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이인권 칼럼니스트] 요즘 내년 대선을 향한 정치권의 정당별 후보 경합이 치열하다. 이제부터 선거 이슈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우선 당내 경선을 치러야 해서 후보자들 간의 고지 선점을 위한 논전도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결국에는 자신은 옳고 경쟁자는 그르다는 논리를 펼쳐야 한다.

논어에  ‘母意, 母必, 母固, 母我’라는 말이 있다. 공자는 사람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네 가지가 있다고 했다. 즉 자기의 주관으로 억측하지 말며, 미리 장담하지 말며, 내 것만 옳다고 고집하지 말며, 이기적이지 말라는 얘기다.

원론적으로는 가장 이상적인 경구다. 지금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절대 필요한 행동준칙이다. 하지만 인간이 사는 세상은 그렇지를 못하다. 우리 사회는 자기 기준으로 모든 걸 판단하는 아시타비(我是他非) 독선이 지배한다. 오죽했으면 원전(原典)에도 없는 사자성어로 이런 신조어가 등장했을까.

이 사회의 분열과 갈등은 모두 위 네 가지 덕목이 부족한데서 비롯된다. 물론 어느 시대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인간 공동체는 ‘정치성’을 띠게 돼 있다. 그리고 정치성이란 근본적으로 대립과 갈등의 잠재적 요소를 내포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누구나 희구하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사회가 되려면 ‘선진성’이라는 최고의 문화가치가 근간이 돼야 한다. 그러려면 공자가 말한 네 가지의 덕목이 필수적이다.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하기 전 우리 모두는 마치 신세계라도 펼쳐질 듯 기대가 컷었다.

당장에 한국이 초일류 문화국가가 되기라도 하듯 큰 기대에도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그 선진사회에 대한 욕구가 충족되기는커녕 아직도 구시대의 사회정치적 병폐가 여전히 뿌리박혀 있다. 양적 팽창에 비해 질적 수준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우리 사회에 진실은 도대체 어디에 있으며 정의는 어떤 것일까? 한쪽이 주장을 펴면 상대방은 부정하며 서로를 탓하고 지리멸렬한 공방만 벌이기가 일쑤다. 말씨름만 벌이며 각기 주장이 다른 집단끼리의 기세 싸움에 빠진다.

이런 한국사회의 풍토는 대립각만 예리해져가는 세태를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일반 국민들조차도 편가르기에 나서고 서로 네 탓만 하는 풍조가 만연돼 있다.

우리 사회는 아직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며 다양한 개성이 조화를 이루는 품격 있는 삶의 터전과는 거리가 있다. 첨예한 경쟁과 물질우선주의 속에 사회적 정서는 거칠어가고 있다.

민주사회의 기본인 개인의 권리와 의무가 중시되기보다 집단의 이익과 주장이 난무하는 한국적 집단주의가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개인 간의 상호작용과 유대감을 공유하는 사회공동체 정신이 희석된 것이다.

이제는 한국의 사회문화체계가 변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의 압축적 산업화로 이룩한 물질적 성장에 걸맞게 정신적 성숙을 이뤄야 한다. 국민이 갈등과 투쟁의 격한 현장으로 내몰려서는 안 된다. 진정 통합과 화합이라는 가치를 구호가 아닌 행동으로 구현시켜야 한다.

그래서 국민 정서가 순화되고 온유해지는 안정 사회가 정착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리 사회 공동체의 유연성과 안녕감이 회복되는 '녹색화‘(Greening)가 필요하다.  변화의 물결이 거센 미래에  대처하기 위해  긍정적인 긴장감을 갖는 '유스트레스'(eustress) 사회가 돼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국민을 선도하는 모든 부문의 지도자는 녹색화에 부합하는 자질과 소양을 갖춰야 한다. 지금까지 지도자들이 자기중심에서 국민을 보아왔던 관점에서 이제는 국민을 기준으로 자신을 생각하는 겸허한 자세로 바뀌어야 한다.

그렇게 돼야 한국이 문화적인 선진사회로 탈바꿈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그래야만 사회 전체에 상식과 합리가 통하는 국가 문화가 정립될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아직도 과거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의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전 최고 경영자 잭 웰치가 경영개혁과 조직변화를 모색하면서 내건 정신개혁 운동의 기조가 ‘아웃사이드 인’(Outside-in)이었다. 곧 지난 1백 년 동안 기업의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을 떨쳐내고 고객우선의 가치혁명을 내 걸었다.

회사 위주의 사고방식으로는 시장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래서 고객을 회사운영과 경영활동의 중심에 두는 일대 의식 대전환을 이뤄냈다.

사회나 정치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공자나 현대의 잭 웰치나를 막론하고 그들의 성공철학에 견주면 지금 우리 사회는 국가 경영의 대혁신이 절실하다. 국민을 존중하고 아껴주는, 진정 국민을 중심에 두는 정신개혁운동이 절박한 시점이다.

이번에야말로 대통령선거라는 정치대사가 지금까지 그래 왔던 대로 하나의 이벤트성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각자 정파 논리에만 집착하지 말고 국민 통합이라는 대의를 진전시키는 선진 정치의 원년이 돼야 한다. 그러려면 대권 후보와 국민의 의식 모두가 환골탈태해야 할 것이다.  

※ 이인권 칼럼니스트는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와 문화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와 예원예술대학교 겸임교수 역임과 ‘예술경영리더십’ ‘문화예술리더론' ‘긍정으로 성공하라’ ‘경쟁의 지혜’ ‘예술공연 매니지먼트’등 14권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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