대호 기자] 연로한 부모의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가족들은 걱정스러운 마음이 생기며 조금은 두려워진다고 한다. 치료와 돌봄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처음에는 판단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뇌혈관 질환이나 파킨슨병 같은 노인성 질환도 그렇지만 특히 치매에 걸렸다면 더욱 그렇다고 한다. 그 어느 병보다 환자 보살핌에 인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도움받을 수 있는 게 ‘노인장기요양보험’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의 사유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수급자에게 신체 활동 또는 가사 활동 지원 등의 장기요양급여를 제공하는 사회보험제도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환자 본인 노후의 건강증진과 생활안정을 도모하는 데 그 목적이 있지만, 환자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는 기능도 있다. 

연로한 부모의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가족들에겐 치료와 돌봄에 대한 걱정이 생긴다. (출처: 픽사베이)
연로한 부모의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가족들에겐 치료와 돌봄에 대한 걱정이 생긴다. (출처: 픽사베이)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이하 ‘요양보험’)은 각 지역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에서 신청할 수 있다. 각 지사에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운영센터’가 있는데 상담부터 신청 등 요양보험 업무를 수행한다. 만약 직접 방문하기 어렵다면 우편과 팩스 그리고 인터넷과 전화로도 신청할 수 있다.

요양보험 혜택을 받으려면 요양보험에 가입한 본인이거나 피부양자여야 한다. 그리고 의료급여수급 대상자도 해당한다. 신청 대상은 65세 이상 노인이다. 만약 65세 미만이더라도 치매나 뇌혈관 질환처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노인성 질환 환자는 요양보험을 신청할 수 있다. 

이때 신청자가 65세 이상이라면 장기요양인정 신청서와 의사소견서를 제출하면 된다. 하지만 65세 미만이라면 의사소견서나 진단서에 치매나 중풍 등 노인성 질병 여부를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신청에 필요한 서류와 진행 절차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인장기요양보험’ 사이트에 자세히 나와 있다. 요양등급은 ‘장기요양 인정 점수’에 따라 1등급에서 5등급까지 나뉘고 이 점수에 미달하더라도 치매 환자로 진단되면 ‘인지지원등급’을 받을 수 있다.

위 절차에 따라 1등급부터 5등급, 그리고 인지지원등급으로 분류되면 요양보험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혜택의 종류는 ‘시설급여’, ‘재가급여’, ‘특별현금급여’, 그리고 ‘복지용구’ 지원 등 네 가지다. 

‘시설급여’는 치매나 노인성 질환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이 ‘노인요양시설’이나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에 입소할 수 있도록 한다. 요양보험 등급에서 1등급과 2등급을 받는다면 시설급여 대상에 해당한다. 물론 3, 4등급이더라도 법에 명시한 사유에 해당하면 시설급여를 받을 수 있다.

(그래픽=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그래픽=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재가급여’는 시설에 입소하지 않고 집에 머무는 노인에게 방문 요양, 방문 목욕, 방문 간호, 주야간 보호 등을 제공한다. 

‘특별현금급여’에는 ‘가족요양비’가 있다. 여러 사정으로 요양기관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가족의 간호를 받는 환자에게 방문 요양에 상당하는 요양급여를 지급하는 제도다. 

여기에는 장기요양기관이 부족한 도서나 벽지에 거주하거나, 천재지변 등으로 장기요양기관 이용이 어렵다고 인정되면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신체, 정신, 성격 등의 사유로 가족 등의 간호를 받아야 하는 환자에게도 지급한다.

‘복지용구 급여’는 심신 기능이 저하되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자에게 필요한 용구 등을 지원해준다. 이 급여로 보행기나 지팡이, 이동형 변기나 식사 보조도구 등을 구매할 수 있고, 전동 휠체어나 목욕 리프트 같은 고가 제품은 대여할 수도 있다. 

치매 부모 어떻게 모실까?

“어머니가 치매로 장기요양보험 5등급을 받으셨어요. 아버지 돌아가신 후 혼자 사셨는데 치매 진단 후 함께 살자고 해도 한사코 싫어하셔서 지금도 혼자 사세요. 물론 걱정이 많죠.”

경기도 성남에 사는 A씨(남, 56세)의 사례다. 그의 어머니(84세)는 치매로 진단받은 지 2년이 지났지만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다. 그러나 약 먹는 것을 간혹 잊는 다거나 반려견이 지저분해져도 그냥 두는 것을 볼 때마다 더욱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했다고.

“마침 어머니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주간보호센터가 있더라고요. 시설도 괜찮고 직원과 프로그램도 좋은 거 같아서 주중에는 거기에 다니세요.”

A씨의 어머니는 5등급을 받은 치매 환자라 요양보험의 ‘재가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아침 식사 후에 센터에 가서 오후 5시쯤 집에 온다. 하루에 8시간 정도는 어머니가 전문적인 관찰과 간호를 받는다고 생각하니 A씨는 그나마 마음이 놓인다고.

“시어머니가 주간보호센터에 가면 조금은 해방된 듯한 느낌을 받아요. 아이가 어렸을 때 유치원에 가면 잠시라도 해방감을 느낀 그런 느낌이요.”

서울 용산에 사는 B씨(여, 52세)의 사례다. 그녀의 시어머니(82세)는 치매로 요양보험의 인지지원등급을 받았다. 아직은 치매 초기로 눈에 보이는 큰 증상은 없지만 종일 시어머니를 지켜봐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B씨와 가족들의 스트레스가 심해지자 같은 경험을 한 지인의 권유로 시어머니를 주간보호센터에 등록시켰다. '인지지원등급'도 재가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편 주간보호센터 입소 비용은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100%~85%를 지원한다. 본인 부담금은 15% 정도다. 물론 식비 등 요양보험 급여에 해당하지 않는 비용도 있다.

중앙치매센터 자료에 의하면 2021년 5월 현재 전국의 요양보험 ‘재가급여’를 제공하는 곳이 2만6천 곳이 넘는다. 범위를 줄여 주야간보호를 제공하는 기관만 2,795군데다. 이 통계에 잡히지 않는 시설까지 포함하면 더욱 많아진다. 어떤 기준으로 기관 선택을 해야 할까.

“시설은 어떤지 프로그램은 어떤지 직접 살펴보고 결정하세요. 요양 등급에 따른 비용과 개인부담금, 그리고 추가 비용은 얼마나 되는지도 알아보고요. 어떤 자격을 가진 직원들이 있는지 식단은 제대로 제공되는지도 중요해요. 시설도 임대한 건지 자가인지, 사업자도 사회복지법인인지, 비영리법인인지 아니면 그냥 사업자인지도 살펴보는 게 좋을 거 같아요.”

A씨의 조언이다. 물론 사회복지법인이나 비영리법인이 꼭 서비스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개인이 하는 시설보다 수준이 나은 요양보호사와 사회복지사를 채용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고. 만약 주야간 보호센터에 맡기는 것이 주저된다면 ‘방문요양’이나 ‘방문간호’ 같은 방문 서비스부터 받아보는 것도 좋다고 A씨는 조언한다.

거리에 노인장기요양보험 관련 광고들이 눈에 많이 띈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거리에 노인장기요양보험 관련 광고들이 눈에 많이 띈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이번 취재를 하다 보니 거리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 관련 기관들 간판과 광고가 눈에 많이 띄는 게 느껴졌다. 그곳들은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원래 그 자리에 있었는데. 관심을 가지고 살피니 눈에 들어온 것이다. 

치매와 돌봄은 두렵고 힘든 과정이지만 관심을 갖고 찾으면 환자와 보호자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가 많은 듯했다. 길은 적극적으로 찾는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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